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의 美樂壘] 사랑에 관한, 짧지만 영원히 읊어지는 이야기들 1.

▲ 유자차. 브로콜리너마저의 곡 제목이기도 하다. ⓒ뉴스제주

사랑이 무엇일까.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혹자는 그래서 용기 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소심한 이들에게 전해야 할 말은 ‘실천하지 않은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는 논리인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숱하게 이야기 돼 온 ‘사랑’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을 제압하고도 남을 위대한 수많은 역사를 뱉어냈다. 그것은 문학으로, 노래로, 영상으로, 연극, 조각, 그림 등 온갖 표현수단으로 다양하게 그려져 왔다. 허구이던 실제 있었던 이야기든 간에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들은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을 후벼 파듯이 우리네 감성을 적셔왔다.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촉촉한 발라드부터 괴로움을 토해내는 메탈까지 갖가지 장르에서 격정과 찬란함, 이별, 배신, 설렘, 외로움, 고독, 순수했던 기억들 등 인간이 사랑을 통해 느꼈던 감성들을 담아내 왔다. 그 수많은 곡들 중 어느 한 곡을 택하려면 족히 1000번의 월드컵은 치러야 하지 않을까.

천 번의 월드컵. ‘천 번의 진한 키스’를 곡에 담아 불렀던 이가 있다. Leonard Cohen이 2001년에 발표한 <A thousand kisses deep>이다. 사실, 제목만 이러할 뿐 곡 내용은 사랑스럽지가 않다. 다만 제목처럼 사랑했던 이와 나눴던 진한 키스를 떠올리며 레너드 코헨의 그 진하고 둔탁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묘한 그 음색에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레너드 코헨은 화장품 모 CM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느끼한 목소리의 그 유명한 곡 <I’m your man>을 부른 가수이자 소설가, 시인이다.

<A thousand kisses deep>은 발표 당시 그렇게 큰 유명세를 타진 못했다. 트럼펫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Chris Botti가 2003년에 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덩달아 원곡까지 많이 알려지게 됐다. 재즈 연주가답게 가사는 없애고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트럼펫의 선율로 애잔함을 더했다.

이 곡이 국내서 더 유명해진 이유는 크리스 보티가 정우성 저리가라 할 정도의 조각미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62년생으로 지금은 나이가 들어 살이 좀 쪘지만 정말 잘 생겼다. 이문세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곡을 소개하면서 국내 내한공연 당시 맨 앞줄에 있던 수많은 여성 팬들이 쓰러졌다는 농담 섞인 후일담을 전해주기도 했다.

사랑을 정의 내리고픈 어떤 뮤지션은 아예 곡 제목을 이렇게 쓰기도 했다. <What love can be>. Kingdom Come이 1988년에 발표한 이 곡을 들어보면 “어? Led Zeppelin이네”라고 하시는 분이 분명 있을 터다. 로버트 플랜트는 전설적인 레드제플린의 수장. 그와 당연 비교될 수 없지만 Kingdom Come 레니 울프의 목소리는 플랜트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역량과 음색을 지녔다.

첫 데뷔앨범에서 크게 히트 친 이들은 ‘레드제플린을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았지만, 너무나도 뛰어났던 이 곡 덕분에 유명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묻혀갔다. 마치 Opus가 <Live is life>로 크게 흥했다가 이 곡 외에 알려진 노래가 없는 그저 그런 밴드가 돼버린 것과 같은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l that I want is you to be with me(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당신이 나와 함께 하는 것)’라는 가사 말미 후렴구 때문이라도 이 곡은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혹은 고백하려는데 더할 나위 없이 멋들어진 최고의 곡 중 하나다.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소중한 사람에게 내 사랑이 되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 곡을 불러주자.

Avantasia의 <What kind of love>라는 곡도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뺄 수 없다. 아반타시아는 여러 유명 메탈밴드의 핵심멤버들과 오페라 형태의 작곡이 곁들여진 곡을 만들어 발표하는 프로젝트 메탈밴드다. 이 밴드는 토비아스 사멧과 미하일 키스케의 트윈 보컬로 노래한다. 두 보컬 모두 메탈계의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키스케의 소름돋는 고음은 익히 헬로윈 시절 수많은 광팬들을 양산했으며, 토비아스의 미친 프로듀싱 능력은 다들 ‘천재’라고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이 곡은 아만다 소머빌이 featuring으로 참여해 호소력을 더한다.

너무 진지한 느낌보다는, 사랑의 달콤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면 Santana의 <Game of love>를 들어보자. 일단 이 곡은 노래 자체도 흥겹지만 뮤직비디오가 백미다. 너나 할 것 없이 영상에 등장하는 남녀 모두가 서로 키스를 나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자신만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Michelle Branch의 목소리로 입혀진 이 곡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노래다.

산타나는 카를로스 산타나가 주축으로 이뤄진 합주밴드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 정규앨범만 37장을 냈다. 현재는 11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산타나가 작사 작곡하고 기타를 친다. 기타리스트로 더 유명하다. 밴드에 보컬이 있긴 하지만, 다른 가수들과도 작업하는 것을 즐겨한다. 몇 해 전 Steven Tyler와 호흡을 맞춰 발표한 <Just feel better> 곡도 시원하면서 사랑스럽다.

