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엄창섭교수의 교육칼럼]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2012년 교육 여론조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2012-24)’에 의하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는 ‘학생 인성·도덕성 약화’(35.8%)와 ‘학교폭력’(34.5%)이라고 한다. 최근 반값등록금과 사교육비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였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처럼 보인다.

학생들의 인성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심심찮게 지면을 채우곤 했다. 위 여론조사의 응답자 중 55.1%는 초·중·고등학생들의 인성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며, 꽤 많은 사람들(초등학교 45.6%, 중학교 39.5%, 고등학교 27.3%)이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소위 입시과목으로 중시되는 국어, 외국어, 수학보다 높은 것이다. 한국교총은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대책에서 인성교육의 주체와 관련하여 ‘학부모의 자녀 인성교육 강화와 가정·학교의 협력 강화’(27%)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학교보다는 가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학급당 학생이 30-40명에 이르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한다.

인성이란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1. 사람의 성품, 2.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특성”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교육학적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OECD에서 2006년 발표한 SOL (Social Outcomes of Learning)에서는 교육의 중요한 결과로 ‘시민 사회적 참여’를 학교에서 길러주어야 할 중요한 인성 요소로 들고 있다. 시민 사회적 참여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지녀야 할 지식, 가치, 태도, 실천을 종합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 협동하는 능력, 갈등을 해결하고 관리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결국 인성이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적, 윤리적 가치 뿐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인성’의 의미는 도덕적 윤리적 가치의 타락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도덕이나 윤리 교육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교육전문가들과 선생님들이 노력을 해온 분야인데 왜 최근에 와서 특별히 문제가 된 것일까? 그것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변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학교 인성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2009년에 수행된 ‘중학교 인성교육 실태분석 연구’(현주, 2009)에서는 주관부서의 부적절성, 문제학생 대책 중심교육, 예절·성실·바른생활·정직 등 개인덕목 위주의 교육, 이론과 실제의 괴리, 교과목과 관계없는 교육, 체험보다는 강의 위주, 매뉴얼의 부재 등을 학교 인성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학교 교육의 방향이나 틀이 잘못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이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 계발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성이나 도덕적 가치 교육이 아닌 입시 준비 위주로 운영되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 즉 친구를 따돌리고 친구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에게 양보나 협력 등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예능 과목이나 도덕 윤리 과목조차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점수올리기의 방편으로 변질되어 있고, 봉사활동조차 본인이 아닌 부모가 대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도덕적 윤리적 판단력을 키우고 바른 인성을 체득시킬 수는 없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입시 제도를 학교 수업 위주로 최대한 단순화시킴으로써 정상적인 공교육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경험위주의 인성교육을 실시해야만 효과적으로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추락된 교사들의 권위이다. 스승이 가지는 참된 가치는 지식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따라하는 모본(模本)이 되는 데 있다. 요즈음도 제자들을 위해 고민하고 희생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지상에 보도되는 일단만 가지고도 이미 선생님들의 권위가 얼마나 추락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존경하지 않는 선생님에게서 단순한 지식 이외에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니 지식은 학원이나 인터넷을 통해 더 쉽게 더 많이 획득할 수 있다. 교사들의 실추된 권위를 하루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선생님의 존재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선생님들이 바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먼저 선생님들의 자성과 뼈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처우 개선과 더불어 교사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초·중·고등학교의 전문교과교사로 활용할 수 있으면 여러모로 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오신 선생님들은 인성위주의 교육에 전념하고 전문교과목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교육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가정은 어떠한가? 한 사람의 인성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출발지는 아마도 가정일 것이다. 우리는 가족들과 생활하는 삶 속에서 도덕과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나 인생의 꿈과 비전을 만들어 간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즐겁고 기쁜 일도 함께 겪으면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최근 이혼으로 인하여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로 부모가 떨어져 있거나, 기숙학교 재학생이나 기러기 부모 등과 같이 부모와 자녀가 같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통한 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삶을 통한 교육은 몸의 기억 속에 남는다. 가족들과 함께 했던 경험들은 이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데 그대로 적용되는 산지식이다. 온 가족이 같이 하는 시간을 늘려감으로써 살아있는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인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인성이나 교육 문제를 가정과 학교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감사나눔신문,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등 12개 전문기관과 인성교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특화된 프로그램개발, 교육재능기부, 전문사업 추진, 학생지도, 교원 및 학부모 연수, 인성교육 공동 캠페인 전개 등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성교육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들이 서로 딴 목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만들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학교와 부모를 도와야 한다. 가정과 학교와 괴리된 검증되지 않은 연구 실험을 하여서는 곤란하다.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어떻게 하는 가에 따라 우리나라 장래가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힘을 합하여 학생들의 인성회복에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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