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제주시민회관 근처에 조그마한 오막살이를 하나 샀다.

은행 생활 몇 년이 되었지만 큰 돈이 없는 나는, 국유지 위에 지어진 집이라 싼 것이기에 이것을 사서 내 집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집을 사고 보니 국유지 불하 문제가 골치아프게 했지만 끈기있게 노력해서 불하를 받았다. 비로소 『내 집을 마련했다.』하며 좋아라 하는데 나와 친히 지내는 김덕부 사장이 “자네, 그 집으로 옮기지 말게. 그 곳은 옛날부터 (애기무덤)터였다네. 자네가 천주교 신자여서 이런저런 것을 따지지 않겠지만 나는 찬성 못하겠네.” 했다.

내가 천주교 신자라 할지라도 이런 말을 들은 것하고, 안 들은 것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비록 초가집이지만 우리집을 마련했다고 좋아라 하던 나도 그 집으로 이사할 생각이 사라져 버려 남에게 임대하고 말았다.

어느 날 그 옆집 사람이 나를 찾아 와 “자기 집을 신축하려는데 신축하기에 앞서 측량을 하는 것이 이웃간에 좋을 것 같으니 비용부담을 같이 해서 측량을 합시다.” 하고 제의했다.

나도 비록 이주해 살지는 않지만 내집이니까 측량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측량 결과, 경계선이 기존의 우리집 울타리에서 1m정도 옆집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울타리가 우리 땅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 나타나자 옆집 주인도 “봅써!측량 안 했으면 집 지은 다음에 어떵헐 뻔했수과?” 하며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옆집 주인은 측량 결과에 따라 건물 배치하고 집을 지어버렸다.

집이 신축되자 옆집 건너 옆집에서 자기네 따을 침범했으니 다시 측량하자고 제의 했지만 우리가 측량할 때 ‘나는 몰라요.’ 하며 협조도 않고 비용 부담도 안 했으니 우리도 ‘당신이 알아서 측량하던지 말던지 하시오.’하고 넘겨 버렸다.

그제서야 자기 혼자 부담으로 측량 신청했고, 재측량 결과 모두 원위치로 돌아야만 하게 되었다. 나야 넓어졌던 대지가 줄어든 것 뿐이지만, 옆집 사람은 주택을 신축한 후였고 신축한 건물 일부를 철거해야만 하게 되었으니, 이 경비 부담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똑같은 측량사가 측량했는데, 1m씩 오락가락한다면 누가 그 측량을 믿겠는가. 옆집 사람이 ‘측량하자.’ 할 때 협조하였다면 이웃사촌으로 사이좋게 지냈을 것을....공신력 있는 측량사의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측량사에게 엄중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책임질 사람이 없어 미리 서둘렀던 옆집 사람(가운데 집)만 손해를 당하는 결과가 되었다.

다 보니 우리 선조 묘역에 철조망을 치고 있어 “어째서 철조망을 치고 있느냐?” 확인했더니 “천마목장에서 용역을 주어 치고 있다.” 고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현장을 확인하자 해서 조카를 차에 태우고 올라가 보았더니 사실이었지만, 일하는 사람이야 시키는 대로 일할 뿐, 사실관계를 알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천마목장 주인이고 제주은행장 K씨에게 달려가 “공사현장에 가 보았더니 우리 선묘 묘역까지 침범해서 철조망을 치고 있던데, 시정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난 몰라, 100만원의 측량비를 지급했고 측량 결과에 따라 시공하고 있으니, 억울하면 자네가 또 측량 신청해서 해결하게.” 하며 냉정하게 대했다.

웃어른이고 은행장이어서 나는 불쾌감을 감추면서 “우리 선조 좌전은 『도새기 동산』이고, 그 서쪽 밭은 『권자리』계왓(계밭)이고 그 서쪽은 하천이 있어 하천까지 노형경이고, 하천 너머는 해안동 지경이 됩니다.

따라서 천마목장이 우리 선조 좌전까지 침범하면 순차적으로 서쪽으로 밀려가게 되므로 서쪽 끝에 있는 밭은 하천 너머 해안동 지경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하고 지적도를 퍼놓고 설명했다.

“그런 것 나는 몰라, 나는 내 땅을 찾았을 뿐이야.”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나가려 했다.

나도 화가 나서 “철조망을 치고 당신 땅이라 주장해도, 내 땅은 내 땅이니까 알아서 하세요.” 하며 헤어졌다.

아직도 철조망은 철거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묘 묘역에 와서 천마목장으로서 권리 행사한 일은 없다.

K은행장도 측량 결과에 따라 자기 땅이라 주장하는 것이기에 도대체 측량기사들, 믿을 수 있게 측량할 수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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