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김연아(24)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배경음악이 궁금하다.

20일 0시 쇼트프로그램 배경으로 흐를 '센드 인 더 클라운스(Send in the Clowns)'는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의 넘버다. '스위니 토드' '어새신'으로 유명한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84)의 작품이다.

'리틀 나이트 뮤직'은 스웨덴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1918~2007)의 영화 '한여름 밤의 미소'(1955)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손드하임이 곡을 쓰고 영국의 시나리오 작가 휴 휠러(1912~1987)가 극본을 썼다. 197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음악·대본상을 거머쥐며 호평받았다.

19세기 스웨덴의 어느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두 번째 아내 '앤'이 자신을 남자가 아닌 아버지처럼 따른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운 중년 변호사 '프레데릭 에게르만', 그의 옛 애인이자 배우인 '데지레 아름펠트', 그녀의 현 애인인 '말콤 백작'의 엇갈리는 사랑이야기다.


여기에 데지레와 프레데릭 사이의 아들 '헨릭'과 앤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관계가 얽히고설킨다. 남녀의 혼란스런 관계를 풀어낸 음악이 인상적이다. 특히 2막에서 흘러나오는 '센드 인 더 클라운스'는 프레드릭을 그리워하는 데지레가 부르는 처연한 노래다. 노배우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노랫말이 가슴 아프다. 197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로 뽑힐만큼 선율이 아름답다.

21일 0시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대부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곡이다. 반도네온 연주자이기도 한 피아졸라는 새로운 스타일로 독창적인 아르헨티나 탱고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1992년 '다섯 개의 탱고 센세이션'은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아디오스 노리노' 역시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다. 아버지를 잃은 직후인 1959년 만들었다. 일정한 패턴이 없는 난해한 구성이나 부친을 잃은 감정을 쏟아낸만큼 격정적이면서 드라마틱하다. '노니노'는 가족들이 그를 부르던 애칭이다.

김연아와 인연이 깊은 캐나다의 제프리 버틀(32)이 2008년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용했다. 4분10초 가량 쉬지 않고 안무를 요하는 곡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여성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김연아와 팬들에게 탱고는 익숙한 장르다. 그녀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주니어 시절부터 시니어 초기 까지 연기한 쇼트프로그램의 곡이 영화 '물랑루즈' OST로 유명한 '록산느의 탱고'다. '록산느의 탱고'에서 불꽃 같은 정열을 선보였다면, '아디오스 노니노'에서는 성숙한 감정 연기를 분출한다.

김연아의 지난 17년을 '아디오스'(안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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