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중앙정보부 제주지부에 근무하는 직원이 우연히 나를 만나자 “우리 간부들에게 잘못 보인 일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런 일이 없는 나는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별 일 아닌데 현 지점장님을 좋지 않게 말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요. 하지만 못 들은 걸로 해 두세요.” 하고 다짐을 받았다.

이 말을 듣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들이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하여 나에게 물어올 때마다 시실대로 말해 준 것이 쓴소리로 들린 것 같았다.

10.26 후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였는데 과장이 찾아 와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 물음에 나는 “지금 기업하는 사람들이 투자하고 기업을 확장할 의욕이 생기겠습니까?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사유 재산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 기업을 뺏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병철 씨는 동양방송을 빼앗기고 제주의 박태훈 씨도 남양방송을 빼앗겨 버렸으니 이론 꼴 당하면서 누가 투자할 의욕이 생기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리고 부정으로 축재한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다 저축하지 않습니다. 그저 집에 쌓아놓고 놀고 먹는 게 현실이니 나라 경제가 살아날 전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고 실랄하게 말한 바 있었다.

또 한 번은,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을 위한 선거공고가 나온 때였는데 나를 찾아온 과장은 “대통령 선거인단 후보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없는 이유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한마디로 “정신 나간 사람 아니고서야 대통령 선거인단 후보로 출마할 사람 없을 겁니다. 장춘체육관에서 대통령선거 투표 한 번 하고 끝날 선거인단에 출마하면 선거비용 들지요, 그 다음부터 경조사에 부조 단가 올라갈 것 아닙니까?” 하고 좀 지나친 표현을 한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나에게 의견을 물어 왔으니 나도 솔직한 진단을 내려 준 것인데 이것을 쓴소리로 듣고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국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자격 없고 국정을 잘못으로 이끌 위험천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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