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를 괴롭혀 왔던 엔고가 불식되고 주가는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정체되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디플레이션 위협에서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년 2분기 소비세 인상 이후 소비가 급락하며 성장세가 휘청거리고 물가상승세도 주춤하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10월 31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일본은행과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흔들림 없는 추진의 의지 특히 인플레이션 유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장은 큰 폭의 주가 상승과 엔화 하락으로 화답했다.

그렇다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전도가 갑자기 밝고 평탄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엔저에도 수출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소비 수요를 뒷받침 해야 할 실질임금은 상승하지 않고 있다. 규제완화, 법인세 감세, 노동시장개혁, 지방경제 회생 등 제3의 화살의 효과는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표방하는 2% 성장 2% 물가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획기적인 노동시장의 개혁 없이 매년 100만명에 가까운 노동인력의 감소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2년간 아베노믹스는1% 성장, 1% 물가, 즉 절반의 성공은 가능함을 실현해 보여 그러나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의지가 아무리 굳건하다 하더라도 재정지출과 통화팽창으로 계속 경제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통화팽창과 국채발행이 누적될수록 환수의 부담은 커진다. 만약 엔화와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대응 수단이 마땅찮아진다. 거시경제의 선순환이 정착되지 않고 재정 통화정책으로의 연명이 길어질수록 일본경제의 리스크는 커진다.

아베노믹스는 무기력하던 일본경제에 상당한 활기를 주었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도 유럽이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자주 보인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일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당면한 문제의 해법으로서도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고있고 시간이 갈수록 리스크는 커질 것이다.

1. 일본, 아베노믹스에 다시 박차

“디플레이션 탈출로의 흔들림 없는 결의다.”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는 지난 10월 31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양적·질적 금융완화(QQE)’ 확대를 공표하면서 이같이 언급하였다. 이 날 일본은행은 본원통화 증가폭을 지금까지의 연간 60~70조엔 규모에서 약 80조엔으로 확대하며 이를 위해 각 자산의 보유 잔액이 연간, 장기국채 약 80조엔(종전 50조엔), 상장지수펀드(ETF) 및 부동산투자신탁(J-REIT) 각각 약 3조엔과 900억엔(종전의 3배)의 속도로 증가하도록 자산을 매입하겠다는 조치를 결정, 발표하였다.

일본은행의 보도자료는 “착실히 진행되어 온 디플레이션 마인드의 전환이 연기될 리스크”가 실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호전되고 있는 기대형성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완곡히 표현했지만 구로다 총재의 단호한 언급은 이번 결정이 아베노믹스의 진로에서 차지하는 또는 차지하게 될 의의를 보여주고 있다. 난관에 부딪친 아베노믹스의 동력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과

2012년 12월 말 제2차 아베 내각이 발족한지 곧 2년이 된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로 지칭되는 정책들을 축으로 이루어진 아베노믹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중 세번째 화살은 시작 단계이지만 일본 경제에는 그동안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 재생이라는 목표에 상당히 다가서는 성과들이 나타났다.

그 시작은 아직 내각이 발족하기도 전인 2012년 10월, 현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면서부터였다.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일본 경제를 괴롭혀왔던 엔고가 엔저 추세로 전환되고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년 남짓 동안 엔화 가치는 1달러당 78엔(2012년 9월 평균)에서 108엔(올해 10월 평균)으로 27.8% 절하되었으며 닛케이 지수는 같은 기간 8,000선에서 1만6,000선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내각이 발족한 뒤 2013년 2월 경기부흥을 위한 대규모 추경예산이 편성되고, 그해 4월 신임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전례 없었던 대규모의 금융완화를 개시함에 따라 성장률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 2012년 2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던 일본경제는 2013년 연간 1.5%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였고 최근 1% 수준(소비세 인상 효과를제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저로 수출과 해외 영업에서 벌어들인 외화의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한편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내자 기업 실적도 개선되었다. 수익 증대는 설비투자 증가를 가져왔고 금년 2분기 이후 소비가 부진함에도 선행지표인 기계수주액이 6월부터 3개월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설비투자는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기업은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업 실적 개선과 추경에 의한 공공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고용이 확대되고 실업률이 낮아졌다. 구인자수에 대한 구직자수의 배율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2013년 11월 이후 1배를 넘어 구인자 수가 구직자 수보다 많아졌다.

