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종교 자유 당연 필요' vs ‘도지사와 개인의 종교적 성향은 당연히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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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조례에 따른 한라산신제 초헌관 거부에 대한 논란이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을 놓고 일반적 찬반 의견을 넘어 종교적 성향에 따른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논란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라산신제’ 제관직 수행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한라산신제는 과거 제주특별자치도의 전신인 탐라국 시대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 전통 제례행사로, 제주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마련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조례는 도지사가 ‘초헌관’(제관 중 처음 술잔을 올리는 이) 역할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원 지사가 이러한 제주 전통 제례행사에서, 그리고 조례로 명시되어 있는 유교식 제례 집전을 자신의 개인적 종교 이념을 내세워 거부했다.

결국, 제주도지사가 맡아야 하는 초환관은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대신 집전했다.

특히, 이날 원 지사는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 제단에 20여분 늦게 도착하였고, 초헌관을 거부하면서 당시 한라산신제 참석자 일부 인사들이 다소 언짢은 목소리를 내기도 해, 엄숙해야할 분위기가 다소 방해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원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초헌관은 부지사가 맡았지만 제주도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한라산신제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성공기원 한라산신제’와 12월 건시대제에도 제주도지사가 맡아야 할 초헌관을 연이어 거부하면서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특히, 전태옥 한라산신제 봉행위원장은 문회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선 시대에도) 제주 목사가 직접 봉행해온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전임 우근민 지사도 직접 제례를 집전한 행사”라며 “그런데, 유독 원 지사만 종교적 신념을 앞세워 행사를 외면하는 처사는 전임 지사의 공적을 함유한 행사에 참석하기 싫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며 제주도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제례에 제주도지사가 집전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맹렬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제주도 관계자는 “전통제례에 참석은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참석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주도지사가 맡아서 초헌관을 맡아야 한다는 조례는 시대에 비현실적이지 않나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유교체제하의 제관행사에 초헌관을 맡지 않는 것”이라며 “향후 민선6기 체제에서는 제주도지사의 초헌관 집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인 논란으로 종교전쟁(?)을 방불할 정도로 격한 토론이 인터넷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12일 “공직자에게도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원 지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해당 언론회는 “ ‘한라산신제’는 오래 전부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것으로 시행된 제례였으나, 일제 강점기부터 오랫동안 중지된 상태”라고 전제 한 후 “그러다가 2009년부터 주민들에 의해 복원됐고, 2012년부터 제주도가 주관하는 것으로 격상됐다”며 “이에 제주도지사가 초헌관을 집전해야 한다는 것인데, 원 지사는 기독교 신자이기에 이를 거부하자,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지사 의무 방기’ ‘개인 종교와 공인의 의무 충돌’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비판 언론에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해당 언론회는 이번 초환관 거부를 한 원 지사의 선택에 대해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 후 “과거에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고 ‘고등종교’를 갖지 못하여 미신을 숭상하던 시절의 제례를, 현대에 복원하여 지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억지”라며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를 제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미신적 행위”라며 ‘한라산신제’ 등 그동안 원 지사가 초헌관 집전 거부한 제사들은 그저 미신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다소 격양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언론회는 “또한 초헌관이란 ‘나라의 제사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일을 맡은 임시 벼슬’을 말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초헌관의 중요성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굳이 도지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를 압박하여 개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에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라고 격하게 따져 물었다.

언론회는 이어 “국태민안을 위해 기원하는 방법은 각 종교의 양식과 개인의 신앙양심에 따라 다양한데, 굳이 산신제에 참예하여 초헌을 해야만 공인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편견일 뿐”이라며 “그러므로 원칙도 아니며 확실한 보장성의 행사도 아닌 일로 인하여 불필요한 분란을 조장하고, 개인의 신앙까지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상호 간에 종교적 신념과 자유가 존중받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원 지사의 초환관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모 누리꾼은 원 지사의 초헌관 집전거부 기사에 “그렇다면 X-마스는 기도교인만 쉬고 ,석탄일은 불교도만 쉬어야겠네요. 이 땅의 국민은 유교 시아버지와 기독교 며느리, 천주교 올캐가 한 밥상에서 밥 먹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종교 신념과 도지사 역할을 구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댓글로 일침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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