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왕면 제주지방조달청장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갖가지 사연을 지닌 대한민국의 숱한 달인들이 등장한다.

어떤 한 노인은 성냥개비로만 거대한 숭례문 모형을 만드는가 하면, 온갖 종류의 나뭇가지를 모아 그것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어렸을 적 가난 때문에 묵묵히 돈을 벌어야 했던 어떤 이는 나이가 들어서야 홀로 독학하며 아름다운 그림들을 척척 그려냈다.

신문 스크랩이 취미였던 한 청년은 수십 년 동안 전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을 모아 결국 신문 박물관을 만들기도 했다.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이라고는 혀 밖에 없던 어린 소녀가 자신을 돌봐주는 어머니를 위해 혀로 종이학을 접어 선물하는 눈물겨운 스토리도 방영된 바 있다.

어느 한 곳에서,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달인이 된다.
방송인 김병만이 보여주는 그의 달인 같은 모습은 그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방송에 드러나야 알 수 있는 이런 달인들 보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 곳곳엔 이러한 달인들이 정말 많다. 한 직장에서만 줄곧 일해 온 사람들 모두가 달인이다.

▲ 송왕면 제주지방조달청장. ⓒ뉴스제주.

그 가운데 조달청이라는 기관 한 곳에서만 37년여를 지내온 인물이 얼마 전 제주도로 발령받았다.

송왕면(56) 제주지방조달청장은 지난 4월 18일에 제주로 내려왔다. 그는 1976년 공직에 입문한 후 조달청 품질관리단 품질총괄팀장, 기획조정관실 경영지원팀장, 국제물자국 외자기기팀장, 기획조정관실 조달교육담당관, 시설사업국 예산사업관리과장 등을 역임했다.

인천지청 관리과, 물자국 물가조사과, 내자국 가격2과, 총무과, 내자국 내자2과, 감사담당관실, 시설국 계약과, 구매사업본부 구매제도팀 등을 두루 거친 조달행정 전문가다.

조달청은 일반 시민들은 잘 접할 수 없는 기관이어서 생소할 수 있다. 공공물자를 국가기관 등에 조달하는 기관으로 기업들과만 상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해 부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공공물자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시민들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서기 시작했다.

송왕면 청장을 만나 조달청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인생 이야기를 짤막하게나마 들어봤다.

▲ 제주지방조달청, 도민들이 쉽게 접하기엔 좀 거리가 있는 기관이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간략히 설명 바란다.

조달청은 정부수립 다음해인 1949년 1월 17일 임시외자총국으로 부터 출발해 65년의 긴 역사를 가진 정부조달기관이다.

주된 업무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구매공급 및 시설공사에 대한 계약과, 원자재비축사업, 나라장터 운영 및 관리, 정부물품관리 및 국유재산관리 등이다.

지난해 사업실적은 39조원으로, 전체 공공조달사업 113조 원의 35%를 차지해 효율적인 정부재정 집행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제주지방조달청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2달여가 지났다. 76년에 공직에 입문한 후 조달청에서만 몇 년을 지냈는지, 어떤 일을 맡아 오셨나?

오로지 조달청 한 솥 밥만을 먹어왔다. 처음 공직에 같이 들어온 직원이 삼십여 명이었으나 일부는 다른 부처로 갔고, 또 중간에 그만둔 직원이 대부분이다. 현재 조달청에 남아 있는 직원은 서 너 명 정도다.

엊그제 발령 받은 것 같은데 벌써 37년간을 조달청에서만 근무를 했으니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말하는 것보다는 일해보지 않은 부서를 말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비축관련부서와 물자관리부서만 빼고 모두 부서에서 근무한 것 같다.

37년간의 기간에는 군대생활 3년과,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 3년 반, 그리고 국무총리실에 1년간의 파견 근무가 포함된다.

