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아침 출근하면 지점장실에 간부들을 모아 놓고 차 한 잔 마시며 업무에 관한 말을 주고 받는다.

그 날도 티타임을 갖고 있는 자리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누군지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누구냐고 물어도 이름을 대지 않은 채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쌍욕을 퍼부어 어안이 벙벙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하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는 K씨임이 틀림없었다.

그 분이 무슨 이유로 불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에게 부산에서 전입해온 S대리가 “그 전화, 혹시 K씨에게서 걸려온 겁니까?” 하고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K씨를 어찌 알아요? 전입해 온 지도 얼마 안 되는데....” 하고 물었다.

S대리가 하숙하고 있는 집에 다방 마담이 살고 있는데 K씨가 기둥서방인 모양이다.

전날밤 술에 취한 K씨가 밤새 마담과 말다툼을 하며 난동을 부려 잠을 설친 하숙생들이 화가 나서 K씨를 끌어다 문밖에다 냉동댕이치고서 셔터를 내려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K씨가 S대리에게 화풀이한다는 것이 나에게 전화가 절못 연결된 것임을 알았다.

몇칠 후 경찰에 있는 후배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칠성통을 걷고 있는데 K씨가 여자분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나와 마주쳤다.

나는 K씨와 악수를 나누며 “형님, 요전 날 아침에는 무슨 이유로 저에게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수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 순간 K씨는 옆에 있는 여자에게 “모두가 너 년 때문이야!” 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여자는 아스팔트위에 벌렁 쓰러져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급히 병원으로 업고 가 응급조치를 하여 별 사고는 없었으나 K씨의 주벽과 여성 편력, 게다가 주먹다짐까지 알아줄 만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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