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주동부경찰서 '열린 보고회' 겉치레 급급
폐쇄적 조직문화 탈피해야

▲ 26일 오전 10시30분께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지역 치안보고와 주민 의견을 듣는 '열린 보고회'가 개최됐다. ⓒ제주지방경찰청

26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지역 치안보고와 주민 의견을 듣는 '열린 보고회'가 개최됐다. 기존 경찰관 의견청취 수준을 탈피해 주민을 주인공으로 참여시킨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출입구의 안내 경찰관에게 참석 가능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사전에 초청된 인원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분을 채 밝히기도 전에 사실상 주민의 입장에서 참석이 거부된 것이었다.

결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열린 보고회’라고 적힌 팻말을 알쏭달쏭한 심경으로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평소 보안을 위해 잠겨있던 출입문은 역설적이게도 활짝 열려있었다.

이후 해당 보고회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각 언론사에 배포된 것은 이날 오후 3시께였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열린 보고회를 두고 참여 주민들이 신선하다, 경찰이 참 많이 변했구나, 주민과의 소통노력을 더 기울여주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주민의 건의사항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장애인 성폭력 관심 촉구 ▲가출청소년 보호대책 ▲교통시설물 개선 등 한 문단으로 짤막하게 정리됐다.

반면 이승철 제주지방경찰청장의 인사말은 4문단에 걸쳐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내용은 “주민의 의견을 항상 경청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확인해보니 사전에 초청받은 주민들도 대부분 경찰서와 협력 관계에 있는 단체 위주였다.

경찰 관계자는 “협력단체에 속한 20여명을 포함해 주민자치위원, 자율방범대, 청소년단체, 장애인단체 등 사전에 초청된 45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협력기관 초청 비공개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결국 이날 열린 보고회는 ‘닫힌 보고회’로 끝났다.

폐쇄적인 경찰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아쉽다. 겉치레가 아닌 주민들의 진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닫히거나 잠긴 것을 트거나 벗겨낸다는 '열다'의 참뜻을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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