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러시아)=뉴시스】김인철 기자 = 피겨여왕 김연아가 19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애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를 연기하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4.02.20. yatoya@newsis.com 2014-02-20
【소치(러시아)=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피겨여왕' 김연아(24)가 "너무 많이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연기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의연했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연기를 앞두고 워밍업을 하면서 김연아는 연습 때와 마찬가지로 점프를 완벽하게 뛰지 못했다. 3조 연기에 앞서 주어진 6분간의 워밍업 시간 때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4차례 중에 두 번만을 성공했다.

워밍업 이후 표정이 좋지 않았던 김연아는 연기에서는 점프를 뛰며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텝시퀀스에서 레벨3(스리)를 받으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김연아는 "워밍업 때 너무 많이 긴장했다. 점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로 연기를 시작했다"며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하지 않았는데 빙판 위에 서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점프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4년 전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와 비교해서도 더 긴장했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김연아의 설명이다.

그는 "오늘 쇼트프로그램이 최악이었다. 경기가 아니라 경기 직전에 점프를 제대로 뛴 것이 없다. 몸에 점프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맨 몸으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다"며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연습에서 잘 했던 것이 억울하지 않게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긴장했다지만, 김연아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큰 실수없이 연기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말한 김연아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의 매일 쇼트프로그램을 완벽하게 했다. 본 무대에서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았다"며 "'연습 때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게 뭐 있냐'는 생각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줬다.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가진 드레스 리허설에서 김연아는 스텝시퀀스를 하다가 파인 얼음에 날이 걸린 후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당시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김연아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낮잠도 푹 자서 기분이 좋았다"며 "하지만 워밍업 때 상황이 역전됐다"고 전했다.

'강심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연아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저도 사람이니까요"라고 웃음을 터뜨린 후 "긴장을 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긴장을 늘 한다. 긴장이 어느 정도냐의 차이다"며 "오늘 왜 더 긴장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실수없이 쇼트프로그램을 마쳐서 다행이다. 억울하지는 않게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김연아는 스텝시퀀스를 하다가 흔들려 레벨3를 받는데 그쳤다. 스텝시퀀스는 김연아가 레벨4를 받던 구성요소다.

그는 "스텝시퀀스를 하다가 삐끗했다. 턴이 매번 할 때마다 다르다. 그래서 레벨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가장 마지막 조에 포함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적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앞 조에서 연기하면 불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고 밝힌 김연아는 "이제 와서 점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다 끝났다. 내일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를 마친 후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던 김연아는 점수가 발표된 후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점수를 봤을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수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김연아는 "지난 시즌과 달리 규정이 바뀌었다. 매 시즌 달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웃어 보였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그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연아는 "솔직히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욕심은 없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운 상태다"고 전했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직후 프리스케이팅 조추첨에서 맨 마지막 순서를 뽑은 김연아는 추첨 직후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워밍업 후에 대기 시간이 길고, 마지막 선수로 출전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번호를 뽑고 나서 아쉬웠다"며 "원래 마지막 그룹에서 스케이팅을 하는 것을 안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기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준비한 만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외신들은 김연아에게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이유는 한국이 원하고 평창올림픽을 위해서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준 김연아는 한국 피겨의 기둥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밴쿠버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고민이 많아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내가 선택했고, 책임을 지기 위해 여기까지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소치올림픽에 나 뿐만 아니라 한국 선수 두 명이 함께 왔는데 이들이 앞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활동할 선수들이다. 이들이 시니어 선수로서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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