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마을 『톤즈』에서 선교활동하던 이태석 신부가 2010년 1월 14일 선종했다.

천주교 신부로서 평범한 선교활동을 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우리에게 KBS가 제작한 영화 『울지마 톤즈』는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우리 나라가 잘 살지 못했던 그 옛날 외국인 선교사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낯설고 물선 이곳에서 낙후된 우리들을 일깨우려고 학교도 세우고 병원도 세우고 먹을 것, 입을 것들을 원조해 주었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때 외국인 선교사들이 우리의 뒤떨어진 생활수준과 풍습을 외면하지 않고,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활동하는 것을 보며 크게 감명받은 바 있다.

나는 이태석 신부 선종 1주년만에야 KBS에서 재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 보았고, 『울지마 톤즈』영화도 제주도에 개봉관을 늦게 잡는 바람에 뒤늦게 보게 되었다. 영화보는 내내 나를 포함한 관객들 모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프리카의 미개한 나라 수단, 전쟁이 계속되는 그 곳에서 천주고 성직자인 신부이기에 앞서, 의사로서 병원을 세워 난치병인 한센병(나병)환자들을 돌보는 모습,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교육하는 선생으로서의 모습, 손수 학교와 병원을 짓는 건축가의 역할, 브라스밴드를 조직하여 지휘하는 음악가의 모습 등등 백공의 능력을 갖춘 열성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능력의 소유자가 하늘나라에서도 필요했던지,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ej나고 말아 수단의 국민들, 특히 어린 청소년들에게 많은 슬픔을 안겨 주고 있었다.

KBS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 혼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 장면이 있었다. 이태석 신부는 생전에 나의 지적소유권을 나와 상의없이 활용하였음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2002년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에서는 능라도광장에서 『아리랑 축제』가 한창이었다.

북한은 제주도에서 감귤과 당근을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뜻으로 제주도민을 초대해 준 것이고(물론 경비는 본인부담이었지만), 나도 제주도민 500여 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것이다.

북한측에서는 우리를 『아리랑 축제』에 데리고 가서 선전활동에 이용하려 했고, 우리는 그 기미르 알아차려 그 술수에 말려들지 않으려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두렁청하게(느닷없이) “아리랑 어머니를 아세요?” 라고 농담을 건넸다.

“아리랑....어머니가 있나요?” 하고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기에 “아리랑 어머니는 아라리 올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낳았네)하고 노래하지 않습니까?“ 하고 대답했다.

제주시 중심에서 한라산쪽으로 8km쯤 올라가면 『아라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나는 평소 아라리를 아리랑 어머니와 연결시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이 때 말했던 것이다.

북한측 사람들도 아리랑 어머니가 아라리라고 하니 웃었지만, 제주에서 같이 간 일행들도 아주 배꼽을 부여잡고 한바탕 크게 웃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에 2003년도에 내가 칠순기념으로 『보고 듣고 느낀 대로』라는 회상가를 발간하면서 이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겼고, 새삼 이것은 나의 지적소유권ㄴ이라고 자주 사석에서 농담하고 했었다.

5000부나 발간된 이 책은 나의 초.중.고 동창생은 물론이고 서울상대 동창생들과 농협,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전직 동료들과 천주교 전국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임원들 그리고 전국의 주요 도서관과 주요대학 도서관 등에 뿌려진 셈이다.

이 책이 흘러흘러 이태석 신부의 손에도 들어간 것인지, 이태석 신부가 뉴욕에서 강론하는 장면 중에 “여러분, 아리랑 어머니가 누군지 아세요? 아리랑 어머니는 아라리지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낳네....하고 노래하지 않습니까?” 하며 웃는 모습이 화면에 나온 것이다.

내가 자서전에 쓰기 이전에도 이런 유머가 퍼졌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록을 남긴 이후로 이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이제는 나의 기적소유권이고 주장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故 이태석 신부가 반드시 성이반열에 오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믿으며 나의 지적소유권을 활용해 주신 것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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