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내가 서울에서 근무하던 1985년도의 일이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명동성당에 가서 미시를 참여하고 나와 서울시청 앞 지하도를 지나는데 핸드마이크 소리가 들려 소리 나는 쪽을 보았더니 2. 30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약장서로구나’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려는데 어떤 젊은이가 나에게 다가 오더니 “서명해 주시고 가십시오.” 하고 내 팔을 끄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나는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서명부터 하라니 말이 되는가? 해방 직후에 서명 잘못했다가 남로당에 가입되어 많은 고초를 겪는 사라들을 보았는데.....” 하며 주저하였다.

젊은이는 “교원노조 활동을 지지해 주십사는 서명입니다.” 하며 팬을 쥐어 주었다. “요즘 신문지상에 교원노조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던데 교원노조의 주장에 동참해 달라는 거요?” 하고 물었다. 젊은이는 내가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했던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역시 아저씨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는군요. 저희를 위해 서명해 주십시오.” 하며 독촉했다.

“나도 서명하기에 앞서 당신들에게 요구 사항이 있소. 나의 요구 사항에 동참하겠다면 나도 서명하겠소.” 하고 말했다.

젊은이는 주저없이 “말씀해 보세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주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첫째, 교장을 직선하자고 하던데 찬성하겠소. 그러나 교장 피선거권을 55세 이상으로 제한하든지, 그렇게 못하겠다면 교장으로 선출되었던 사람이 교장임기를 마치면 교육계에서 떠나겠다는 것을 확약하시오. 서른 살짜리가 교장으로 선출되었다가 4년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분필을 잡겠다고 교육은 망치는 것이오. 교장하던 사람이 평교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관습상 용납할 수 없는 것이오.

둘째, 교원 근무지를 전국으로 순환 근무시키도록 하시오. 각 시도별로 근무지가 제한되면 서울에 근무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서울에는 한번도 들어와 보지 못하니, 일정기간 서울에서 근무를 했으면 울릉도, 진도 같은 도서지방으로 진출시키도록 하시오.

섯째, 학부모에게 교사 비토권을 주시오. 교사들 가운데는 수준 이하의 교사가 더러 있는데 이런 사람은 학부모들이 비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내가 말하는 동안에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이 할아버지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일리가 있네요.” 하고 수군거리며 하나 둘씩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핸드마이크를 들고 있던 사람이 젊은이에게 눈짓을 하며 나를 그냥 보내 버리라고 하는 듯 느껴졌다.

젊은이는 “아저씨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서명 안하셔도 좋으니 어서 가십시오.” 하며 내 등을 떠미는 것이었다.

교육은 나라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기에 지금도 나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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