기흥고등학교 3학년


                                                                                          김  경  주


 


할머니,이제 그만 시름 푸시고


먼 길 다녀오세요


진실은 조각난 당신의 턱처럼 여전히


주검 같이 누워있네요


당신의 가린 수많은 죽음


눈동자처럼 울고 서 있는 넋 놓고 간 슬픈 메아리가 있네요


 


도화지 같은 제주 바다는 푸르지 않을 것 같아요


아직도 끝나지 않응 색칠이 많아서


연거푸 칠해도 여전히 붉디 붉어요


그래도 바다를 보고 계시죠


여전히 제주의 바다는 아름다우시죠


바위에 아기를 매쳐 죽이고


대나무에 송글송글 핏방울이 맺힌 걸 보면


제주의 바다는 그 자체가 파랗게 멍울진 매 자국 같아요


 


할머니, 그래도 무명천을 벗겨 드릴래요


긴 터널을 지나 광명 같은 곳으로 다녀가시게 할래요


하지만 무명천은 두고 가세요


베옷처럼 거친 당신의 심금 위에 그대로 두고 있을 게요


사람들은 말하죠 어쩌겠어요..어쩌겠어요..


그러니 할머니도 이제 그만 두고 가세요


잃었던 말을 찾아 광명 같은 곳으로 가 계세요


당신이 한참 후 그 말을 찾아 다시 오시는 날


제주의 얼굴도 새로운 살이 돋아 있겠죠


그러면 그 생기를 찾아 당신의 입술 위에 덧칠해 드릴께요


할머니, 이제 한참을 돌아 생령처럼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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