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변호사 자문료 등 법률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김우남 의원(민주당, 제주시 乙, 농축식품해양수산위)은 29일 농협중앙회(이하 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소송내역과 로펌 자문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농협이 자문료로 건당 평균 427만원을 쓰는 등 상식수준을 넘는 비싼 자문료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남 의원실에 따르면, 중앙회는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로펌에 자문료로 총 3억5000여만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모두 82건에 대한 자문료였다. 결국 건당 자문료가 400만원을 훌쩍 넘긴다는 결론이다.

이에 비해 농협의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상위기관인 농축식품부는 건당 일반적으로 40만원의 자문료를 지급했고, 간단한 전화상의 질의인 경우 10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사안에 따라 100만원을 넘긴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았다.

공기업인 농어촌공사의 경우엔 개인변호사는 25만원, 로펌은 월 2건에 55만원으로 아예 자문료를 명확하게 책정하고 있었다. 살림이 넉넉하다는 마사회도 보통 3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를 냈고, 사안이 복잡한 일부 건에 대해서만 200만원~500만원 수준을 지불했다.

따라서 다른 공기관이나 공기업들과 비교해봐도 농협이 로펌에 내는 자문료는 많이 후한 수준이다. 자문료는 대부분 100만원은 훨씬 넘고, 100만원 밑으로 지불한 경우는 총 82건 중, 10건에 불과했다.

다른 기관의 자문의뢰 내용보다 농협의 의뢰내용이 특별히 어려운 케이스라 보기엔 평균 자문료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

수협의 경우엔, 아예 고문변호사 계약을 통해 월 자문료를 책정하고 `건당`이 아닌 `월 단위`계약을 하고 있다.

김우남 의원은 “농협이 로펌에 자문료를 퍼 줄 만큼 예산이 풍족한 곳이냐”며“대형로펌의 경우에도 농축식품부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문료를 받았지만, 농협에는 그 두 세배이상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로펌이 고객에 따라 자문료를 자의적으로 책정한다는 지적이다.

외부 로펌에 대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농협이 사내 법률비용에 대해선 인색한 편이다.

중앙회 준법지원부 소속 계약직 변호사가 2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올해 들어서만 총 1759건의 크고 작은 자문건을 처리했다. 법무팀 일반직원이 도왔더라도 너무 많은 건수다. 물론 이들은 동시에 로펌에 맡기지 않은 작은 규모나 간단한 소송도 진행했다.

김 의원은 “비싼 자문료와 소송비용을 로펌에 퍼 줄 바에야, 그 비용으로 변호사를 더 고용해 내부 자문에 대응하고, 법률비용을 줄여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특정 로펌과 변호사들에게만 소송을 맡기는 것은 비리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중앙회에서 15곳의 로펌을 고문변호사로 선정해놓고 있는 데 사건 수임은 태평양, 율현 등 두세 곳에 몰아주고 있다.

중앙회의 경우 소송가액(이하 소가)이 커서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8월까지 61건의 소송이 진행중인데 소가 총액이 무려 1392억원이나 된다. 변호사비용은 소가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정 로펌이 독식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3월 분리돼 나온 금융지주의 경우엔 소송이 일상일 정도다. 지난 2010년(지주회사 분리 전 신용부문 포함) 이후 3년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소송건수만 5600 여건에 달한다.

<금융지주 2010.1월~2013.7월까지 소송현황>

년도

소송 건수

비고

2010년

2,010

 

2011년

1,549

2012년

1,501

2013년 7월말

535

합 계

5,595

김우남 의원은 “농협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을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는)정부법무공단과의 거래내역도 전혀없다”며 “공단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자문과 소송이 가능한데도 비싼 로펌만 고집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농협은 지난 7월 금감원 감사에 은행이 중앙회에 6조5000억원의 공공기관 수준의 특별금리로 대줄해 준 사례를 지적 받았듯, 스스로 `공공기관`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부법무공단은 이용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인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법률비용을 스스로 줄이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면 `방만경영`이라는 수식어는 계속 농협 앞에 붙어 다닐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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