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0여 인디밴드, 홍대 잔다리에 모여 음악열정 뿜어내

지난 10월 10일, DSLR 하나와 노트북이 든 가방을 매고 서울 홍대 길거리로 달려갔다.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 서교동에서 펼쳐지는 ‘2014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젊은 인디밴드들이 내뿜는 열기의 현장을 직접 담아내 보고 싶은 욕구에 서둘러 올라갔으나, 욕심만큼 충분히 담아오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밴드들이 참여한 까닭에 선별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무대만을 골라야 하는 괴로움에 빠졌던 것이다.

▲ 2014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 홍보 포스터.

‘잔다리’는 ‘작은 다리’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옛 지명이다. 잔다리 페스타는 세계적인 청년문화 거리로 유명해진 홍대 지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자발적 참여형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잔다리페스타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잔다리컬쳐컴퍼니와 KT&G상상마당이 공동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최고의 인디밴드 축제다. 올해로 3년차다.

우선 이 축제의 성격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기획자가 아티스트에게 개런티를 지불하는 여타 페스티벌과 달리 한다.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해 공연을 펼치며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공연무대로 채워진다. 그래서 ‘자발적 참여형 쇼케이스’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아티스트만 무려 209개 팀이다. 국내 인디밴드들을 비롯해 폴란드, 러시아,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등 전 세계의 밴드들이 모였다. 다국적으로 구성된 밴드도 있다. 발라드, 레게, 락, 메탈, 일렉트로닉, 펑크, 테크노 등 음악에서 표현되는 거의 모든 장르의 소리들이 집합했다.

이 많은 밴드들이 한 자리에서 공연하기란 불가능. 공연은 서교동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주변에 널려진 클럽과 카페 등 21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물론 길거리도 마다 않는다.

공연시간이 장소별로 겹쳐 있기 때문에 209개 팀 중 아무리 많이 봐도 20여 팀을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듣고 싶은 성향을 잘 파악해서 공연시간에 맞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즐겨야 했다.

이제껏 듣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타입의 음악을 즐겨 보고도 싶었지만 제한된 장소와 시간 때문에 목표점을 정해서 계획을 잘 짜야했다. 예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헤매던 기억이 겹쳤다.

행사 첫째 날인 10일에는 오프닝 무대가 무브(muv)홀과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됐다.

상상마당 ‘잔다리 Mandoo Stage’에선 US페스티벌 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된 5개 팀과 3개 축하공연 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입장해보니 이미 루디스텔로(한국, Rock)가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일렉트로닉 얼터너티브 락 장르치고는 강렬한 드럼 비트와 신디사이저, 기타에서 뽑아내는 멜로디가 막강했다. 거기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컬의 음색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더할나위 없이 어우러졌다. 공연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환호성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 앨범을 구매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추후에 음원을 내려받아 이들의 음악을 들었다. 2013년에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성 밴드다. 이처럼 숨겨진 실력파 밴드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짜릿하다.

▲ 일본 혼성 밴드 Moja(모자).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하루히코 히구치(왼쪽)와 마츠미 사쿠라이(드럼).

오후 8시에 이어질 잔다리 오프닝 파티 무대에 서는 밴드 중 하나인 일본 2인조 혼성 밴드 ‘Moja(모자)’를 잔다리 비트 라운지에서 만났다. 남성인 하루히코 히구치는 베이스와 보컬을, 여성인 마츠미 사쿠라이는 드럼을 친다.

“우리는 멋진 음악을 추구하려는 팀”이라며 “일본 도쿄가 주 무대이긴 하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한다. 올해 제주에서의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대답한 마츠미는 정말 여성스럽게 웃고 대답하며 말을 건냈다. 아름다운 미모 뒤에 감춘 마츠미의 파워풀한 드럼 연주 실력은 직접 봐야 한다. 정말 눈 뜨고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루히코의 연주 역시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은 올해 제주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2일 제주시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펼쳐진 제11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에 참가해 여름철 뜨거운 열기를 폭발시킨 바 있다. 이 둘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래, 이게 락 스피릿(spirit)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들은 얼터너티브 락 음악을 거의 실험성에 가까운 연주로 한다. 참고로 Moja라는 밴드명은 ‘모자(cap)’라는 한국어 발음이 너무 좋아 영어식 표기로 지어 만든 거라고 한다. 이런...!

이날 오프닝 무대엔 ECE(한국), Moja(일본), Rebeca(폴란드), Mummiy Troll(러시아), Non Human Persons(독일), 크라잉넛(한국)이 올랐다. 크라잉넛은 이미 밴드활동 20년을 넘긴 이 바닥(!) 대선배가 됐다. 머미 트롤은 1983년에 결성된 러시아의 국민 락 밴드다. 전 세계 각국을 돌며 여러 차례 매진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11일부터 2일간은 209개 팀이 21곳의 베뉴(venue, 공연장소)로 구분된 클럽과 카페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 시간이 빠르면 오후 4시, 늦게는 새벽 1시까지 이어졌던 터라 12일 오후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일정이었던 필자는 10일과 11일 이틀만 즐겨야 했다. 이 때문에 밥 먹는 것은 제쳐두고 대낮부터 밴드들을 찾아다니며 대화에 나섰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름 만큼이나 특이한 이 밴드는 매우 독특한 음악을 선사한다. 사진 왼쪽부터 임병학, 조웅, 김나언, 박태식.

제일 먼저 찾았던 밴드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12일 오후 8시에 공연이 예정돼 있던 터라 공연 현장을 찾아가진 못했지만 예전 스테핑스톤 공연으로 제주에 자주 왔던 터라 익히 이들의 음악을 들어 왔던 터다.

지난해에 무려 130여 차례나 공연을 가졌다. 3월에 미국을, 4월엔 영국을 갔고 러시아와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지에도 건너가 공연을 치렀다. 특히 제주엔 지난 4년간 7번이나 왔다.

밴드명이 독특하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임병학(34)씨의 설명을 빌리자면 ‘옛날,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타고 질주하는’이다. 스텔라는 1980년대에 생산됐던 국산 차량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참, 독특하게도 잘 지었다. 원래는 구디스코스텔라였는데, ‘디스코’가 싫어서 빼고 이렇게 지었다고, 흔히 줄여서 ‘구남’이라고 불린다.

조웅(36,보컬)과 임병학 씨는 오래된 20년 지기 친구. 이 둘이 2집 앨범까지 내고 보다 사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드럼에 박태식(34), 키보드에 김나언(24,여) 씨를 영입했다.

임병학 씨는 “기본적으로는 락 음악이지만 멋진 음악을 추구한다. 크로스오버라기 보다는 모든 소리들을 아우르고 싶은 부분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밴드라고 설명하고 싶다”고 자신들의 밴드를 설명했다. 드럼을 치고 있지만 박태식 씨는 갖가지 장르의 음악을 해왔고, 김나언 씨는 브라질 음악을 자주 듣고 해왔다. 한국에선 접하기도 힘든 브라질 음악이라니...! 3집 앨범은 아주 달라지고 보다 더 성숙해질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한 임병학 씨의 자신감은 이들의 음악적 성향을 살펴보니 그래서 단단하게 느껴진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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