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사운드시티 공연팀 제주서 공연 개최 물거품 된 이유?

# 리버풀사운드시티 공연팀, 제주에 오려 했으나...

얼마 전 리버풀사운드시티 공연을 기획하는 담당자가 제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제주에 놀러 왔던 공연기획 담당자는 제주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서 공연을 개최하고 싶어했다. 계획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공연 날짜는 10월 중순으로 계획했고, 장소는 함덕 서우봉해변으로, 공연에 참가할 팀들 역시 정해졌다. 영국과 독일, 스웨덴, 호주, 미국, 일본, 태국 등 9개국 10개 팀의 밴드들이 직접 공연에 참가하겠다고 나섰다. 이 중엔 이번 잔다리 페스타에 참여했던 Mumiy Troll과 Moja도 있다. 한국에선 사우스카니발이 확정됐고, 자우림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공연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처럼 아티스트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로 진행하기로까지 결정됐던 터였다.

이유는 제주도정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꺼리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제주도 문화정책과에선 얼마 정도의 관객들이 올지도 모를 공연에 큰 예산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리버풀사운드시티는 매년 3000여 명의 음악관계자들이 모이는 지상 최고의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리버풀사운드는 영국의 도시 리버풀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로큰롤 그룹 연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곳에서 비틀스, 롤링 스톤스, 애니멀스와 같은 밴드가 공연하면서 전 세계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된 활동무대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숨겨진 고수 인디뮤지션들이 리버풀사운드시티에 참여한다. 지난해엔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게이트 플라워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폴로 18이 리버풀사운드시티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올해도 6개 팀이 초청받아 영국으로 건너갔다.

# 제주에서 잔다리 페스타와 같은 음악축제, 열릴 수 있을까

사우스카니발의 리더 강경환 씨는 제주에서의 음악축제 개최에 대해 “컨퍼런스 개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의 음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며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잔다리 페스타와 같이, 아티스트들이 직접 참여하는 쇼케이스 타운 페스티벌은 서울보다 오히려 제주가 더 경쟁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폴로 18이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도 제주에서의 공연이 너무나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뮤지션들은 기회만 되면 오고 싶어 하는 곳이 제주다.

구남 밴드의 임병학 씨도 “제주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즐겁다”며 “무엇보다 자연경관이 너무 뛰어나서 마음껏 놀다 갈 수 있는 느낌이어서 좋다”고 평했다.

아폴로 18도 마찬가지다. 최현석 씨는 “4년 전 태풍이 불어 닥쳤을 때의 공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당시 한 관객이 무대 위로 난입하면서 바지가 찢어졌는데, 노팬티였었다. 그럼에도 연주를 멈출 수 없어 기타로 가리면서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고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를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에서의 공연은 늘 최고다. 그냥 제주에서 녹음하고 공연하면서 살고 싶다”며 “일본 오키나와에도 잔다리 페스타와 같은 축제가 있는데 제주의 지역색을 가진 공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어떤 뮤지션이든 제주로 오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2014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에 참가한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의 무대. ⓒ뉴스제주

시간이 부족해 인터뷰에 응하진 못했지만 이아립 씨도 “제주에서의 공연은 항상 좋았던 기억들을 갖고 있다”며 제주에 내려가게 되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우근민 전 지사가 있던 제주도정에선 문화예술 분야로 배정된 2%의 예산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연한다던 창작오페라 ‘라 애랑&배비장’에 3억 원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공연 수익금 1억 원은 증발됐다.

제주영상위원회에도 매년 수억 원대의 예산이 증액되고 있지만, 아직도 도내 영상관련 인프라 확충은 먼 꿈나라 얘기로 지적받고 있다. 어떤 이는 방만 경영에 가까운 제주영상위를 두고 “이제야 초석을 심어가는 조직인데 실적이 미비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두둔했다. 하지만 싹이 제대로 펴 나가지 못하면 당도 높은 감귤을 맺을 수 있을까.

원희룡 도지사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 예산을 2%에서 3%대로 올려 제주문화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허나 실상은 관광 자본뿐만 아니라 공연 문화까지도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모습이 여전하다. 원 도정의 광폭 행보가 기대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