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바닷고기 회 하면 『북바리』가 제일 맛있고 그 다음은 『다금바리』일 것이다.

북바리는 이미 멸종된 상태이고 다금바리도 곧 멸종할 위기에 처한 것 같다.

탑동에서 친구 삼촌이 경영하는 횟집에 가 보았더니 수조속에 여태 보지 못한 커다란 다금바리 한 마리가 있어 놀란 나는 “이거 얼마나 주면 잡아먹을 수 있수과?” 하고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50만원만 도라.” 하기에 “돼지 한 마리도 20만원만 주면 잡아먹을 수 있는데, 뭐가 그렇게 비쌉니까? 게다가 삼촌은 이 고기 잘못 구입했수다. 적어도 50명은 와야만 잡아먹을 수 있는 큰 고기인데 그럴 기회가 오겠습니까? 그러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매운탕감밖에 더 됩니까? 그러니 손해보게 되었수다.” 말마혀 식사하고 나왔다.

삼일 후에 그 식당에 다시 갔더니 아저씨께서는 “조카야! 이 다금바리 30만원에 먹어 도라.” 하고 애원조로 말을 했다.

나는 “20만원만 하면 내일 낮에 사람 모시고 와서 잡아 먹으쿠다.” 했다.

“그래.....20만원에 주마.”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은 주일이고 우리 성당 대의원총회가 있는 날이다. 성당 회장인 나는 총회가 끝나자 대의원들 50여 명을 모시고 그 식당으로 가서 다금바리 구경을 시켜드리고 잡도록 했다.

대의원들은 이렇게 큰 고기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 했다. 네 명씩 앉은 교자상 13개에 꽉 차게 앉았으니 52명이 참석한 셈이다.

커다란 쟁반에 수북이 쌓아 올린 회 13쟁반이 나왔지만 12시에 미사 끝나고 두 시간 동안 총회를 해서 오후 2시가 넘었기 때문에 모두들 배가 고팠던지 단숨에 쟁반이 비어 버렸다.

안주가 모자라다고 생각한 나는 심부름 하는 아저씨에게 밑반찬이라도 더 갖고 오라는 뜻으로 “안주 다 떨어졌져. 더 가져오거라!” 하고 말했다.

아가씨가 “회 다 나왔는데.......” 하기에 나는 “주방장에게 가서 말해 봐라.” 하였다.

주방으로 내려간 아가씨가 추가로 회 17쟁반을 갖고 와서는 “이젠 더 없수다! 예!” 하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나는 13쟁반으로 끝난 줄 알고 밑반찬이라도 더 달라는 소리로 「안주가 떨어졌다」고 한 것뿐인데, 17쟁이나 더 올라왔으니 깜짝 놀랐다.

대가리와 뼈, 내장으로 매운탕까지 끓여 52명이 실컷 포식했다.

식사 끝에 계산하면서 나는 아저씨에게 조용히 “회 몇 쟁반 삥땅합데까? 열 쟁반? 스무 쟁반?” 하고 놀렸다.

“스무 쟁반을 아니고 열 쟁반은 남겼지.” 하며 빙그레 웃는 것이다.

앞으로 횟집에 가면 절대로 큰 고기를 주문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했다. 큰 고기를 주문하면 반드시 『병작』(반타작)하게 되어 있었다. 아저씨는 20만원에 팔았지만 실속은 30만원을 챙겼노라고 실토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