▲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되었을 것 같다. 급한 일들은 어떤 것이었으며, 어떻게 해결했나.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정말 안타까운 일이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 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1대 29대 300으로 큰 사고, 작은 사고와 징후의 비율이 이렇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것에 대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300여 명의 인명피해와 아직까지도 패닉상태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선 조달청에서는 본청장님의 지시로 본청뿐만 아니라 각 지방청에서도 조달청에서 계약 체결한 시설공사현장 중에서 사고 발생소지가 있는 공사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향후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달청도 여러 과제 등을 발굴해 추진 중에 있다.

그러한 조치로 우선 자격이 없는 자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조세 및 4대 보험 체납자에 대해 신인도 감점 등 정부입찰에서 불이익이 부여(6월)된다.

또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기업이 위장회사를 통해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처분의 효력 승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나라장터와 다른 기관 조달시스템을 연계해 영업정지 업체 등 부적격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 송왕면 제주지방조달청장. ⓒ뉴스제주.

▲ 친환경제품이 공공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조달구매 시 환경요소(에너지효율, 재활용 등)를 구매규격에 반영해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공공조달 최소녹색기준 운용)를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엔 적용대상이 75개에서 100개로 확대된다.

공공녹색구매의 편리성 제공을 위해 그 동안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녹색관련 제품정보와 구매정보, 인증정보, 관련 규정 등을 한 곳(공공녹색통합 정보망)으로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품질, 효율, 환경적인 요소 등을 고려한 종합낙찰제 적용대상 품목(현행 10개)을 추가 개발하고, 종합낙찰제 확대적용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또한 녹색제품의 구매촉진을 위해 건설공사현장에 포함된 ‘녹색건설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에 대해 공공기관의 장은 직접 구매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종합공사는 추정가격 20억 원 이상, 전문공사 및 정보통신공사 등은 추정가격 3억 원 이상의 사업들을 공사토록 하고 있다. 품목별 추정가격은 3천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품목은 전기냉난방기, 열회수형환기장치, 직화흡수식냉온수기, 태양열설비, 태양광발전설비, 지열설비, 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 가스히트펌프 등 8개다.

▲ 이외에 재활용되는 물품들은 어떻게 처리되나?

조달청은 정부물품 중 불용품을 재활용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권역별로 정부물품재활용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품관리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또한 조달청은 재활용사업을 영위하는 자 중에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선정, 계약 체결해 관보에 공고하고 물품관리기관으로부터 불용품 양여 요청 접수 후 사업자에게 불용품을 수집하도록 통보한다.

사업자는 조달청으로부터 불용품을 수집하도록 통보 받으면 사업자 부담으로 재활용 대상 불용품을 수집하고, (운반)·보관·수리 판매할 수 있다. 판매금액은 전액 국고세입으로 처리한다. 판매 수수료는 조달청에서 사업자에게 세입 조치된 판매금액의 일정률(10∼50%)을 운용비용으로 지급한다.

사업자는 수리가 가능한 물품·중고품 등을 대상으로 취득금액에 관계없이 수집하고 있으며, 주로 사무용 가구, 사무용 기기, 가전제품류, 기타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수집한다.

▲ 제주지방조달청에서만 역점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나 행사가 있다면?

조달행정은 주로 계약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구매계약업무를 집행하기 때문에 11개 지방청의 업무가 대동소이한 실정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필요로 하는 특정 물품이라든가, 조달업체의 특성을 감안해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주지역은 제주특성에 부합하도록 물류비 증가요인 등을 감안해 구매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제주도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되기 때문에 전국체전에 소요되는 물자가 적기에 공급되도록 상반기 주요사항으로 추진했다.

▲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등록된 물건들이 정작 제주도 기업이나 행정기관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민원이 많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나?

제주지역 조달우수제품 인증업체는 2개사(동성콘크리트, 서문기업)가 있었고, 지난 6월 27일에 ㈜대은이 조달우수제품 인증을 받았다. 동성콘크리트와 서문기업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인증을 받았으나 인증기간이 짧아 인지도가 다소 낮다. 그 때문에 실적이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제주지방조달청에서는 동성콘크리트에 6억 4천만 원, 서문기업에 3천 400만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제주도 관내 제조업체에 대해 우수제품 선정 요건을 조사한 후, 요건을 갖춘 업체에게 우수제품 선정절차 안내와 함께 우수제품 선정 노하우 등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이미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물품에 대해선 많은 기관에서 요청할 수 있도록 우수제품 책자 등을 발간해 홍보 및 안내할 방침이다.

