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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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은 대대로 유교를 신봉하였다. 제주향교에서도 내로라하는 어려 집안 가운데 하나로 조상에 공경심이 어느 집안보다도 철저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일요일은 조상의 묘제 지내는 날로 정해져 있어 성당도 새벽미사에 참례하고 가끔 하는 결혼 주례도 맡지 않고 있다. 이따금 친구들이 “너희 집안은 웬 묘제가 그리 많으냐? 하루에 다 모셔 버리지.” 하고 농을 걸어올 때가 있다. 하지만 제주도 입도선조로부터 나의 증조까지의 묘제를 전부 모셔야 하는 관계로 그리 말하기 쉽다고 하루에 묘제를 모신다는게 가능하지가 않다.

각 지파가 다르고, 묘지의 위치도 다르며, 자손도 여러 갈래로 나눠지다 보니 서로 다른 날짜를 잡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하루에 여러 위의 묘소를 돌아다니며 묘제를 지내고 있기에 이 정도로 끝이 난다. 제사를 모시는 것도 조부모까지는 지제하지 않고 반드시 제사를 모시는 것이 우리 집안 관례이고, 남들은 부모합제를 한다. 당일제로 초저녁에 제를 지낸다하여도 아직까지는 전통유교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집안에 태어난 내가 1950년부터 천주교를 믿게 되었지만 조상의 제사 문제로 집안 어른들에게 눈에 거슬리는 일을 결코 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학생 때 배우기로는 중국에서 선교하신 「미테오릿치」신부님께서도 중국의 예절응 존중하며 그 곳 문화에 맞게 선교하셨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도 성당에 다니면서 유교식으로 식게(제사)날 상다리가 부러지게 제물을 올리고 제사지낸 다는 것에 대해 한동안 혼자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신부님댁에 제사가 있어 가 보니, 나보다도 더 잘 차려 놓은 것을 보고 비로소 안심하였다.

하지만 어느 신부님댁에 제사가 있어 가보니, 나보다도 더 잘 차려 놓은 것을 보고 비로소 안심하였다. 이렇게 내가 제사 모시는 것을 보면서 친족들도 성당에 대한 거부감없이 입안이 모두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철저한 유교 신봉자였던 당숙께서 예배당을 다니게 되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제삿날 당숙집에 갔더니 집안이 온통 조용하고 불도 꺼져 있었다. 문 열고 들어가며 “오늘, 식게(제사) 아니우꽈?(아닙니까?)내가 날짜를 잘 못 알아져신가?(제가 날짜를 잘 못 기억했나요?”) 하고 물었다.

당숙께서는 우물쭈물 하시는데 당숙모님께서 “응, 제사 끝냈져. 와시난(왔으니까)음복이나 하고 가라.” 하시며 상을 차려 주었다.

제삿집에 간다고 저녁도 안 먹은 터라 배가 고팠기에 나는 음복을 하며 물었다. “연제으시(전례없이) 오늘은 일찍 제사 지내수다,양?(지냈습니다 예?)”“우리, 이제 예배당 다념신P.(다니고 있다.)경 핸(그래서)예배당 신자들이완(와서), 같이 제사 지냈져.(지냈다.)” 하고 당숙모님이 대답했다. 나는 그 말에 짐짓 “예배당시도 제상차리고, 제물 올리고 절도 합주예?(배례하지요?)” “아니여. 그냥 상도 안 차리고, 제물도 올리지 않고 기도만 헌다.” 하고 설명하셨다.

“경 허민(그렇다면), 이 쇠고기 적이영(적이랑), 돗괴기(돼지고기) 적은 수고스럽게 무사 장만허였수광?(왜 장만혔습니까?)” “그냥 온 사람들 나눠 먹젠 만들어신P.(mfo도 오신 손님들 ssnj 먹으려고 만들었을 뿐이지.)” “제삿상에 올리지 않을 거민(않을 거라면)수고스럽게 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수광?(있습니까?) 그냥 불고기로 만들어 먹는게 낫주.(낫죠.)”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드리고 돌아왔다.

나중에 들으니, 당숙의 친조카는 친할아버지 제사여서 일찍 갔는데도, 가만히 방안에 앉아 있으라 하고는 예배당 신자들끼리 마루에 모여 앉아 기도하더니만 그냥 음식만 먹고 헤어졌으며, 손자인 자신에게는 절 한 번 올릴 기회도 만들어 주지 않아 다시는 제사에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당숙의 할아버지인 나의 증조부 제사에도 오지 않기 시작했고, 명절때도 오시지 않아 평화롭던 우리 집안에 서검ㄱ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내가 당숙님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식게(제사), 명절 날 웃어른께서 안 오시니, 애들 보기에 안 좋습니다.” “가도 절도 못할 거라서.......” 라고 하시며 당숙은 말씀을 흐리셨다. 나는 “제사때 오시더라도 예배당 식으로 헙서.(하세요) 예배당에서는 꿇어 앉아 기도하지 않습니까? 반드시 절을 하시라는게 아니, 오셔서 참례하기만 헙서.(하세요.)” 하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 뒤로는 당숙님께서 제자 명절때 참례하고 기도해 주어 비로소 서먹서먹한 집안 분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종교를 방자하여 조상의 기제사를 소홀히하고 친척들과 등지는 집안이 많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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