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를 세르비아 영토로 규정하는 세르비아 새 헌법이 29일(현지시간) 투표 참가자 96%의 찬성으로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민간 선거감시기구인 '자유선거와 민주주의 센터(CeSID)'는 28~29일 실시된 이번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53.3%이며 이 가운데 96%가 새 헌법에 찬성표를 던져 전체 유권자 가운데 51.6 %가 새 헌법안을 지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새 헌법은 전체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채택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가까스로 통과됐다.

▲ 반쪽 투표, 부정 의혹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 총리는 새 헌법이 통과되자 국영 방송에 출연, "세르비아의 새 시대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자축했다.

친서방파인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도 "새 헌법이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구시대에서 벗어나 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슈투니차 총리는 "반대자들이 반대표를 던지기보다 기권을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표율은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코소보 지역 세르비아인들도 투표 결과를 크게 반기며 자축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28일 밤 코소보 북부 코소브스카 미트로비카에 모여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라고 외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알바니아계 200만여명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코소보 주민들에게 '반쪽 투표'의 정당성을 강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투표 부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당은 투표 과정에 '엄청난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세르비아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당은 투표 종료 몇시간 전부터 갑자기 투표자수가 늘고 일부 투표자들이 신분증도 없이 몇차례에 걸쳐 중복 투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 12월 중순 조기 총선

세르비아는 지난 5월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를 통해 신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하자 새로운 체제를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따라 새 헌법안을 마련했다.

새 헌법안은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세르비아가 독립국가가 됐음을 선포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새 헌법 입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소보가 세르비아의 영토임을 명시하는 조항이 본질적인 내용보다 더 부각되면서 이번 국민투표는 코소보 독립에 대한 찬반 투표와 같은 성격을 띠게 됐다.

코소보는 지난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개입으로 코소보 내전이 종료된 이후 유엔의 관할 하에 놓여 있다.

새 헌법은 상당 부분이 정부의 독점적 권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고쳐져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난도 받고 있으나 코소보 독립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대변하고 있어 큰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친서방 정당과 급진적 극우 민족주의 정당들도 각자 다른 이유에서 이번 헌법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세르비아 정부와 여당은 과거 솔로보단 밀로셰비치 독재정권과 단절된 새 정권이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밀로셰비치가 소속됐던 사회당과 급진당은 국민감정에 부합하기 위해 새 헌법을 옹호하고 있다.

헌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12월17일 또는 24일로 예정된 세르비아 조기 총선 실시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비아 의회는 다음달 5일 임시 회의를 열고 총선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헌법 통과로 고무된 타디치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확고한 민주 세력이 민주 정부를 지탱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가입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총선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세르비아 새 헌법은 코소보 위상에 대해 국제법상 어떠한 법적 구속력도 갖지 않으나 코소보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서방측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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