“난관에 부딪친 아베노믹스(Abenomics in trouble)”

이처럼 뚜렷한 성과를 거둔 아베노믹스이지만 엔저와 추경의 효과가 약화되고 특히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의 역풍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자 그에 대한 비판적 견해 또는 회의론이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2분기 성장률 속보가 발표된 8월에는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부딪쳤다(Abenomics is in trouble)”는 모건 스탠리 MUFJ의 보고서가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그 후 일본 국내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일본 경제는 올해 1분기에 소비세 인상을 앞둔 소비수요의 일시적 확대로 6%(전분기 대비 연률) 성장하면서 반등했지만 2분기에 다시 소비세 충격으로 -7.1%라는 예상보다 큰 경기 위축을 경험했다. 산업생산은 하락추세를 멈추고 9월 들어 전월비 2.7% 상승해 바닥을 치고 회복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가계 부문의 소비는 9월에도 전년동월비 5.6% 감소하여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2인 이상 가구 실질소비지출 기준). 이 같은 소비부진은 그 폭에서도 1997년 4월 소비세율이 3%에서 5%로 인상되었을 때보다 더 크다.

소비부진의 배경에는 실질임금 하락이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고용환경이 개선되었지만 비제조업 또는 시간제 근로자 위주로 고용자가 늘어나면서 평균임금이 물가보다 더디게 인상되어 실질임금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책당국은 시일이 걸린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하락이 더욱 두드러져 개선전망도 약화됐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뚜렷하게 확대되지 않고 기업 수익 개선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간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베노믹스 비판자들의 지적 대상 중 하나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수출물량이 늘지 않더라도 엔화가치 하락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일본 내에서 사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수출 물량 부진은 주로 수출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익 개선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자본금 10억엔 이상의 기업들에서는 엔화가치 하락과 함께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된 데 비해 1억엔 이하의 중소기업들은 수익 회복세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에 그쳤다.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성과마저 위협받는 상황도 나타났다.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이후 조금씩 하락하여 최근(9월)에는 1.0%를 기록하였다(신선식품을 제외한 지수). 유가 하락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작용하였지만 이유야 어쨌든 1%가 무너지면 인플레이션 기대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일본은행의 선행적이고 단호한 대응

지난 10월말의 금융완화 확대는 이처럼 시장에서 확산되어 가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하고 기존의 성과를 지속, 확대시키기 위한 발 빠른 개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세 둔화로 시장에서 추가 금융완화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기 전에 선행적으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뚜렷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엔화 가치는 110엔대로 하락했고 주가는 1만 7,000선에 다가설 정도로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GPIF(연금적립금 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의 주식 투자비중 확대 소식도 주가상승에 한 몫 했다. 일단 아베노믹스에 다시 활기가 도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번 금융완화 확대 규모는 작년 4월 금융완화 도입에 비하면 소폭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책당국이 성장전략과 같은 근본적인 경제 재생책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통화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시킴으로써 초기 단계인 성장전략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성장전략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확대는 내년 10월 소비세를 예정대로 추가 인상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아베 내각을 일본은행이 자극 또는 측면 지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여 예정대로의 인상을 주장해 온 일본은행과 구로다 총재는 과감한 결정을 통해 아베 내각에게 소비세 인상의 여건과 명분을 마련해 주면서 동시에 과감한 결단(예정대로의 인상)을 촉구했다고 할 수 있다.

