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품 감귤수매 현장, 속 터지는 농심(農心)
비상품 감귤수매 현장, 속 터지는 농심(農心)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5.01.14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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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3월까지 전량 수매" 발표, 별다른 대안 내놓지 못해
수확 끝난 농가들 "3월이면 다 썩은 채 수매하란 말이냐"
▲ 1월 13일 오전 7시 20분께 비상품 감귤 수매공장 주변 도로에 감귤을 싣고 길게 늘어 서 있는 차량들. ⓒ뉴스제주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오전 6시 30분 이른 아침.

무려 1km 가량 선과장 주변을 둘러싼 차량 행렬의 풍경.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내에 위치한 비상품 감귤 수매공장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행여나 수매시간에 늦을까봐 아침 일찍 나선 농부들이 모여있다.

이곳에서의 비상품 감귤 수매는 대략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비상품 감귤을 가득 실은 차량이 공장 내로 이동하면 길게 줄을 서 있던 차량들도 앞 차를 따라 조금씩 이동을 한다.

그러는 과정에 차량 운전자가 오지 않으면 뒷차들이 정차해 있는 차를 앞질러 이동하는 앞줄을 따라간다. 수매가 매번 정확한 시간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농부들이 1시간 가량 일찍 나와 있는 이유다.

수매시간을 제때 못 맞춰 차량을 이동시키지 못하면 뒷차에게 순서를 빼앗긴다. 비상품 감귤을 수매하려고 하루 전(혹은 며칠 전)에 차량을 갖다 놓은 것을 생각하면 억울한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량을 이곳에 갖다놓으니, 자신들의 감귤밭에선 차량을 쓸 수 없어진데다 뒤로 밀리면 하루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 수매공장에선 비상품 감귤 수매 처리량이 일일 15차량 분으로 한정돼 있다.

▲ 제주 노지감귤. ⓒ뉴스제주

# 2014년산 감귤 출하량 57만톤 예상, 가격은 전년대비 7000원 하락

[기사수정 1월 15일 오후 4시]1월 15일 현재까지 누적된 감귤 출하량은 35만 5069톤이다. 예년도와 비교해보면 2012년엔 31만 8206톤, 2013년은 37만 5671톤의 감귤이 거래 되면서 1만 6600원(10kg당) 가량의 높은 가격을 형성한 바 있다.

현재 1월 15일자 거래가는 94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난해보다 무려 7000원 가량이나 하락했다. 하락 폭이 너무 크니 감귤 농가들의 한숨소리가 새어나올 수밖에 없다. 감귤 농가들뿐만이 아니다.

밭떼기(수확 전 미리 사두는 방식)로 사들인 중간상인들은 더 '죽을 맛'이다. 상인들은 예년처럼의 가격대를 예상해 미리 사들여 놨으니, 이 가격대로 거래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2014년산 노지감귤 생산량을 11월 중순께 정확히 예측했다.

농기원은 지난해 11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예상 생산량을 최소 54만 9천톤에서 최대 58만 9천 톤 내외가 될 것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생산량은 같은 기간 예년에 비해 더 많아졌으나 오히려 출하량은 20% 가량 떨어지고 있으니 감귤값 하락은 당연한 현상이다. 감귤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오른 시점에서 팔고 싶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나 상인들이 창고에 쌓아 둔 물량을 고려하면 총 생산량은 예상 최대량에 이를 수 있다.

더군다나 농기원은 생산된 감귤 중 상품비율을 66.1%로 예상했다. 지난 6년간 상품비율이 74.5%인 점과 비교해보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가격 하락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상품비율이 낮아진만큼 반대로 비상품 감귤량이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현재 15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1번과 상품화를 놓고 옥신각신 하는 통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수확하기 겨우 1달 전에 감귤규격 체계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도 빚었다.

도정은 올해 1월 6일에서야 뒤늦게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가공용(비상품) 감귤 전량 수매를 약속했다.

▲ 수매 공장 주변으로 길게 늘어 선 차량들. ⓒ뉴스제주

# 예측만 잘하면 뭐하나, 별다른 대책이 없는데...

전량 수매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비상품 감귤을 가득 실은 차량이 수매공장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현장은 어느 곳을 가나 비슷하게 막막한 풍경이다.

지난해 말까진 일일 수매분량이 30대 차량 분이었다. 농가들은 길어야 2일 정도만 기다리면 됐다. 허나 도의회가 감귤 수매가 차액보전 사업비 50억 원 중 49억 원을 삭감시켜 버리자, 수매분량은 15차 분 절반으로 줄었다.

제주도가 전량 수매를 약속한다며 선과장이나 처리업체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 6일부터 바로 오히려 물량이 줄어버렸다.

함덕에 위치한 수매공장 부근엔 최소 60대 이상의 차량이 늘 줄을 서 있다. 이러니 차량을 갖다 놓으면 농가 입장에서 1회 분량 수매하는데 꼬박 4∼5일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그 시간만큼 농가에선 차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게다가 14일과 15일엔 공장 기계를 수리해야 한다며 이틀을 쉬어야 한다는 문자를 농가들에게 통보하기까지 했다. 차를 뺄 수도 없는 농가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공장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

이러다보니 농가에선 비상품 감귤을 내다버리고 싶은 심정이라 하소연한다. 허나 내다 버렸다가 적발되면 과징금 철퇴를 맞는다. 감귤은 썩기 시작하면 굉장한 악취를 뿜어 내기 때문에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

비상품 감귤을 안 딸 수도 없다. 감귤은 연년생 작물이 아니라 2년생 작물이다. 한 해 열매가 가득 열리면 다음 해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매년 수확하기 위해선 열매를 모두 다 따내고 가지치기를 연초 봄에 실시해야 한다. 골고루 햇볕을 잘 받을 수 있게끔 묵은 가지를 잘라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 돋아난 순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고 열매가 매해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통 1월 중순이면 감귤 수확은 마무리된다. 허나 올해는 생산량이 많아 출하처리가 늦어지면서 농가나 행정 모두 애를 먹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전량 수매 약속' 시점을 3월까지 유예기간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농가들은 대번 화를 냈다. 이미 수확이 마무리 돼 가는 시점에서 3월까지 수매하려면 농가는 쌓아 둔 감귤을 거대한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월에 이르기도 전에 모조로 썩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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