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거물들은 유권자의 평결로 도약,침참,쇠락의 길로...

18대 총선은 판관(判官)이었다. 이른바 거물들의 정치 생명은 유권자들의 평결로 도약, 침잠, 쇠락으로 갈렸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통합민주당은 총선 참패로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됐다. 수도권 바람몰이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던 간판급 인물들의 입지도 급전직하했다.

손학규 공동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한나라당의 수도권 압승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지역구에서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대선 참패의 충격에 빠진 옛 여권이 생존공간 마련을 위해 '구원투수'로 선택한 손 대표로선 자신의 말처럼 '독배'를 마신 결과가 됐다. 서울 종로에서 한나라당 박진 후보에게 막판 오차범위 이내로 추격했지만 역전승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당내에서 그를지원해왔던 386 의원들의 탈락이 속출해 당내 지지기반도 크게 약화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도 연이은 참패로 정치 생명의 절대적 위기 상황을 맞았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를 발표했을 때 만해도 확률높은 도전으로 비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울산에서 징발, 긴급 투입한 정몽준 의원에게 시종 끌려다니다 패배해 야권에서 지위가 급전직하하게 됐다. 정 전장관은 "어떤 선택이든지 국민의 선택은 옳다"며 "다만 여야 균형이 무너진게 안타깝다"고 말했

반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재기의 나래를 펴게 된 중량급 인물도 있다. 서울 광진을에서 'MB연대' 대표 출신의 한나라당 박명환 후보를 누른 추미애 전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17대 총선 때 탄핵 역풍으로 낙선, 잠행해온 추 전 의원은 원내 재입성으로 강력한 당권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천 공동대표도 지역구(전남 고흥·보성)에서 무사 생환하긴 했지만 호남지역 야당 세력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지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수성에 성공하면서 구사일생했다. 옛 여권 요직을 지낸 탓에 국정 책임론으로 시달린끝에 승리를 거둬 향후 '민주당 재구성' 과정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한나라당 거물들의 정치 운명도 교차됐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중 실세로 불린 이재오 의원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총선 시작 전만해도 당권, 더 나아가 다음 대권을 바라봤다. 하지만 낙선으로 당·대권 레이스에서 일단 비켜서야 하는 형국이다. 반면 이 의원을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정몽준 의원은 날개를 달았다. 울산에서 5번 모두 무소속 당선의 길을 걷던 그는 독자세력으로 대권을 노려왔지만 두차례 좌절한 끝에 지난해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서울·수도권 구원투수로 징발돼 정동영 후보를 앞세운 민주당 '서울 서부지역 바람'을 거점에서 차단하는 역할을 해냈다. 한나라당 승리를 기반으로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게 됐다는 관

당내 공천 갈등 때 '형님 공천'이라는 이유로 소장파들로부터 공천 반납 요구까지 받았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압승을 거두며 등원에 성공했다. 이 부의장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향후 당청간 가교, 당내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당의 무원칙 공천에 반발, "나도, 국민도 속았다"며 '지역구 칩거'를 택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 달성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뒤 "그분들(친박 후보들)도 많이 고생했다"고 짧게 소감을 밝힌 뒤 향후 진로와 보폭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친박연대 서청원, 홍사덕도 기사회생했다. 한나라당 탈당과 친박연대 결성 등을 거쳐 '도박'은 성공한 이들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 등을 둘러싸고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 홍 당선자는 "한나라당에 복당해 신뢰받는 정치를 펼치겠다"고 복당을 공언했다.

정계은퇴를 접고 대권에 도전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충청권 선전으로 정치 재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당 지지율 제고에는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특히 충남 지역당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느냐,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의 파고에서 당을 지켜내는 도전이 남아있다.

대권 도전에서 3전 3패한 이인제 의원은 민주당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불복이 버릇"이라는 오명은 그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