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행정 수장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 대의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구성지 의장 간 극렬한 감점싸움이 사상초유의 본회의 내 극단적 ‘부동의’ 사태로 인해, 내년 준예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도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 ⓒ뉴스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 2015년도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결국 부결됐다.

이에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4일까지 이어진 심사를 거쳐 제주도가 제출한 3조8천194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총 408억원을 삭감·조정했다.

이번 예결위 내년 예산안 조정내역에 대해 구성지 의장은 표결에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동의 여부를 묻자 원 지사는 “신규 항목과 증액내역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주도의회에)요청 했지만, 사업명과 예산액밖에 받아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소요예산 산출 내역 등 근거자료가 없어 동의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며 제주도의회의 신규 증액예산내역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구 의장이 “동의 여부에 대해서만 말하라”며 “만약 (지금과 같은 태도면)퇴장을 명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타당한 이유를 (도의회에서)최소한이라도 제시해줘라”며 “그러면 검토 후 최대한 빨리 항목별 동의 여부를 판단해 말씀드리겠다"고 응답했다.

▲ 구성지 의장이 ‘동의 여부만 말하라’고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지사는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을 언급하며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부동의’가 현실화 됐다.ⓒ뉴스제주
구 의장이 지속적으로 원 지사의 발언을 끊으며 “동의 여부만 말하라”고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을 언급하며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구 의장은 원 지사의 마이크를 끄라는 지시와 함께, 의사봉을 두드려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선포와 함께 의원들이 빠져 나가는 와중에서도 원 지사는 제주도의회의 예산증액과 신규항목 설치에 부당함을 끝까지 호소했다.

10여분 후 회의를 속개한 구 의장은 "지사가 동의 여부를 말하지 않아 부동의로 간주해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의원 37명 중 기권 1명, 반대 36명으로 부결됐다.

한편, 구성지 의장은 표결 이후 발언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예산편성과 심의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자"며 ”도와 의회가 함께 협의하고 연구해 '예산 협치'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자“고 원 지사에게 제안해 갈등해소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 올해 도의회 일정상 예산 처리 힘들 듯...내년 2월까지 준예산 체제 가능성 제기

이번 제주도 본예산이 도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당시인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내년도 본예산이 부결되면서 내년 준예산 체제에 대한 도민사회 내 비판여론을 의식하여 제주도나 도의회가 올해 말에 예산협의를 거쳐 처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상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현재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제주도는 당초 예산안을 그대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준예산으로 가는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준예산은 지난해 썼던 예산에 준해서 사용하는 예산을 말한다.

도의회가 법적 처리기한 내 예산안을 결정하지 못하면 1월 1일부터 제주도는 단 푼의 예산도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마땅히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를 포함한 필수 소요비용 처리를 위해 마련된 보완책이다.

만약, 올해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 사용예산에 한해 비출 의무가 있는 항목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준예산 가동 시 조례나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행사나 사업은 결국 예산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 도와 도의회, ‘그들만의 리그 식 이전투구(泥田鬪狗)’작태...도민사회 내 비판 이어져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도민 배려 없는 ‘그들만의 리그 식 이전투구(泥田鬪狗)’ 싸움질에 도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현재 준예산 체제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에서 오로지 예산부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작태를 제주도와 도의회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준예산 체제에 따른 피해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주도와 도의회는 건전예산 마련을 위한 협상이나 협의 등 조정에 나서지 않고 기싸움에만 몰두 하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알랑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선심성 예산’이라는 단어에 기인해 기 싸움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 간 감정싸움으로 극한 대립 양상에 도민사회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제주 공직사회 내부에서 이번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두 기관의 감정대립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강창용, 제주 전공노)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도의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공직내부는 물론, 도민사회가 큰 충격에 빠져 있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그러나 사전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거하나 이에 대한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제주도와 도의회를 싸잡아 질타했다.

이어 전공노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해 “먼저 도지사는 구호만 협치를 논하지 말고 사전에 충분히 도민의 대표인 의회와 진정성 있는 정책협의를 통해 '협치 예산'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 다시 한 번 신뢰를 갖고 의회와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구성지 의장에 대해 “본회의에서 도지사의 발언 중 마이크를 끄고 일방적으로 정회하는 것은 7천 공직자와 도민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사태 해결에 앞서 이번 행동에 도민사회에 사과와 적절한 유감표명이 필요하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주 전공노는 “현재 FTA로 인해 농어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상악화와 인력부족으로 농민들은 감귤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때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도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도와야 할 두기관이 더 이상 소모적인 감정대립으로 일관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두 기관에 감정대립의 중단과 합리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경실련,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등 제주도내 17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예산안 부결사태에 대해 “제주도와 의회의 의견충돌 상황은 그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면서 "두 기관은 예산제도의 합리적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면서 “제주도와 도의회의 예산편성에 대한 힘겨루기로 연내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제주도와 도의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제주도 예산안 부결사태로 제주도는 협치 논란부터 이어진 무원칙한 도정운영이 예산과정에 까지 반영되면서 도의회 심사결과마저도 부정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AU "또한 도의회는 예산편성 때마다 불거져 나온 지역구 챙기기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부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양측을 싸잡아 질타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이번 사태가)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작금의 상황은 예산편성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예산안 부결의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이 받게 돼 있다”며 “제주도와 도의회는 현재의 상황을 감정의 문제, 힘겨루기, 길들이기 수준으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제주도와 도의회 간 극한대립으로 치닫기 보다는 예산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예산협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예산개혁을 위한 공론화에 함께 나서고 합의를 이루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지원예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기준과 절차 및 사후정산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나가는 등 예산제도의 합리적 개혁방안이 마련되도록 양 기관이 협의해 처리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렇듯 공직사화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양측이 극한감정으로 명분없는 대립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조속히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예산을 볼모로 대치하는 건 안된다.

이에 따른 피해가 60만 제주도민의 살림살이를 망쳐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선6기 원도정과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출범 당시 오갔던 두 기관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가 상호 원칙과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기싸움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풍토조성을 기반으로 작금의 예산부결사태에 대한 당위성을 상호간 설명하고 이해하는 성숙한 소통정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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