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2차 산업 지원이 선심성 예산인가?
무턱대고 삭감시킨 예산, 도내 산업 발전 정체될까 우려

#농업예산 삭감, 농민단체 규탄 줄이어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는 5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인의 아픔 외면한 농업예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제주

2015년 제주도 농업분야 예산안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제주도내 농민단체들이 "농심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규탄했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 3조 8194억 원 규모의 '2015년 제주도 예산안' 가운데 1636억원(4.4%)을 삭감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농업분야 예산은 128억 원이 삭감됐다.

지난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김성용)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김정임)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예산안 처리에 대해 "제주도와 의회가 감정 섞인 분탕질을 벌이는 바람에 나타난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민생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바람에 제주도민들의 근심과 우려가 깊어지고 있고, 특히 농업예산은 전체 100여 억 원이 삭감돼 농민들의 분노와 불만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 5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는 도농어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동채소의 가격 폭락으로 울상인 농가들의 작은 희망마저 빼앗겨 버렸다"며 농업예산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한·중 FTA 등 농산물 개방의 압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월동채소 가격폭락과 감귤가격 하락세로 농가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도민혈세를 볼모로 법령·조례에 정해진 법정경비마저 삭감해버린 처사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무엇이 제주경제와 농업을 위한 길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차 산업 예산 삭감, 도내 기업 경쟁력은 ‘휘청’

▲ 제주도의회는 1636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 최대 규모로 예산안을 삭감시키고 통과시켰다. ⓒ뉴스제주

예산안 후폭풍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고용 창출 및 경제 성장에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2차 산업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도는 1, 3차 산업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2차 산업 기반이 그 어느 곳보다 매우 열악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매해마다 2차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지만 뚜렷한 방향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 그래도 열악한 2차 산업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제주도 경제산업국은 퇴근 시간 무렵이었음에도 예산안의 대폭삭감으로 인한 도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강승수 경제산업국장은 “도의회의 예산안 심의에 대해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은 뒤, “이번에 경제 산업국에서도 277억의 예산이 삭감됐다. 이 중 대부분이 공기관의 사업 대행비 및 출연금 그리고 도내 2차 산업의 성장 및 활성화와 직결되는 예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국장은 “특히 테크노파크의 경우 92% 가까이 되는 예산이 삭감돼 2~3월 이후면 인건비 조차도 없어 직원들이 그만둬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고, 통상적으로 1~2월에 시작되는 중기청 등 정부기관 주도로 채택된 R&D 공모사업에도 지자체가 일정부분 자부담을 투입해 추진되는 매칭사업이다. 그런데 이 부분 예산마저도 상당부분 삭감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기청 등의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R&D연구지원사업의 경우 도내 2차 기업에 그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으로 도내 기업의 경쟁력강화와 직결되는 사업이다.

기업지원과도 후속 대책마련에 분주하긴 매한가지다.
예산안의 삭감 내역을 분석해 가면서 1월부터 당장 시작해야 하는 여러 사업에 대한 대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주 기업지원과장은 “예산안이라는 것은 1년을 보고 하는 것이지, 추경을 염두해 두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선 주어진 예산안에서 도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기업의 경우 1년이라는 기간으로 보았을 때 상반기에 집행해야만 보다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사업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지원해야만 그 효율성이 증가되는 특수성이 있다. 게다가 영세한 기업이 대다수 인 도내 2차 산업 현실에서 도의 예산 지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예산삭감 후폭풍에 따른 어려움이 실로 여러 곳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 ‘제주향토 강소기업 육성 지원사업’이 선심성 예산?

▲ 제주 강소기업 육성 프로그램 도식도. ⓒ뉴스제주

특히 기업지원과의 경우, 원희룡 도지사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제주향토 강소기업 육성 지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은 제주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도내 현실에 맞는 ‘제주형 강소기업’을 육성‧지원해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제주기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계속적으로 확산 시키고자 하는데서 마련된 사업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제주의 제조업체 중 소규모 업체가 전체의 약 9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과 2012년을 비교했을 때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다.

이러한 도내 2차 기업의 성장세의 정체는 ▲강소기업으로 이끌어 주는 성장사다리 부재, ▲소규모 예산, ▲지원 형평성, ▲선도 기업 부재로 제주 산업성장의 한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견기업 육성 필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강화에 나서고있다.

정부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대책’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번 예산 삭감 파동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져 경쟁력을 겨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도내 한 기업인은 <뉴스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제주향토 강소기업 육성 지원사업은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이기에 많은 기업인들이 기대를 가진 사업이었지만 예산안 전액 삭감으로 인해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향토기업을 육성해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 과연 선심성 사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참담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인 B씨는 “도대체 어떤 사유로 인해 이 예산이 삭감된 것인지 알고 싶다”며 “단순한 기 싸움에 의한 이유 없는 삭감이라면 분명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했던 도의회가 증액 과정에서 원희룡 지사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자 증액예산을 전면 철회하고 1636억 원이라는 초대형 규모로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양 기관 간 자존심 대결로 빚어진 ‘분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희룡 도지사 역시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단은 벌어졌으니 이젠, 상처 부위를 꿰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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