또한 제주지역소재 다수공급자 계약물품 및 문화상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제주지역 정부합동청사 1층에 홍보 전시대를 설치했다.

▲ 송왕면 제주지방조달청장. ⓒ뉴스제주.

▲ 경기도 화성 출신인 것으로 안다. 제주에서의 근무는 처음인가?

이번에 제주도 땅을 밟은 것은 3번째다. 처음 두 번은 가족과 여행으로 왔었다.

한국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3이 행운의 숫자라서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3이라는 숫자를 왠지 좋아한다. 제주지방청과 제주지역에도 도움이 되고 행운이 될 수 있는 조달행정을 수행하도록 하겠다.

지금 제주는 휴양의 도시, 관광의 도시로서 유네스코가 제주도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의 세계적인 보물이 됐다. 제주도가 더욱 발전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명품 도시가 되는데 미력이나마 전력으로 노력하겠다.

▲ 오랫동안 조달청에서 일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요즘은 엑스포가 많이 개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제공인 최초 엑스포는 1993년도에 대전에서 개최된 대전 엑스포다.

처음 개최되는 대전엑스포에 파견되어 그간 조달청에서 하지 않던 많은 용역계약과 각종 휘장상품계약, 홍보물 계약을 하면서 무척 바빴지만 국제적인 행사가 내 손에서 많은 부분이 이뤄진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달교육원장 시절엔 조달업체 교육과정을 신설해 조달업체 교육을 진행했다. 조달업체는 물론 조달청 직원의 업무 부담을 감소시킨 바 있다.

조달업체 교육의 필요성을 거론하고자 한다.

조달청 등록업체는 26만 여개 업체인데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직원의 이직율이 높아 조달업무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실정이다. 조달제도의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계약업무의 원활하지 못한 이행으로 조달업체는 부정당업자 제재의 불이익 사례가 빈발했다.

조달청 담당자는 조달업체의 조달업무 이해 부족에 따른 문의전화 폭주로 직원이 낮에는 근무가 곤란한 실정이었다. 수요기관과 계약불이행이 발생하면 신규 구매추진 등의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조달교육원에서 활용하는 교재를 인쇄책에서 전자책으로 활용해 삼자 모두에게 조달제도를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책자발간에 따른 예산도 연간 2~3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도 예산절감을 위해 가능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전자책으로 활용하도록 추진한 바 있다.

▲ 제주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4월 중순에 제주지방조달청장으로 발령을 받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제주에서 근무하는 동안 제주도민을 위해서 무엇을 남기고 올 것인가를 잠시 생각했다.

오현(김정, 정온, 송시열, 김상헌, 송인수) 중에서 김정, 정온, 송시열 선생은 유배인 신분이면서도 제주발전에 큰 역할을 해 그 이름이 길이 알려지며 제주도민으로부터 추앙을 받은 인물이다.

하물며 유배를 와서도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큰 영향력을 끼쳤는데, 제주지역을 발전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어깨가 자못 무거움을 느꼈다.

조달청은 65년의 긴 역사를 가진 기관이다. 조달청에서 수행하는 공공조달업무 성격상 공공기관에 물품을 제조해 납품하거나, 시설공사업을 하는 기업에게는 많이 알려졌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관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부터는 우리나라 국민의 37%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이용해 주민의 편익을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이제는 주민들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는 기관이 됐다.

제주도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공공 및 민간 수요가 한정돼 있고 또한 육지로 진출하기에는 물류 수송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등으로 육지에서의 경쟁력은 열악한 실정이다.

따라서 여러 농공단지 입주기업, 사회약자기업인 여성·장애인기업 및 벤처기업 등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다. 제주도내 공공기관에서도 가능한 제주지역 생산품을 구매하도록 협조 요청해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도약에 일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뉴스제주 –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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