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 대로

 

 천주교 제주교구 내 성직자 부모들에게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의 배려로 해외나들이 성지술례 기회가 생겼다.

우리 부부도 막내아들이 신부인 덕에 일본 나가사키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가사키는 일본에 천주교가 처음 전파된 곳이고, 많은 순교성인을 배출한 곳이어서 전 세계 천주교 신자들이 성지순례 코스로 많이 선택하고 있다.

400여 년 전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인 1597년 2월 5일 정오 나가사키의 니시자카 언덕에서 일본인 20명과 외국인 6명, 도합 26명의 귀한 생명을 천주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처형했다.

1627년 우르바노 8세 교황에 의해 23명이 1차 시복(성인품에 오르기 전 단계인 복자품에 오르는 것, 천주교 용어)되었고, 2년뒤인 1629년에 예수회 수사 3명도 시복됐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2년 6월8일 비오 9세 교황은 이들 26명을 시성함으로써 나가사키는 천주교의 유명한 성지가 되기 시작했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천주교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도 대동아전쟁 말기 히로시마와 더불어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기회에 나가사키를 여행하면서 일본 사람들에 대해 느낀 소감을 말하고 싶다.

일본사람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가장 원망스러운 듯 했다.

그래서 이 지구상에서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만한 무기가 영원히 없어지기를 바라는 평화주의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곤 했다.

그러나 사실상 1941년 12월 7일(동양은 8일)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선제공격함으로써 소위 대동아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진주만 공격으로 희생된 미국인의 영혼에 대해서는 일본 자신이 가해자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고, 전쟁 말기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에 대해서만 가해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우리 나라 젊은이들을 징용하여 사할린 탄광으로 끌고 갔다가 전쟁이 끝나자, 자기들만 철수해 버려 우리 민족을 러시아땅에 국적없이 백성으로 내팽개친 행위도 반성 못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대동아전쟁이 한창일 때 우리 나라의 젊은 여성들을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가, 전쟁터에서 성에 굶주린 병사들에게 노리개로 던져 주었던 것에 대해서도, 오늘에 와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우기는 철면피함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본이지만 이런 과거를 전혀 반성하지 못하는 태도와 망언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도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나가사키 성지를 둘러보고 원자탄 떨어진 곳도 가 보고, 저녁때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일행 30명 분 불고기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고 배도 고플 때여서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추가로 고기 30면 분을 미리 더 주문했다.

일본은 김치도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김치도 한꺼번에 돈을 더 주기로 하고 많이 주문을 했다.

예약된 불고기는 순식간에 먹어 치웠고, 김치그릇도 남김없이 비었다. 추가주문한 것을 빨리 내오도록 독촉했다.

모두들 젓가락을 놓고 앉아 추가로 나올 고기와 김치를 기다렸으나 30분이 넘도록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 가서 왜 이렇게 추가주문한 고기가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은 식당에 식당에 가서 고기랑 김치가 준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손님이 주문하면 그제야 마트에 가서 오기 때문에 자연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우리 나라처럼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꺼내 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있어야만 그때 그때 장에 가서 식자재를 떼어 온다고 하니 우리의 음식문화와 크게 달랐다.

우리 나라처럼 김치같은 밑반찬은 추기 비용없이 그냥 서비스로 주는 인심좋은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우리는 음식을 너무 많이 남겨서 버리는 낭비가 심한데, 일본에서는 너무 깍쟁이처럼 조금씩만 나오니 남길 음식 자체가 없어 상이 깨끗했다.

일본처럼 그때 그때 새로 장을 봐 오는 것은 본받지 않더라도, 남겨서 버리는 낭비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일본음식 문화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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