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20억 요구설’ 인터뷰 발언...도의회 ‘발끈’
박정하 부지사, ‘우발적 발언’해명...그러나 분위기 ‘싸늘’

▲ ⓒ뉴스제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전국적 방송에서 ‘제주도의회 20억 요구’발언이 제주를 넘어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이번 발언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번 원희룡 지사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도의회 내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강성 도의원들은 원 지사의 사과 없으면 ‘2015년 예산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제324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제주도 행정 수장인 원희룡 지사와 제주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 간 극렬한 감점싸움이 사상초유의 극단적 ‘부동의’ 사태로 이어지면서 극렬하게 대립했던 양측이 수면 아래에서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으면서 화해 무드가 전망되던 때 원 지사의 발언이 알려진 후 완전히 얼어붙은 형국이다.

이로 인해 양측이 합의한 29일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빨간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원희룡 지사는 1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해 예산안이 원래보다 좀 증액이 됐었나?’라는 질문에 “전체 금액으로는 증액이 안됐는데, 삭감한 금액들을 의회의 생각대로 여기저기 편성을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삭감한 금액은 저희 지방이 중앙정부에서 받아온 국비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대거 깎아서, 무슨 단체들 여행 보내고 무슨 특정인들에게 보조금 주고 이런 부분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이거는 원칙에 안 맞는다, 뿐만 아니라 원칙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저희가 내용을 보고 검토를 해야 동의인지 부동의인지 밝힐 수 있었다”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이어 ‘구성지 의장은 도와 의회 간에 협치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원 지사는 “10월에 도의회 의장께서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미리 의회랑 협의를 하자, 그래서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에 의장님 자신은 좀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도의원들이 조금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일단 그런 전제 하에 할 수는 없다고 저희가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까 의장님께서는 본인의 순수한 뜻을 왜 못 받아 들이냐고 해서 그게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도의회에서 20억 보장을 먼저 제의했다는 충격적 발언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도에서 자료를 달라고 한 날이 예산 의결하기 위한 마지막 전날 정오쯤에 자료를 달라고 그랬는데,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줄 수가 없는 시간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우리가 내놓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원 지사는 “그 앞 과정을 다 생략해서 지금 사태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전제 한 후 “저희가 예결위 과정에서부터 의회가 자료를 낼 필요도 없고 우리가 들어가서 구두로 설명을 듣겠다. 항목별로 타당하면 우리가 동의를 해주고 도저히 예산편성 원칙이나 법 규정에 안 맞는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동의를 못하니까 그걸 우리가 명백히 밝히면, 그것을 심의과정에서부터 걸러서 동의된 것만 본회의에 올리면 서로 싸울 필요도 없다, 이렇게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저희가 수차례 요구를 몇 주 전부터 했는데 이걸 다 거부를 하고는 처리를 하려고 하니까, 그러면 그동안의 협의과정을 다 거부했으니까 그 내부에서 근거 자료가 있었을 테니 그거라도 달라고 제기를 한 것”이라며 도의회의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는 강성 발언을 이어 나갔다.

‘29일 열흘 뒤에 예산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여는데 해결 전망은?’이라는 질문에 원 지사는 “ 의회가 이 관행이 잘못 돼있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고, 그리고 저희가 의원들이 시급하고 정당한 민원을 호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충분히 귀를 열겠다. 그래서 타당한 것은 반영하고 어차피 안 되는 예산에 대해서 의회가 의결권을 앞세워서 동의를 강요하는 낡은 관행은 이제는 힘이 들더라도 결별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의회가 협조하리라 믿는데”며 의회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려는 변화의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제2회 추경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원 지사는 (전국 방송에서 제시했듯이) 20억 요구설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전제 한 후 “원 지사의 발언으로 인해 마치 제주도의회 전체 의원들은 지역구나 예산을 챙기는 의원으로 도매급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지사 본인은 개혁적인 인사로 포장하려 하고 있다”며 지사의 공식적인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원 지사의)생방송 당시 발언은 우발적인 표현”이라며 서둘러 논란 진정에 나섰지만 의회의 격한 불만의 목소리를 달래는데 실패했다.

제주도의회는 22일 상임위원장과 원내 대표 등이 참석하는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이번 원 지사 발언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도 내에서도 준예산 체제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 속에 원 지사와 제주도정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협의를 중단할 수 없는, 결정의 난맥상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KBS제주방송총국은 20일 밤 송년특집 100분 토론회 ‘더 큰 제주 리더십을 말한다’를 생방송에서 패널로 참여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당시 패널로 참여한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에게 방송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극렬한 대립구조로 준예산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았던 정세가 다시 화해모드가 조성되는 분위기로 조심스럽게 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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