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성.심태환의 세상 탐험기]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려한 여행지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며 정신적인 휴양을 통한 힐링여행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사회에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요즘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나라 라오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관광을 하려면 태국에 가고 유적지로 보고자 한다면 캄보디아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라오스에 가라”

라오스는 인도 차이나 유일의 내륙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다.
태국이나 필리핀처럼 화려한 관광지와 아름다운 남국의 바다를 가진 것 도 아니고 캄보디아나 버마처럼 세계적인 문화 유산을 뽐내는 것도 아니고 베트남처럼 활력이 넘치는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라오스 사람들이 보여주는 순수하고 맑은 눈빛과 수줍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미소는 세상에 어떤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순간은 ‘나와 다름’을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편리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빠르고 정확한 계산이 중시되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경쟁논리가 가득한 도시정글에서 온 이방인에게 이들이 건네는 수줍은 미소는 그 동안 잊고 있던 내면의 고요함과 완벽한 평화로움의 세계로 다시금 안내한다.
 

 

 

“캄보디아 인들은 벼를 심으며 살아가고 베트남 인들은 거두며 살아가고, 라오스 인들은 벼가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깃들여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가는 단순한 삶에서 오는 여유롭고 행복 가득한 맑은 눈빛과 순박한 미소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평화로움의 순간은 라오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변화의 거센 물결이 느껴지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잘 정비된 메콩 강변에 앉아 비엔티엔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하는 붉은 석양을 바라고 있으면 메콩 강변을 따라 하나 둘 상인들이 모여들어 야시장을 이룬다.
이제는 관광객들이 주 고객인 이곳에서도 우리에겐 낯 설은 풍경이 펼쳐진다.
삶의 활력이 넘치는 시장. 하지만 이곳에서는 소리 높여 손님을 부르고 잡아 끄는 호객행위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도 없다. 오히려 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수줍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상인들과 종종 계산을 잘못하여 낸 돈보다 거스름돈을 더 받은 이방인의 난감한 웃음이 흘러 넘친다. 해질녘부터 저녁 9시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삶을 영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인연과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 배낭 여행객의 천국으로 불리는 방비엥

아름다운 쏭강의 물줄기를 따라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을듯한 아름다운 봉우리들로 둘러 쌓인 방비엥은 중국의 계림을 쏙 빼닮았다하여 소계림으로 불리운다.

하지만 진정한 방비엥의 풍경은 사람을 통해 완성된다.

 

 
아름다운 쏭강의 물줄기를 따라 소박한 마을들이 펼쳐지고 낯선 이방인에게도 “사바이디를 소리높여 외치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미소와 한가로이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가 보내는 수줍은 인사 그리고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멱감는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방비엔의 풍경은 완성된다.

한때는 몬도가네 시장으로 불렸던 아침시장 오늘 아침 직접 잡아 내온듯한 물고기 몇 마리를 수줍게 좌판에 펼쳐놓고 해맑은 웃음을 짓는 라오스 아낙의 모습을 보며 “아이고 저렇게 장사해서 어떻게”하는 이방인의 눈길에도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밝은 미소를 답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소가 된 방비엥의 블루라군의 맑은 계곡물과 그 위를 가로지는 나무 한 그루에 밧줄하나 매어놓은 것이 전부인 평범한 풍경 어찌보면 초라할지도 모르는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지관 된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과의 조화와 평화로움 일 것이다.

평범함 보다 못한 초라한 첫 모습과 달리 전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의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작은 것 에도 행복해 하면 저마다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풍경을 바라보면 왜 이곳 방비엥이 배낭 여행객들의 천국 지상낙원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 나눔을 통한 진정한 행복 루앙프라방

라오스의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은 왕국의 중심지로 화려함을 뽐냈을 수많은 사원들과 프랑스식민지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라오스 전통가옥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목들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루앙프라방 중심에 자리잡은 푸시산위에서 바라보는 메콩강의 석양과 동화적인 물빛을 자랑하는 꽝시폭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 루앙프라방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탁발의식을 통해 완성된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탁발의식은 아름다운 골목을 따라 아름다운 나눔의 풍경이 펼쳐진다.
따뜻한 밥을 담은 정성 가득한 바구니를 앞에 두고 맨발로 무릎을 꿇은 주민들로 길가가 가득 메워지면 골목 어귀에서 주황색의 스님들이 물결이 바람처럼 다가온다.

스님들의 발우에 정성을 담아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조금씩 나누어 담아준다.
스님들의 발우는 골목을 가득 메운 나눔과 희망의 정신으로 금새 가득찬다.
하루에 두끼만을 먹는 스님들은 이런 나눔과 희망의 정신을 길가에 빈 바구니를 놓고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시 채워준다.

 

 
탁발은 스님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행위도 내 행복을 기원하는 종교의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누구도 굶주리지 않는 공통의 선을 찾는 과정이고 희망의 나눔이며 행복의 나눔이었다. 내 것을 나누기보다 남의 것을 탐하는 도시정글에서 온 이방인에게 이곳 루앙프라방의 탁발풍경은 잊고 있던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천천히 다가오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라오스"

라오스는 사람을 압도하는 유려한 풍광도 웅장한 건축물도 화려한 문화유적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매력을 지닌 곳이다.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가는 단조로운 삶 속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 나눔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풍경. 사람의 사람에 대한 사랑 가득한 미소는 빠르고 편리한 것만 쫓던 도시 이방인에게 처음엔 낯 설음으로 다가오지만 어느덧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를 선물한다.

 

 
끝으로 잊혀지지 않는 작은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 방비엥의 골목 안

라오스 전통 맛사지를 마치고 가게 앞 작은 탁자에 앉아 라오스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맛사지사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온 작은 꼬마 아가씨가 자꾸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조른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면 벌로 뭘 할까? 꿀밤 때리기 할까? 라고 묻는 이방인에게 밝은 미소로 지면 이긴 사람 “꼭 안아주고 볼에 뽀뽀해주기 해야 되요” 라고 큰소리로 대답한다.

행복은 누군가를 이겨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꼬마 천사에게서 다시 배웠다.
 

글쓴이 조대성.심태환 / e-mail : hurykein@hanamil.net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 거주하고 있는 조대성씨는 필리핀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다가
라오스로 이주, 현재 Lao Wide Tour의 이사, 방송 여행코디네이터로 심태환 실장과 같이 근무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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