2. 향후 정책과제

소비세, 예정대로 인상할 가능성 높아져

아베 내각은 2013년 8월 확정한 ‘중기재정계획’에서 재정적자(기초 재정수지 기준)를 2015년까지 절반수준으로 축소하고, 2020년까지는 흑자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소비세 인상은 그 주요 방법이다. 재정적자는 개선되는 추세에 있지만 내년에 소비세를 예정대로 인상해도 2020년까지 기초 재정수지의 흑자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10% 이상으로의 추가 인상마저 필요한 상황에서 이미 입법화된 인상을 미루는 것은 재정건전화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11월 17일에 발표되는 3분기 성장률 속보와 12월 8일에 나오는 개정치를 보고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할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0월 19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악화될 경우 소비세 인상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1차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인상 반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만일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려면 법 개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민당 내부와 의회에서의 논쟁을 피할 수 없다. IMF와 다시 재정건전화 계획을 논의해야 하는 등 국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자칫 내각 지지율이나 국제 신인도가 악화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본은행의 지난달 말 금융완화 확대 결정은 소비세 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 인상은 올해 초와 마찬가지로 추경예산 편성과 병행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에는 공공수요가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사업 등으로 건설노동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사업의 빠른 집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법인세 감세, 대폭적인 규제완화 등 경제주체의 심리하락을 억제할 수 있는 굵직한 대책을 소비세 인상과 동시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완화정책의 효과 높이고 부작용 억제해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정적 형성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유지시키는 것이 당분간 통화정책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10월 31일에 일본은행은 2015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예측치를 종전의 1.9%에서 1.7%로 낮추었다. 하지만 그 역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2015년에도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연장할 것인지, 혹은 양적완화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3차 QQE를 단행할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말의 추가 금융완화로 본원통화를 연간 80조엔의 속도로 늘리겠다고 한 일본은행이지만 양적금융완화 종료 시점을 기존의 2014년 말에서 언제까지 연장할 것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일본의 42개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 평균치(일본경제연구센터, ESPForecast 조사, 2014.10.9. 기준)를 보면 소비세 인상분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6년 1분기까지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가 필요하면 추가 금융완화를 실시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후에 지난 10월말 실제로 추가 금융완화에 나섰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도 물가상승세가 미진할 경우 재차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지나친 엔저가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추가 금융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이미 1980년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엔화의 실질적 대외구매력이 1995년 대비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의 엔저는 일본경제 입장에서도 바람직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정권 초기와 달리 엔저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고 엔저에 따른 주가상승세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엔저 유도정책에 대한 제약은 확실히 많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금융완화 정책이 처음 추진될 때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10월말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찬성 위원 5명, 반대 위원 4명으로 금융완화 정책이 결정된 것도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2%의 물가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출구전략에 나섰다. 일본은행이 물가목표선 한계치까지 물가가 오른 후에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다양한 리스크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일본은행은 2015년 10월의 소비세 재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15년 1월 이후에도 본원통화를 연간 80조엔 규모로 확대하는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연장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중에 본원통화 공급량을 소폭 조절하면서 출구전략에 대비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완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양적금융완화 정책으로 일본은행의 본원통화가 늘어나도 그만큼 은행대출은 늘어나지 않고 통화공급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본원통화는 지폐도 있지만 주로 일본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계좌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은행권에서만 화폐가 맴돌고 예금-대출로 이어지는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으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

TPP 통한 규제완화, 법인세 감세에는 시간 걸려

재정 및 금융정책의 효과가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 성장전략(제3의 화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베내각은 성장전략을 계속 보강하고 구체적인 실행법률을 제·개정해나가면서 일본기업의 수익성 확대,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일본기업의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2013년,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법인세 인하에 나서는 한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체결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아베내각의 성장전략 중 이른 시기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 중 하나가 TPP였다. 일본은 FTA에서 한국 등에 크게 뒤처져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11개국3과 TPP를 체결한다면 부진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다. TPP는 농업 등의 규제완화를 촉진하는 지렛대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일본은 작년 7월 제18차 교섭부터 협상에 참가하기 시작하였다. 종래와는 달리 우호적인 여론도 일본정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2013년말 타결이 애초 목표였으나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이다. 국유기업, 지적재산권, 환경 등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미국과 대립하고 있고 일본도 자동차, 농산물 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국면은 마무리되었으나 일본이 통일지방선거(내년 4월)를 앞두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미 연내타결은 무산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인세 인하도 성장전략의 주요수단이다. 아베 내각은 지난 6월의 성장전략 개정에서 ‘성장지향형 법인세’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쿄 기준으로 35.64%에 달하는 법인 실효세율4을 2015년부터 수년 내로 20% 대까지 인하하는 것을 과제로 하였다. 기업의 순이익 증가가 주가 인상, 투자 확대, 임금 인상, 배당 증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한편 해외기업의 일본 진출 또는 해외에 투자한 국내기업의 리턴을 꾀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2015년에는 일본 법인세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재원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법인세율을 당초 목표한 대로 2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며 인하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사회진출 촉진과 지방경제 회생책, 성과는 미지수

