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찾아오는 다리 통증…당신의 혈관상태는? 

▲걸을 때 다리가 아프면, 무조건 척추질환?…NO!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57세 남자 환자가 약 4년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우측 엉덩이부터 허벅지를 타고 종아리까지 통증이 온다고 병원을 찾았다.

약 15년 전부터 달리기를 하면 우측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하지만 최근, 오르막을 오를 때면 통증이 심해지고 걸음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서서히 호전이 되는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그는 척추디스크가 다리로 내려와서 아픈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고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았다. 환자를 진료한 정형외과 의사는 등골(척수)이 지나가는 척추의 통로(척추관)가 퇴행성으로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추정하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했다.

'척추관 협착증'이 있으면 앞서 말한 증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검사 결과, '척추협착증'이 아니라는 소견이 나온 것이다.

척추가 안 좋은데 동네 의사가 잘 진단하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검사결과를 복사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 검사결과 역시 '척추관 협착증'이 있긴 하지만 통증이 생길 만큼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답답한 환자는 서울 인근에 통증클리닉을 찾았고 꼬리뼈에 내시경 시술로 주사를 놓으면 통증이 한결 나아진다는 주변의 권유로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은 다소 완화됐지만 종아리 통증은 여전히 찾아왔다.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동맥경화증'을 접하게 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다리로 가는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생겨 걸을 때 통증이 온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한 그는 심장혈관내과를 찾는다.

환자는 하루에 담배를 한 갑반씩 38년을 피워왔다. 바지를 걷어 양쪽 종아리를 비교해 보니 오른쪽 종아리가 가늘어져 있다. 무릎 뒤로 통하는 혈관(오금동맥)을 만져보니 왼쪽에 비해 오른쪽의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다.

검사결과 하지동맥경화증. 혈관협착정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었으며 동맥경화증에 의해 하지 동맥이 좁아지거나(협착) 막히는(폐쇄) 현상으로 추정됐다.
흔히 CT라 불리는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동맥혈관촬영 결과 아래 배 속의 우측 장골동맥(골반동맥)이 동맥경화로 완전히 막혀있었던 것이다.

 

환자는 막힌 우측 장골동맥(골반동맥)을 수술적 방법이 아닌 사타구니에 국소마취를 하고 가는 관과 부드러운 철선(유도철선), 풍선 달린 도자와 스텐트(철 그물망) 등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뚫어내는 '하지혈관 중재술'을 받았다.

그는 시술 다음 날부터 보행을 시작하였으며 '다리가 훨씬 가볍다', '멀리 걸어가도 통증이 없고, 통증이 없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도 훨씬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10여 년간 고생을 한 것 아니냐?"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현재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다리에 찾아온 통증의 원인은 척추디스크도 아니고 척추관 협착증도 아닌 동맥경화로 인한 혈액순환 문제였다.

환자의 예처럼 다리 동맥의 동맥경화증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찾아오는 통증과 기운이 빠져 보행에 장애가 생기는 '하지파행'으로 고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발가락이나 발이 썩어 들어가면서 발을 절단하게 되는 불행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 말초혈관질환과 발가락 괴사, 어떻게 치료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질환은 어떤 경우에 잘 생길까? 우선 고령자에서 위 증상이 잘 나타난다. 나이가 70세를 넘어가면서 세명중 한명은 다리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찾아온다.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자의 경우 발병확률은 더욱 높다. 또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발생한다.

하지동맥경화의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동맥 동맥경화도 및 협착도' 검사가 정확도가 높으며 5분에서 10분정도의 검사시간과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동맥경화도 및 말초혈관협착 검사가 필요한 경우

1. 65세 이상 고령자
2. 당뇨병 또는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3. 흡연자
4. 심장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경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
5. 걸을 때 다리에 통증, 저림, 기운 빠짐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하지동맥 동맥경화성 협착증이 진단되면 가장 먼저 혈전(피떡)이 생겨 막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전제를 투여해야 한다.

이어 가는 혈관을 통해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약물과,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한 지질강하제(콜레스테롤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가 기본적이다.

CT혈관촬영에서 협착이 심하거나 폐쇄가 있으면 약물치료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혈관중재술을 받아야 한다.

혈관중재술은 사타구니에 국소마취를 하고 가는 관과 부드러운 유도철선, 풍선이 달린 도자와 스텐트 등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거나 뚫어 다리근육으로 혈액공급이 원활하도록 도와준다.

경우에 따라 인조혈관을 이용하여 샛길을 만드는 '혈관우회로 수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65세 이상이 되면 한번쯤 '동맥경화도 및 하지동맥 협착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자의 경우에는 혈관이 나빠지면서 동맥경화증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담배는 끊는 것을 권유한다.

고혈압 환자는 철저한 혈압조절이 필요하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조절이 필요하겠다.

고지혈증 환자는 적절한 콜레스테롤 조절이 중요한 예방책임을 명심하시기 바라며 관리 받고 있는 병원의 담당의사와 독자 여러분의 혈관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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