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부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제2의 '요크셔의 살인마' 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13일(현지시간) 실종됐던 여성 2명의 사체가 영국 동부 서포크주 입스위치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리빙턴 마을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11일간 입스위치 인근에서 사체로 발견된 성매매여성은 총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앞서 살해됐던 3명의 성매매 여성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포크주 경찰들은 10일 이후 실종됐던 안네테 니콜스(29)과 폴라 클레넬(24)의 시신이 12일 오후 수백 미터 간격을 두고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서포크주 경찰청장 스튜어트 걸은 발견된 시신 2구의 신원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니콜스와 클레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동부 노퍽주 경찰도 성매매 여성 5명의 연쇄살해사건이 모두 상관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퍽주 경찰 대변인은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노퍽주에서 발생한 성매매 여성 살인사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 뚜렷한 단서를 포착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가까이 지나도 별다른 진척이 없자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입스위치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여전히 미해결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영국 잉글랜드 동부 노리치에서 살해된 나탈리 포트만(16) 사건과 입스위치에서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다 지난 1993년 살해된 만디 둔칸(26)의 경우가 그렇다.

아울러 지난 1970년대 '요크셔의 살인마'라 불리던 연쇄살인사건이 한 차례 영국을 휩쓸고 지나간 터라 주민들의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요크셔의 살인마'는 트럭운전사인 피터 수트클리프가 지난 1975~1980년 동안 성매매 여성 등 13명의 여성을 살해, 전국을 경악시킨 연쇄살인사건이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던 스트클리프는 지난 1981년 30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노퍽주 경찰 대변인은 "현재 (성매매 여성 5명의 살해사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우리는 서포크주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며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동일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복수의 용의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이 성매매여성이 아닌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을 수 있다며 지역 여성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고 권고했다. 현재까지 희생자들은 모두 입스위치 인근에서 성매매 업종에 종사했던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구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영국판 '살인의 추억' 도시로 바뀐 입스위치 주민들은 저녁 외출을 삼가며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13세 딸을 둔 이안 헌터(46)는 "딸이 며칠 후 정기 청소년 모임에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공조하고 있는 심리학자 이안 스테판 박사는 "살인마가 통제력을 잃고 충동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수도 있다"며 계획적인 살해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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