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퇴임한 장관과.....
[177]퇴임한 장관과.....
  • 현임종
  • 승인 2013.05.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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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중소기업은행 지점장 때 어느 일요일 오후 제주시 동문로타리 쪽을 걷고 있다가 우연히 어제까지의 내무부장관 K씨를 만났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K장관이 어제 개각에서 장관직을 내홀게 되었다는 것은 보도를 통하여 알고 있었는데 오늘 제주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잠바차림에 모자를 깊숙이 내리써서 얼른 보아서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지만 나는 금방 알아보고서 “장관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보도를 통하여 알고 있습니다마는... 혼자십니까?” 하고 인사드렸다.

“응... 혼자 왔어. 마음도 답답하고 심신이 피로해서 조용히 쉴까 하고 온 거지, 만나서 반갑네.” 하며 악수를 청했다.

둘이는 다방으로 옮겨 차를 마시며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을 모시겠다는 나에게 K장관은 “조용한 곳으로 가서 단 둘이만 식사하자.”

했다. 칠성통에 있는 요정 비슷한 S식당에 갔더니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주인마담을 찾았더니 부산 출장 갔는데 저녁 때 돌아온다고 하기에 “쉬는 날이라 미안하지만, 우리 둘이만 조용히 식사할 터이니 안방을 내 주게.” 하고 부탁했다.

평소에 손님을 많이 모시고 가는 나를 괄시할 수 없었던지 안방을 내주길래 술상을 받아 앉았다.

K장관은 속이 터지는 정종을 글라스로 마셔서 내가 보조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밖에서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쉬는 날이라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부산갔다 돌아온 주인마담 K장관을 보더니 지난번에 오신 때 뵈었다면서 애교를 떨었다.

한 시간 이상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 새 정종 넉 되를 마셨고 취기가 오르느데 느닷없이 문이 열리더니만 도지사, 부지사, 경찰국장이 불쑥 들어섰다.

공항근무 경찰관으로부터 K장관 비슷한 사람이 제주에 왔다는 보고를 받고 직원을 풀어 각 호텔, 다방, 식당을 뒤져도 행방을 찾지 못하다가 중소기업은행 옆 다방에서 “중소기업은행 지점장이 어떤 손님을 모시고 와, 장관님 장관님 하며 차 마시고 나갔다.”

는 것을 듣고는 분명히 이 집에 온 줄 알았는데 쉬는 날이라 손님을 안 받았다 해서 온통 시내를 뒤졌다는 것이었다.

경찰국장이 “틀림없이 안방에 손님이 있을 꺼야. 뒤져 봐.” 명령했더니 안방에 손님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 찾아왔다는 말이었다.

단 둘이서만 조용히 저녁 먹자고 했던 것이 술자리는 커지고 말았다. 도지사 일행은 퇴임한 장관을 위로한답시고 안주와 술을 마구 불러대었고 나는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게 되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도지사는 “부지사! 당신이 계산하시오. 현 지점장이 무슨 돈이 있겠소.” 하는 것이었다. 얼씨구나 좋다고 생각한 나는 “부지사님, 죄송해서 어쩌지요?” 하고 어물쩡 넘겨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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