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엄창섭교수의 교육칼럼]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 고학력자 실업에 대비한 대학의 준비

통계청의 2010년 연간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전체 취업자는 23,829,000명으로 전년도보다
1.4%인 323,000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의 대졸이상 실업자는 346,000명(실업률 3.6%)으로 전년도보다 7.7% 늘어났고, 중졸이하 실업자도 154,000명(실업률 2.5%)으로 18.2%가 늘어났다.
고졸 실업자의 경우만 420,000명(실업률 4.2%)으로 4.0% 감소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사항은 대졸이상 소위 고학력 실업자인데 2000년 처음 고용동향 통계를 작성한 이래 불과 10년 만에 116,000명이나 증가하였다. 중요한 원인으로는 고학력자가 선호하는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일자리가 외환위기를 경계로 많이 감소한 데 반하여 동일 기간 동안 대학교 졸업생은 많이 늘어나 일자리를 찾는 절대수가 많아진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현재와 같이 저 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대학생 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추어 대학교를 구조조정하면서 대처하면 결과적으로 고학력자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고학력실업자는 감소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은 외국의 경우를 보면 짐작이 된다. 이집트의 경우 25세 이하의 경제활동인구의 1/4이 실업자이다. 이보다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의 경우 16~24세 경제활동인구의 21%가 실업자이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학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면 이태리, 포르투갈, 스페인의 경우 25세 이하 대학졸업생의 약 1/4이 실업자이다.

미국의 경우 25세 이하 대학졸업생의 실업률은 11.2%, 25세 이상의 대학졸업생의 실업률은 4.5%이다. 최근 졸업생들의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수치에는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들과 임시직 혹은 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는 빠져 있으니 실제 실업률은 더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적어도 이들과 유사한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왜 선진국에서 고학력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은 다음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전문직종의 요구가 많고 대학 졸업생은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경우보다 노동 유연성이 좋아 고학력자일수록 취직이 잘된다. 그러나 브라질, 칠레, 그리스, 멕시코 등 단순한 노동자의 수요가 많은 나라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이 어려운 경향을 보인다.

또 고학력자들은 저학력자에 비하여 자신의 자질과 희망에 맞는 직장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고학력자가 저학력자에게 적당한 직종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일자리가 있어도 취직하려는 사람이 없어 실직자는 늘어나게 된다.

고학력 실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는 어쩌면 간단하다.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함께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간 임금격차나 사회적 성공가능성을 고려하면 대학교 교육의 기회를 줄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대학교육을 포기하는 대신 더 좁아진 문을 뚫기 위하여 더 많은 사교육을 시키거나 외국으로의 유학을 보내는 등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고학력 실업자가 증가되었을 때 사회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학교 교육 과정에 투자된 교육비용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대학교 진학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고 할 것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고학력 실업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한 후 취직을 못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실패했다는 좌절감은 늘 자신감으로 충만하던 젊은이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일 수도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후에 일자리를 구한다 하더라도 제 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이 사회의 활력과 국가의 발전 동력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학력자 실업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국제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국내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고학력자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선진국에서 고학력 실업은 고정화되는 현상이고 우리나라는 특성상 고학력자의 수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고급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도 고학력 실업자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섣부르게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학력 실업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교가 담당하여야 하는 몫은 무엇일까? 우선 교양과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적당한 효율적인 교육 체제를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전문 교육에 만족 하지 말고 졸업 후 사회에서 겪게 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자신을 발전시킬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졸업생들에게 새롭고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졸업후교육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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