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5.5두 관리, 전국 최다… 올해 3월 최대 입사두수 급증
길들여지지 않은 신마 절반 차지… 산재율 27.9% '필연'

3년 전 제주경마공원에서 50대 마필관리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제주경마공원의 산재율은 매해 치솟아 올해는 우리나라 평균의 40배를 찍었다. <뉴스제주>는 매일 추락하고 밟히는 일상 속에서 까맣게 멍든 마필관리사들을 만났다. 이들의 높은 산재율의 중심에는 마사회와 조교사협회가 얽힌 변종적인 고용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 편집자 주

▲ 제주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가 말발굽을 깎고 있다. ⓒ뉴스제주

제주경마공원, 신마(新馬)의 홍수

제주에서 유난히 산재율이 높은 이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관리하는 말과 신마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마필관리사 1명이 관리하는 말은 5.5두로 서울 3두, 부산 4두에 비해 가장 많은 편이다. 경마 선진국인 일본은 '1인 2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주경마공원의 1일 최대 입사두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논란이 됐다.

마사회는 지난 2월 '제주경마장 입사검역 절차 변경 안내' 공문을 통해 3월부터 1일 최대 입사두수를 40마리에서 80마리로 상향 조절했다. 하루 최대 40마리씩 들어오던 말들이 한꺼번에 80마리씩 대량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노조 측은 마사회가 경주에서 뛰는 말의 가용률을 높이기 위해 이 후 노조와의 협의 없이 추가적으로 입사두수를 120마리까지 늘렸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경마산업 재해대책중앙협의회의 지적을 받고 60마리로 낮춘 상태다.

송명호 부위원장은 “한꺼번에 많은 말이 들어오게 되면 그만큼 관리사들이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며 “특히 제주도의 경우 타 지역과 달리 신마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산재율 증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마필관리사들이 꼽은 부상 원인으로 악벽마 순치와 신마 조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뉴스제주

신마는 야생성이 강하고 민감해 작은 충격이나 소리에도 거칠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위험이 커 산재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외부 육성 목장에서의 신마 훈련’이 꼽힐 정도다.

서울이나 부산의 경우 대부분 경매를 거쳐 기본적으로 순치된 말을 들이고 있다. 외국에서는 18~24개월간 체계적인 순치와 조교를 마친 말들이 경주마로 들어온다.

반면 제주 경마공원에는 전체 입사두수 중 신마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마사회는 신마 등 입사두수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말을 수용하기 위해 수장대(말 묶는 곳)를 급조하는 등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마사회는 입사두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40필을 수용할 수 있는 대기마사(입사대기 중인 말이 머무는 곳)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인도 울타리에 고리를 만들어 수장대를 급조했다. 왼쪽부터 일반, 임시 대기마사 ⓒ뉴스제주

마사회는 입사두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40필을 수용할 수 있는 대기마사(입사대기 중인 말이 머무는 곳)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인도 울타리에 고리를 만들어 수장대를 급조했다. 임시 대기마사인 셈이다.

그러나 임시 대기마사의 수장대간 간격은 270cm에 불과해 말이 서로 엉키거나, 관리사가 말과 말 사이에 끼일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관리사 한 명이 수장대 고리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권태록(50) 제주경마공원 경마팀장은 “제주에 육성목장이 따로 없어 외부에서 순치되지 못한 신마들이 비교적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사두수 조절로 들어오는 말의 총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멍든 마필관리사下] 두 얼굴의 마사회, 위험의 외주화'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