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감의 시시만평]

 
이석문 교육감 당선으로 제주도 교육 역사상 첫 진보 교육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교육의원 당시 보수성향의 양성언 전 교육감과 각종 교육현안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진보교육 거두로 입지를 굳혀 나갔던 이석문 교육감은 당선된 이후부터 자신이 주장해왔던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석문 교육감 체제 이후 교육계의 신선한 바람이라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육가족들 내에서는 반발 분위기가 더 강하다.

그 이유는 제주교육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기존 관행의 흐름을 이어왔던 제주교육계 내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

솔직히 진보교육감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사항이긴 했으나, 정책 형태와 추진속도가 교육여건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주간 기획조정회의에서 “학교별로 추진하고 있는 특색사업을 없애겠다”며 양성언 전 교육감의 추진사업 전면 폐지를 언급하면서 교육계 반발을 촉발시켰다.

또한, 이 교육감은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 보내는 공문을 ‘교육과정 운영’ 과 ‘교육과정 지원’으로 분류해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학교 현장에 근무하는 교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어 교육에만 전념시키겠다는 취지.

이번 지침을 통해 교원들은 정규수업 외 특색사업과 공문처리로 인한 업무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선 학교에서 행정직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교원을 위한 정책이 그리 달갑지 않은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제주도의회가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별 특색사업 폐지에 제동을 걸고 나왔고, 제주도교육청공무원노조도 교원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행정실로 넘기려 한다며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조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제주교육계 논란이 되고 있는 평교사도 교장급 장학관이 되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기준 개정안을 이석문 교육감이 적극 추진할 뜻을 천명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장학관은 평교사에서 장학사 되기 위한 관문을 넘어 경력을 쌓은 후 승진해서 맡게 된다. 장학관은 교감과 교장급이 주로 맡고 있다.

그러나 이석문 교육감이 추진하는 이번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기준 개정안은 고도의 전문성과 교육경륜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평교사를 곧바로 교감이나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장학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교육계 반발이 거세고 있어 추진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장학과 임용은 교육감이 고유권한이라며 말을 한다. 그러나 교육은 오랜 기간을 거쳐 결과가 나타나는 특유의 습성이거니와, 미래 사회를 이끌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분야라는 점에서 교육감의 고유권한이라며 인정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교육계 전반적 중론이다.

이러한 이석문 교육감의 급진전 개혁에 도의회 의원들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5일 제주도교육비에 대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이경용 의원은 "급진적인 개혁은 실패하게 돼 있다"고 전제 한 후 "국내 대입제도가 현행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만 독자적인 노선으로 고입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이상향에 치우친 급진적인 개혁 추진은 세계 역사적으로 봐도 항상 실패해왔다. 역사가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희현 의원도 '이석문 교육감의 제주교육 체제개편'에 대해 "너무 급속한 변화는 제주교육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김 의원은 '20년 평교사도 장학관이 될 수 있다'는 이석문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교장직에 있던 자와 평교사로 있던 장학관이 한 자리에 있으면 균형이 무너지지 않겠느냐"며 "이러한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변화도 필요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학부모와 학생, 제주교육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수 교사를 장학관으로 발탁해 교사의 사기를 붇돋워 주려는 의지를 봐야 한다며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교감이나 교장을 거치지 않고 평교사로 교육감이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평교사에서 느낀 일선 학교현장의 경험을 자신의 임기 내 투영하려는 모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특수 분야와 막중한 책임감이 부여되는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과 교원, 그리고 학부모와의 이해관계 없이 일방적 추진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기에 교육가족 모두가 아우르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적 신념이나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방침이나 제도가 매번 바뀐다면 교육혼란이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피해는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하기에 정책 추진함에 있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실패의 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모교인 칭화대에서 연설을 할 당시 모두발언에 약 5분가량 중국어로 인사 및 격려 발언을 하면서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이라는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을 중국어로 인용하여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말의 뜻은 “곡식을 심으면 1년 후 수확하고, 나무를 심으면 10년 후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100년 후가 든든하다는 뜻”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교육은 말 그대로 백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하기에 교육방침과 교육제도 개혁에 신중함을 재차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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