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문상《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최근 발표한 민생책임관제 시행을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본부는 성명을 통해 ‘취소’를 건의했고, 이어 도는 “민생책임관이 읍면에 직접 파견되는 것이 아니므로 자율권 침해나 읍면의 불편함이 가중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민생책임관이 읍면에 방문하여’를 ‘파견하여’로 노동조합 성명서에 있는 단 한 줄의 용어를 가지고 반박한 셈이다. 민생책임관이 자신의 고유업무를 제치고 읍면에 24시간 파견(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쯤 모를 리 없는 노동조합이지만 어쨌든 용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지 못한 것에는 자중하는 바이다.

그러나 민생책임관이 일선에 파견이든, 방문이든 이미 유사한 형태로 주민 건의사항을 다각도로 처리하고 있고, 가뜩이나 추락된 행정시 위상이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므로 초점이 흐려서는 아니 된다고 본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이 계획의 취지를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도민과의 소통방법 개선대책’에 따르면, 행정시마다 운영하고 있는 읍면동공무원의 현장 출근제(제주시), 전 공무원의 현장견문 보고제(서귀포시)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나 행정시 독자적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부공무원의 현장대화제도 역시 대화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도민들은 책임 있는 간부공무원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으므로 주2회 이상 현장을 방문하는 ‘민생책임관제’를 두어야 하는 것이 근본으로 되어 있다.

무엇보다 단순한 건의사항 해결이라는 차원을 넘어 박대통령의 민생정책과 도의 민생시책을 정책화하여 도민 불편사항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취지도 여론의 우려가 있으면 참작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언론에서도 집중 제기된 이 계획서를 노동조합이 아니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제왕적 도지사, 행정시의 위상 추락 등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내부여론을 제쳐두고 노동조합마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공직사회에서 더 이상의 생산성이나 민주적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언제까지나 도정의 발목만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금년도 서귀포시가 처리한 민생처리 건만도 312건에 달하는 주민처리사항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편으로는 예산을 걸머쥔 도가 처리하는 것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민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주민 서비스요구가 도백에게만 향하면서 행정시장의 역할론도 제고해야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부족할 경우 노동조합은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역동적 조직의 한 축으로 남는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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