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엄창섭교수의 교육칼럼]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이미 3월 중순이고 내가 근무하는 의대의 학생들은 벌써 시험이 시작되었으니 학기 초라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그러나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한 새내기들을 위해 몇 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우선, 각고의 노력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것을 축하한다. 대학 입학에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이란 의미 외에 그동안 어느 정도 부모를 비롯한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던 삶으로부터 스스로 본인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새 출발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 때문에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꿈을 되짚어 보고 인생여정에 대한 길고 짧은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져야 한다.

새내기 입장에서 보면 그간의 힘들었던 입시와 학업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 조금 쉬면서 미팅, 축제, 클럽 등으로 표현되는 낭만적이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노력해온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아니 다양한 경험도 인생에 도움이 되니 오히려 좋다고 권하고 싶다. 다만 명심할 것은 대학생은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에 대하여 이제는 생각해보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럴 각오만 되어 있다면 어떠한 인생탐험도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교 1학년에 과도한 자유스러움을 만끽하다 주체할 수 없게 떨어진 학업성적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책감으로 스스로에 대한 혼란스러운 고민의 시절을 지내기도 한다.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다시 대학입시를 치르기도 하고, 아예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군대에 가기도 한다. 일부는 제대하고 돌아온 후 학업에 열중하지만 이미 이때쯤이면 졸업 후를 대비하여 취직시험과 영어공부 등에 매진하는 시기로 자기 인생의 설계와 준비를 위한 고민의 시간은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학시절을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방황의 시기가 아니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시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한 학기가 지나고, 소중한 1년이 지나버릴 수도 있다. 대학생활 몇 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처음 1년, 아니 첫 한 달에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인생 전체가 뒤바뀔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시절은 인간의 성장 측면에서 보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변화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성장은 여러 가지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등록금 혹은 장학금, 전공과 관련한 적성이나 흥미, 이성이나 친구 문제, 건강,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현상들, 취직 및 진로, 부모님이나 가족의 기대 등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경험하는 가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성인으로 만들어져 간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할 수는 없다. 누구든 본인이 경험하는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 사회인으로 거듭 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

이러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적극적인 생활태도”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세운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이루어지는 철저한 시간관리, 학업, 과외활동, 봉사활동 등, 이러한 모든 것이 각 개개인을 아름다운 인간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거나 수업의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될 때,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슬럼프나 좌절감도 적극적인 생활태도로서 극복할 수 있다. 대학생은 중고등학교 때와 같이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공부해서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필자가 경험하고 목격한 바에 의하면 각자가 좋아하고 흥미로워 하는 내용과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기중심적 학습을 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든지 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해서 부족함을 보완해야 한다. 이것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으면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남들은 알 방법이 없다.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도 학창시절에 체득하여야 하는 중요한 것이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대개는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도움을 받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유난이 과묵하다. 침묵이 금인 경우도 있고, 입조심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공부할 때에는 침묵이 금이 아니다. 인생을 공부하는 대학시절에는 많은 것들을 묻고 생각하고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부족한 것도 채워가고 실패나 좌절을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갈 기틀을 다지는 시기인 것이다.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하기 바란다.

※ 해당 글은 3월에 송고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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