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용역의 관제학 '꼭꼭 숨어라'
경찰과 용역의 관제학 '꼭꼭 숨어라'
  • 변미루 기자
  • 승인 2015.03.12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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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 용역직원 고용, 관리는?
경찰, 공공 CCTV 실시간 모니터링 '위법' 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이 달린 거인, 아르고스(Argos)가 돌아왔다. 바로 폐쇄회로(CC)TV다. 까맣고 동그란 현대판 아르고스가 다리를 꼬고 도처에 자리 잡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사람의 하루 평균 CCTV 노출 횟수는 83회에 이른다. 지난 3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끝이 아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타인에 대한 ‘불신’과 ‘믿음’ 사이의 갈등이 남았다. <뉴스제주>는 CCTV의 빛과 그림자를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CCTV 전쟁, 더 많은 눈을 달아라
(2) 경찰과 용역의 관제학 '꼭꼭 숨어라'
(3)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눈이 필요할까

▲ 11일 제주시 도남동의 놀이터에서 놀던 한 어린이가 폐쇄회로(CC)TV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도내 설치된 공공CCTV는 5700여대에 달한다. ⓒ뉴스제주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았다” (에드워드 스노든·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개인통신정보 수집 실태 폭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결국 부결됐다. 이날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을 이유로 집과 교실에 CCTV 설치를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어린이집 CCTV 의무화는 타당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촘촘해지는 감시망과 반대로 사생활 보호는 취약해지고 있다. CCTV 만능론의 허점이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박모(31·연동)씨는 “가장 답답할 때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다. 직원 1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CCTV가 설치돼 직원들과 몇 마디 말을 섞기도 눈치 보인다. 종종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관제의 용역화

중요한 문제는 CCTV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점이다.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는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 제주도가 CCTV 통합관제센터 관제용역을 공개입찰을 통해 고용했다. 업종사항제한 항목은 '시설경비업' 등록 조건 하나 뿐이다. ⓒ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쳐

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의 경우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용역업체 소속 직원 120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해 실시되는 공개입찰의 참여 자격은 시설경비업 등록업체여야 한다는 점 단 하나뿐이다. 인력 운용이나 자격 요건에 대한 강제 규정은 전무하다. 내부 관리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와 같은 허술한 규제 탓에 지난해 충남 태안군은 고엽제 전우회에, 경기 용인시는 재향군인회에 관제센터 위탁 운영을 맡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톡이 사용자 대화록을 수사기관에 제공했던 것처럼 CCTV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물이 공적인 영역에서 전문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CCTV 실시간 모니터링 ‘위법’ 논란

경찰이 공공 CCTV를 무차별 열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013년 제주도와 협약을 맺고 CCTV통합관제센터에 3명의 경찰을 파견해 실시간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안행부가 권고사항으로 내놓은 ‘지자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 규정’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공 CCTV는 지자체 외에 개인이 직접 열람을 청구할 때만 공개할 수 있다. 범죄 수사를 위한 협조요청의 경우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제16조 개인정보의 수집 제한).

강명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관제센터에서 상주하며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ㆍ제공 제한)에 위반된다”며 “이 경우 동법 제71조 제2호에 규정된 형사처벌 규정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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