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손상 엄중 문책 한다했으나 '김헌 사건' 입 닫아
개발정책 환경가치 우선 시 한다면서 송악산 유원지 강행

▲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제주

이중잣대 #1. 말로는 협치, 정작 하는 건 통치

취임 5개월여가 지난 11월 말,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행보가 조금씩 엇나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협치'에 대한 애매모호함이다. 민과 관이 함께하는 정책을 입안하겠다면서 '협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정작 도의회와는 소통이 안 되고 있다.

민과 관이 함께한다는 그 테두리 안엔 도의회 의원들이 지적한대로 '민(民)'을 가장한 전문가들만 모여 있다. 제주도 최고 실세 곁에서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하니 전문가 그룹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일 수 있다.

그러나 애초 원 지사는 '협치'에 대해 "도민이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라며 "의회도 가장 중요한 협치의 주체"라고 밝혔었다.

협치위 소속 인물들이 '누구'의 사람인지 다 따질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현재 그 자리엔 도의원과 일반 시민들은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이렇게 정의내려 놓고선 '예산 편성권' 때문에 도의회와 옥신각신 다투게 되자 '협치' 대상에서 의회를 밀어내고 있어 연일 '협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로는 협치, 협치 하지만 정작 통치로 일삼고 있는 것이 원 지사의 이중잣대 행보 그 첫 번째다.

▲ 김헌 제주도 협치정책실장. ⓒ뉴스제주

이중잣대 #2. '김헌 사건', 왜 누구도 아무런 말이 없나

이달 초 가장 큰 이슈거리였던 '김헌 사건'. 원희룡 지사는 지난 달 29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공무원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김헌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원 지사는 아직도 아무런 말이 없다. 공직자들이 다 모인 앞에서 단단히 벼르며 경고한 지시사항이었다. 최소한 제주도의 최고 수장으로서 자신이 뱉은 말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협치를 하겠다면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앉힌 협치정책실장의 자리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더 의아스러운 건 원 지사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회 그 어느 도의원들도 김헌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사무감사 때도, 도정질문에서도 단 한 명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이 없었다.

굳이 꺼내고 싶진 않지만 음모설이 모락모락 피어날 만한 상황이다.

김헌 실장은 이달 12일 밤, 술을 잔뜩 마신 뒤 커피숍에 들러 직원의 팔을 비틀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패를 부렸다. 경찰에 체포되고 조사를 받았지만 합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경찰도 수사를 종료한 상태다.

이래놓고 보면 원 지사에겐 "시간이 약"인 셈이다. 김헌 사건을 매듭짓지 않고선 두 번 다시 결코 '공무원 품위' 운운하진 못할 것이다. 그랬다간 '그 시간'이 다시 역행될 것이 자명할테니.

긁어 부스럼이 발생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묻혀갈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원 지사의 이중잣대 행보 두 번째다.

▲ 원희룡 지사와 송악산 유원지 조감도. ⓒ뉴스제주

이중잣대 #3. "제주의 자연가치가 최우선"이라는 말은 립서비스?

원희룡 지사는 국정감사에서나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제주도 개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누누이 "제주의 최고 가치는 자연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지난 17일 제주도개발 방향에 대해 "제주의 미래 가치를 지키고 더하는 친환경 개발 원칙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개발 원칙 미명 아래 드림타워 층수를 낮추고 이호유원지 공유수면을 사유화에서 제외시키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헌데 유독 송악산 유원지엔 관대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송악산 유원지에 들어설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명백히 송악산 주변 환경파괴를 가져온다. 그렇지 않아도 송악산 아래는 과거 일본군이 파 놓은 동굴 때문에 매년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악산 주변엔 옛 유적지들이 즐비하다. 경관 훼손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지역주민 숙원사업"이라는 방패막이를 가져와 개발원칙 구멍에 땜질했다. 더구나 "층수를 낮추고 송악산 쪽 기슭을 파고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 투자자가 이를 모두 수용했다"며 오히려 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말이 좋아 자연환경 가치가 최우선일 뿐, 개발이 앞서는 원 지사의 철학은 분명 이중잣대 세 번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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