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혼비백산한 처
[358]혼비백산한 처
  • 현임종
  • 승인 2015.01.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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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장모님께서 나를 부르더니 J의 어머니가 양로원게 가고 싶다고 하니,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이시돌 양로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씀하셨다. J는 언론계의 중진이었고 그 어머니는 자기 집이 있는데 왜 양로원에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연유를 여쭤 보았다.

J는 언론계를 떠나 사업하다가 잘 안되어 어머니가 사는 집도 팔아치운 모양이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게 된 어머니는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로원에 들어가려면 아들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라고 장모님께 말씀드렸더니 “J가 친아들인 것은 맞으나, 그 어머니가 후처라서 J는 본부인의 아들로 호적에 입적되었고, 그의 생모는 서류상 혼자니까 문제가 없을거랜 햄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네.)” 하고 대답하셨다.

J가 어머니를 걱정없이 잘 모셨더라면 내 귀에 J의 출생비밀 같은 것은 들려오지 않았을 터인데, 몰라도 될 남의 집안 내력까지 알게 되고 만 것이다.

업무에 바빴지만 시간을 내어 이시돌 양로원까지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던차에 장모님이 다시 나를 불렀다.

“네가 업무에 너무 바쁜 것 닮안(같아서) 내가 J의 어머니를 모시고 이시돌 양로원에 가지 않애시냐?(가지 않았겠나?) 양로원 입원서류를 다 꾸미고 돌아오려는데 내가 고제어신(실없는) 소리 해부런(해 버려서) 입원 못하게 되어 부렀쪄.(버렸다.) 이 주둥이가 일을 그르쳐 부러시네. (그리치게 만들어 버렸다네.)” 하며 손으로 입을 탁탁 때리시며 후회하셨다.

입원수속이 끝나자 장모님은 양로원 직원들에게 “잘 모시라, 잉. 이 분은 언론계 중진 J의 어머니여.”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해 버린 것이다.

양로원 직원들이 눈을 번쩍 뜨며 “J의 어머니우꽈?(어머니이십니까?)그러면 큰일납니다.

입원할 수 없으니 그냥 돌아갑서.(돌아가세요.)“ 하며 이미 작성한 서류를 찢어버렸다는 것이다.

장모님께서 너무도 어쩔줄 몰라 하시기에, 『이시돌 양로원』은 물 건너 갔고 개신교측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렸다.

세월이 흘러 장모님께서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딸인 나의 아내에게 봉투 하나를 주면서 “내가 죽은 후에라도 J의 어머니 계신 양로원에 가서 이 용돈 좀 드려라.” 하고 분부를 하시고 돌아가셨다.

장모님 상을 치르고 한 달쯤 뒤에 장모님이 준 봉투를 들고 양로원으로 J의 어머니를 찾아간 내 처는 그만 시겁하고 말았다.

“지 에미(자기 어머니)를 양로원체 처박아 두고 한 번도 찾아 보지도 않은 불효막심한 자식이 오늘은 무스 낯으로 찾아왔어?” 하고 양로원 할머니들이 내 처에게 덤벼들며 아우성을 치는게 아닌가. 양로원 할머니들은 내 처를 J의 처로 잘못 알고 무심한 며느리가 오늘은 어쩐 일로 찾아 왔느냐고 아우성을 쳤고, J의 어머니는 당황하여 말렸다.

한바탕 소란 끝에 장모님께서 남기신 봉투를 받은 J의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 뒤에 들려온 소식은로는 처가 다녀온 지 한 달만에 J의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J가 와서 장례를 츠르고 갔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도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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