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나는 우려와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온 국민이 88올림픽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나 혼자 우려를 하는지 나 자신도 이해가 안 갔다.

일본이 동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의기양양했을 때, 서울올림픽이 확정되었다. 때마침 일본을 방문한 나는 일본의 유명한 경제연구기관에 들려 의견을 나누는 기회에 『동경올림픽이 일본 경제 발전에 미친 영향』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일본측 답변은 동경올림픽이 일본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자랑하면서,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한국의 변소가 수세식으로 개량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고 말하여 나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말하자면 “수세식 화장실도 갖추지 못한 한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다니....변소나 고치시지.”하는 비아냥임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의 유명한 경제 연구소에서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서울 올림픽에 대한 기대보다도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변소는 서둘러 개량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우리 국민의 도덕성, 외국인에 대한 친절도, 환경정화를 위한 자기집 앞 청소 등등 걱정이 앞서는 것이었다.

여하튼 88서울올림픽에 많은 외국인을 우리나라로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 나는 올림픽조직위원회에 건의서를 보냈다.

“외국인에게 기념되고 인상적인 서신을 보내어 초청하자, 우리나라 전 국민이ㅣ 외국의 아는 분에게 『88년 8월 8일자로 서울올림픽에 처청하는 엽서를 띄우자.』고......, 반드시 엽서라야 되는 이유는 엽서에 『8888』이라는 스템프가 찍히면 기념이 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매우 좋아한다.”고 건의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 건의는 묵살되고 말았다. 나는 나 혼자만이도 실행에 옮기자 생각해서 엽서를 준비했고, 기왕에 국내에 있는 아는 분, 특히 어린이들에게 기념으로 엽서를 보냈다.

“오늘은 88년 8월 8일! 이 날은 백년만에 한번 있는 날! 88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기념으로 엽서를 띄운다.” 라고.....무려 1,000매를 보냈다.

그 후로 11년 뒤, 1999년 9월 9일 아침, 여러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88년 8월 8일에 보내준 엽서, 기념으로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 오늘이 99999이기에 전화한다.”고......

9자 다섯 개가 겹치는 날은 1000년에 한 번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기념될 날이었는데도 그만 지나치고 말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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