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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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가 소방관과의 전화통화로 구설수에 올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것을 보도에서 보았다.

소방관들도 장난전화로 인해 골탕먹는 일이 비일비재하겠지만, 좀더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으면 했고, 경기도지사도 도지사라는 권위만 생각했지,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높은 직위에 있는 자신의 이런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1960년대 초 농협중앙회 기획조사부에 근무할 때, 내가 농림부 농정국장의 전화를 중국요리집 전화로 착각하여 큰 실수를 한 일이 있다. 그 당시는 교환 전화밖에 없었기 때문에 외부, 내부할것 없이 교환대를 거쳐야만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휴일날 특근을 하면서 중국집에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배달원이 국물을 까먹고 가지고 오지 않았다.

빨리 가서 국물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배달해 오지 않았다. 재촉하려고 전화교환대에다 중국집을 연결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교환대에서는 통화중이니 끝나면 연결시켜 주겠다고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기에 당연히 중국집과 연결된 것으로 착각한 나는 “국물 갖고 오라는데, 왜 이렇게 안 와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국물을 좋아하십니까?” 히거 잠잖은 목소리로 응대해 왔다.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니, 얼마전까지 내가 담당이사로 모셨던 농림부 농정국장의 목소리였다.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나는 경솔한 전화응대를 사죄했고, 농정국장도 평소 나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국물 좋아하다가, 신세 망치는 수가 있어......”하며 껄껄 웃고 넘어갔다.

그 뒤로 나를 만날 때마다 『굴물 씨』라고 부르는 바람에 나는 『굴물 씨』라는 별명을 얻고 말았다.

1960년대 초 농업은행 목포지점 직원과 무안지점 직원들은 밤에 숙직하다가 가끔씩 심심풀이로 상대지점에다 “나, 지점장인데, 숙직 잘하고 있나?” 하는 장난전화를 걸곤 했었나 보다.

하루는 농업은행 총재가 사적인 일로 목포에 내려온 차에 밤에 목포지점으로 전화를 걸어 지점장을 찾으며 “나, 총재인데, 이 전화를 지점장 댁으로 연결시켜 주게,” 라고 말했다.

목포지점 직원은 하도 여러 차례 이런 장난전화에 익숙해 있던 터라 “야! 이 새끼야! 여태까지는 지점장 행세만 하더니, 언제부터 총재로 승진했냐?” 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RMsgdj 버렸다.

이 사건으로 목포와 무안지점장이 인사조치당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농협 제주지부 초창기 시절 서 모 과장은 전화걸 때나 받을 때면 의례 "나, 서 요.“ 하고 본인의 이름을 생략해 말하곤 했다.

마침 원호청에서 상이군인 서 모 씨를 원호대상자로 도지부에 배정해 왔는데, 그는 용원이지만, 매우 건방져서 모든 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잦았다.

그도 서 과장의 전화받는 태도를 본닫아서 언제나 “나, 서 요.” 하고 전화를 받기 일쑤였다.

하루는 휴일이었지만, 유채 매수 관계로 전 직원이 출근해서 근무중이었다.

북제주군조합 전무가 서 과장과 업무협의차 전화를 걸어왔는데, 용원인 서 씨가 받아서 “나, 서 요.”라고 했다.

당연히 서 과장인 줄 알고 업무협의를 하는데, 전화받는 태도가 도저히 평소 알고 있는 서과장이 아닌 것 같아 “당신 누구세요?” 하고 다시 물었다. 또 다시 거드름을 피우며 “나, 서 요.” 라고 말하는 용원의 태도에 화가 난 전무가 “그러니까, 어느 서냔 말이오?” 하고 소리지르자, 이것이 시작이 되어 옥신각신 전화로 다툼이 생겼고, 급기야 용원이 북제주군조합으로 달려가 전무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말았다.

당시 휴일당직은 공식적으로 나와 그였으므로, 나더러 가서 그를 끌고 오라는 상관의 지사가 내렸다.

북제주군조합 사무실로 달려간 내가 몇 번이나 타일러도 전무의 멱살을 풀지 않으며 고집피우는 그에게 화가 난 나는 그의 팔을 후려치고 뺨도 몇 차례 갈겼다.

그랬더니 뺨맞은 것으로 고막이 터졌다며 제주도립병원에 입원하고 나를 폭행치상으로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나는 이 사건을 수습하느라 병원비와 엄청난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마침 박정희 대통령 당선 기념으로 법에 걸려 있는 모든 사건이 사면 처리되어 드디어 이 사건에서 헤어나게 되었다.

물론 그 『서』씨는 더 이상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더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전선에서 포탄 폭발음으로 이미 『양이(양쪽귀) 고막 파열』진단을 받은 상태로써, 이 질환으로 원호대상자가 된 자인데, 고막은 한번 터지면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게 뺨맞은 것으로 고막이 터졌다고 허위 고소를 하여 나에게서 병원비와 합의금을 뜯어간 것이었다.

전화는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과 달리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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