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쇄신운동이 한창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갈 때 제주도청에서는 도내 유지들을 모셔놓고, 한라산의 자연석과 희귀목을 무단 채취하여 자연보호운동에 역행하는 행위를 근절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라산에 감시원을 증원 배치하여 자연 훼손하는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범인들에게는 중형을 가하여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넓디넓은 한라산에 감시원을 증원 배치한다는 것도 말로는 쉬우나 실제로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라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한쪽에 앉아 듣고만 있던 내가 발언권을 얻어 말하게 되었다.

“자연을 훼손시키는 범인들도 다 먹고 살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로써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는 것은 죄가 되지만 주인 없는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은 죄가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문제는 그들이 한라산에서 무단으로 체취해 온 물건들을 팔 곳이 없다면, 다시 말해서 수요가 없다면 왜 그리 고생하며 한라산에 가겠습니까? 그러므로 범인들이 체취해온 물건을 사 들이는 사람들에게 장물 취득되를 묻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제주도내 집집마다의 정원을 조사하여 정원석과 희귀목으로 저경되어 있으면 출처를 조사하여 장물죄를 적용할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용의가 있습니까?“ 하고 질문했다.

내 발언이 끝나자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버렸다. 참석자 거의 모두가 자기집에 꾸며놓은 정원을 염두에 두는 듯 했다.

도지사는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참고하여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하고 서둘러 회의를 끝내 버렸다.

그 뒤로 개인집 정원을 조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하는 성경말씀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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