일본의 15~64세 인구는 매년 100만명 정도 감소(2010~2015년 기준)하여 2010~2030년의 20년간 1,400만명(평균적으로 연간 70만명 감소)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은 여성의 사회진출 촉진과 외국인 노동력의 활용을 통한 인력의 한계 극복에도 상당한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정부는 보육 시설을 2015년까지 약 30만명, 2017년까지 40만명 확충하여 자녀를 가진 여성의 취업 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외의 일본어 학습자 400만명, 일본내 외국인 유학생 14만명의 취업 촉진과 일본기업 해외거점의 외국인 인력의 일본 본국 근무 유도, 외국인 전문 인력의 영주권 심사 간소화, 외국인 기능실습생 제도의 강화, 국가전략 특구에서의 가사 지원 단순 노동인력의 시험적 활용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적극적인 노동인력 확충 정책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노동력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노동인력 감소가 일본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구감소 문제가 지방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인해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될 위기에 있다는 우려(일본창성회의·인구감소문제 검토 분과회의 연구결과)를 불식시키기 위해 2014년 9월의 내각개조로 ‘마을·사람·일 창생 본부’를 새로 설치하고 담당 장관을 임명한 바 있지만 지방 벤처기업 활성화 외에 마땅한 정책 수단의 개발이 어려워서 과거 자민당 정권처럼 공공투자에 의존하는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3. 절반의 성공 후 넘어야 할 리스크들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 1% 성장과 1% 물가의 가능성 보여준 셈

아베노믹스가 순조롭게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정부가 기대하는 바와 같이 2%성장, 2% 물가가 달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전략을 잘 실천하더라도 여성의 사회진출 여건은 개선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이며, 전면적인 외국인 이민 수용책도 어려운 가운데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위축 요인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금융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의 효력이 더 커지기는 어려운 가운데 수출도 구조적 요인으로 크게 회복되기가 어렵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해외 생산체제 확대로 수출확대 효과가 줄었고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경쟁력 약화로 엔저에 따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1% 성장, 1% 물가는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일본은행은 1%대의 인플레이션에 만족하지못하고 있지만 미국,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1%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던 일본경제에 이 수준도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절반의 성공 유지 위해서도 여러 리스크들을 극복해야

물론, 일본은행이 이번에 추가 금융완화에 나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경제가 앞으로 절반의 성공을 지키는 것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억제하면서 비즈니스 환경 개선과 기업투자 확대 및 소비확대라는 선순환이 달성되어야 한다.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회복세 부진이 우려되었으나 9월의 산업생산지수가 전월비 2.7% 증가하고 재고도 감소함으로써 조기 경기후퇴 우려가 약해진 것은 좋은 신호일 수 있다.

일본정부가 2015년 소비세 재인상(8%→10%)을 예정대로 결정하고 일본 재정에 대한 신뢰성을 지키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10월 31일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이후 2015년 소비세 인상쪽으로 무게중심이 더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국채시장에서 민간의 참여가 더욱 축소되고 점차 시장 메커니즘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정에 대한 신뢰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금년 2분기에서와같이 경제활성화 목표와 충돌함으로써 오히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도 있다.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완화를 통해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세 인상만큼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을 지원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무제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정지출, 국채발행, 통화팽창이 계속 될수록 엔화와 일본국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단계적인 출구전략을 큰 혼란 없이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양적금융완화 정책의 규모와 시기를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적금융완화 정책의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여 물가상승, 국채금리 급등이 나타날 경우 이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어진다. 통화팽창 규모가 커질수록 출구전략의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에 물가가 의도하지 않게 급등할 경우 경기에 부담을 주면서 긴축을 강화할 것인지, 물가관리를 포기할 것인지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또한 경기부진과 함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의 성장전략이 후퇴할 리스크도 있다. 일본은행의 양적금융완화와 물가상승 및 엔저 유도, 소비세 인상 등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서민층의 생활이 어려워져 소비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서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정책 왜곡 리스크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기업 수익 확대 유도 - 투자확대 -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조금씩 가시화되면서 리스크는 점차 완화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선순환이 지연되고 소비회복에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은 있다. 낙수 효과가 현실화 되기 전에 정치적 압력으로인해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이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규제완화, TPP, 법인세 인하, 여성의 사회진출, 지방경제 활성화, 과학기술 진흥 등의 성장전략은 가시화된다면 일정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고용의 질적 개선이 부진을 보여 실질임금의 정체가 장기화될 리스크는 있다.

이상과 같이 아베노믹스는 단기간에 인상적인 효과를 보여주면서 일본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리스크 요인 또한 만만치 않다. 빠른시일내 제3의 화살의 효과가 나오고 거시경제의 선순환이 살아나지 않고 재정지출과 양적완화로 연명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책적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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