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22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계영 800m 결승에서 인천 대표로 출전한 박태환이 1위를 차지한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DB) 2014-01-08
- 쑨양 제치고 한국의 아시안게임사 다시 쓴다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은 2014년 아시아 정상을 향해 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후원사였던 SK텔레콤과 계약이 만료된 박태환은 새로운 후원사를 찾지 못해 자비로 훈련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안방에서 열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2012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라이벌 쑨양(23·중국)에게 밀렸던 박태환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이다.

박태환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 정상급의 선수로 활약해 왔다.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정상에 선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자유형 200m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종목 결승행 실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박태환은 절치부심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린 박태환은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 정상을 되찾았다.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 세계기록 경신과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런던올림픽에 나선 박태환은 예선에서 실격 처리를 당했다가 번복되는 혼란을 겪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혼란 탓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결승에 나서지 못한 박태환은 쑨양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올림픽 2연패의 꿈도 좌절됐다. 100%의 컨디션으로 맞붙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비록 금메달은 없었지만 박태환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2개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은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SK텔레콤과 후원 계약이 끝난 후 새로운 후원사가 나타나지 않았고, 여기에 대한수영연맹과 올림픽 포상금 문제로 잡음이 있었다.

박태환은 꿋꿋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자신의 부활을 도와준 마이클 볼(호주) 코치와 계약을 연장한 박태환은 학업을 병행하는 동시에 자비를 털고 '국민 스폰서'의 도움을 받아 호주 전지훈련을 이어갔다.

박태환의 노력에 이러닝 전문업체인 SJR기획이 박태환의 새로운 후원사로 나섰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하고 호주 전지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지난해 10월 제94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한국 최고의 수영 선수로서 위용을 과시했다.

자유형 400m·계영 400m·자유형 200m·계영 800m 금메달을 따내며 4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전국체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전국체전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한 박태환은 오는 11일 호주로 떠나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아시안게임은 박태환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은 박태환이 이름을 알린 대회였다. 그는 당시 자유형 200m·400m·1500m 금메달을 쓸어담으며 3관왕에 등극, 1982년 최윤희 이후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대회 MVP도 품에 안았다.

도하아시안게임이 '세계적인 스타' 박태환의 탄생을 예고한 대회였다면 4년 뒤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참패를 맛본 박태환이 부활을 알린 대회였다.

박태환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정상에 등극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자유형 100m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쥔 박태환은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 사상 아시안게임 2연속 3관왕에 오른 것은 박태환이 최초였다.

6개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지고 있는 박태환은 최윤희가 보유한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5개) 기록을 넘어섰다. 인천에서 박태환의 성적에 따라 한국 수영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는 것이다.

박태환은 다른 종목을 통틀어도 양궁의 양창훈, 승마의 서정균이 세운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에 타이를 이룬 상황이다. 금메달 한 개를 더 추가한다면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바뀐다.

박태환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쑨양이다. 장거리가 주종목이었던 쑨양은 자유형 400m와 200m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쑨양은 자유형 400m에서도 금메달을 땄고, 200m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쑨양은 지난해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유형 400m 정상에 선 바 있다.

쑨양은 지난해 11월 무면허 운전으로 대표팀 훈련 참가가 금지되는 등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쑨양과 '진검승부'를 펼칠 박태환의 각오는 대단하다.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MVP를 수상한 후 "굳이 제게 MVP를 준 것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무조건 쑨양 선수를 이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