<Wherever you will go> 한 곡으로 2001년 전 세계를 평정한 The Calling의 노래도 후렴구에서 누구나 다 따라 부르게 만들 만큼 매혹적이다. 허나 뮤직비디오는 다소, 아니 꽤 유치하니 권하지 않겠다. 제목처럼 대놓고 당신이 어디를 가던 함께 할 것이라고 폭발적인 감성으로 전하지만 뮤직비디오와는 심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가사도 단순하니 음미하는 맛 보다는 그냥 듣고 흥겨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일단 들이대기’에 따른 용기를 얻기 위한 감성에 안성맞춤이다. 더 콜링 역시 너무나도 괜찮은 곡을 데뷔앨범에 뽑아내서일까. 2001년 이후 이제까지 정규 3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또 다른 제일 큰 에너지는 분노와 배신, 절망감, 후회, 미련 등의 감정의 소용돌이일 것이다.

헤어진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에게서 받았던 추억들은 시간이 갈수록 켜켜이 가슴 언저리 한 모퉁이로 사라져간다. 그러다 문득 예기치 않은 순간에 불현듯 과거 기억의 파편들이 찾아와 폐부를 찔러댄다. 마치 폐병에 걸린 사람인 마냥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움에 숨 막힘을 토해 낸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무뎌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반주 삼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술 한 병을 비우고 나면, 아팠던 기억들은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흑백사진처럼 엷어져 간다. 이럴 때 사랑을 비에 적셔 듣는 노래는 아픔의 감수성을 촉촉이 적셔주며 아름다움으로까지 승화시켜 준다.

정경화의 <사랑은 비가 되어>에선 “어둔 밤 거닐며 내 귓가에 속삭였던 입술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이젠 알아”라고 되뇌며 떠나간 그대를 떨쳐 보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난 널 사랑해”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면서 되돌아오지 않을 이런 외침은 “어리석은 나의 바람이었단 걸 이젠 안다”며 “빗속에 씻겨 지워질 얘기들”로 여기고 비를 맞으며 홀로 서 있는다.

비가 내리는 우울한, 떠나간 그가 생각이 나면 귓가에 이어폰을 꼽고 비를 맞으며 청승맞게 서 있어 보면 안다. 이 노래가 왜 이렇게도 마음을 적셔주는지. 그리고 이젠 비로 씻겨 내리고 잊으라며 달래준다.

구구절절한 가사로 사랑의 아픔을 전하지 않더라도 Neil Zaza의 <Rain> 곡 정도면 빗소리를 기타 소리와 함께 들으며 낭만적인 선율에 취해 볼 수도 있다.

우울함에 젖어들기 싫다면 Uriah Heep의 <Rain>을 들으면 된다. 빗소리가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뜻한 연주와 감미로운 음색은 포근히 듣는 이를 감싸 안아준다.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눈을 감은 뒤 보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음악에 내 자신이 동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 때문에 아파 본 이들은 다음 번 만남에서 또 다시 상처받을까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섣불리 다가서지 못한다. 그럴 때면 ‘내 가슴이 방탄조끼’였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방탄조끼였으면 상처받는 일은 이제 없을 텐데... 그러한 감성을 전해준 Radiohead의 <Bullet proof... I wish I was> 곡은 이러한 느낌에 제격이다. Thom Yorke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이한 감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런 류의 음악적 감수성에 최적이다.

이아립은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 것인지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듣는 이에게 책망한다. 루시드폴이 영화 <버스정류장> OST로 참여하며 작사 작곡한 곡에 그녀만의 따스한 목소리를 입힌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라는 곡에서 말이다. 메이저에선 들을 수 없는, 마니아들만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목소리다.

그러다 다시 진정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를 찾게 되고, 이것이 인연이라 여기며 동정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한 날은 온다. 언젠가는.

그녀가 물어본다. “왜 날 사랑해?”라고. 무언가 적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특별한 무언가가 좋아서다. 그래서 Laura Fygi는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이라고 불렀다. Type O Negative는 그냥 작정하고 <Love you to death>라고 울부짖는다. 지금은 고인이 돼 버린 Peter Steele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그로울링 보컬의 완전체다.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음색.

사랑이 다시 찾아왔다. 이제 당신은 나를 항상 기억해줘야 한다. Ry Cuming이 <Always remember me>라고 속삭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다. 영화 러브 어페어에 삽입됐던 Ennio Morricone의 <Love affair>처럼 이제는 진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눠야 한다. 산다면 얼마나 산다고 치고 박고 싸우는데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남은 시간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바쁜 현대인이 돼 버린 우리들.

아픔을 치유하고 이제 다시 사랑해야 할 때다. 브로콜리너마저가 들려주는 <유자차>는 이에 아주 제격을 갖춘 곡이다.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고 사랑의 아픔을 치유한 이들의 아름다운 비유는 그래서 더 달달해진다.

이 얼마나 멋들어진 표현인가. 차가워질 대로 상처받은 사랑의 피부에 달콤한 설탕을 켜켜이 녹여 지난 눈물을 담고서 따스하게 마시는 유자차는 분명, 아픈 이들을 치유해줄 터다. 김윤아가 <봄날은 간다>고 했지만, 아픈 날은 지나갔으니 다시 봄은 또 오는 법이기에.

창가에 앉아 따스한 눈물이 담긴 유자차 한 잔을 마시며 봄날로 가는 의식을 맞이하자. 노래들은 5분여 정도의 짧은 필름들로 담겨 있지만, 그 노래로 인해 가슴에 맞닿은 사랑에 대한 느낌들은 영원하다. [뉴스제주 –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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