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러시아)=뉴시스】김인철 기자 = 피겨여왕 김연아가 19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애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를 연기하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4.02.20. yatoya@newsis.com 2014-02-20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여왕'의 연기가 또 한 번 세계를 홀렸다. 은반과의 작별을 앞두고 있는 김연아(24)가 그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 중이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시즌 베스트인 74.92점을 획득해 3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기술점수(TES) 39.03점을 챙긴 김연아는 예술점수(PCS)에서도 35.89점을 얻어 2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74.64점)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이날 17번째로 링크에 등장한 김연아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컨디션 난조에 대한 걱정이 일었지만 기우였다. 첫 번째 점프를 가뿐하게 성공시킨 그는 이후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김연아는 21일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메달 색깔을 결정짓는다. 금메달이 여왕과의 동행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인 228.56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대회 종료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을 했다.

정상의 자리에서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위대한 기록'을 위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로 정했다.

김연아는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로 피겨 여자 싱글 2연패 타이틀에 도전한다. 앞서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1032·1936년)와 옛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1984·1988년)가 대기록을 달성했다.

비트 이후 26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여자 싱글 2연패의 위업을 여왕이 탐내고 있다. 달성만 한다면 더 없이 완벽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갖은 변수들이 김연아의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의 행보에는 흔들림이 없다.

【소치(러시아)=뉴시스】김인철 기자 = 피겨여왕 김연아가 19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애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를 연기하고 있다. 2014.02.20. yatoya@newsis.com 2014-02-20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좋지 앉은 빙질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앞서 열린 남자 싱글 경기에서 상당수의 선수들이 넘어지며 곤욕을 치렀다.

김연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소치에 도착한 뒤 진행한 공식훈련과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며 현지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다.

러시아의 텃세도 김연아의 연기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러시아의 유망주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돌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그는 쇼트프로그램 연기 도중 점프 실수를 저지르며 5위(65.23점)에 머물렀다.

심판들의 채점이 소트니코바·리프니츠카야 등 러시아 선수 쪽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실력 차를 덮기에는 무리가 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가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1위 수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김연아가 주의해야 할 유일한 불안요소는 긴장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다.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이날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빙판 위에 서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점프도 되지 않았다.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게 돼 다행이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봐 걱정이다. 하루가 남았으니 마음 편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는 김연아다. 긴장감을 떨쳐내고 제 실력만 발휘한다면 그의 '현역 스토리' 마지막 페이지는 해피엔딩으로 장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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