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차원의 일방적인 CCTV 설치 관행 "사회공론화 우선"
영장주의 등 개인정보 보호 장치 강화해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이 달린 거인, 아르고스(Argos)가 돌아왔다. 바로 폐쇄회로(CC)TV다. 까맣고 동그란 현대판 아르고스가 다리를 꼬고 도처에 자리 잡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사람의 하루 평균 CCTV 노출 횟수는 83회에 이른다. 지난 3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끝이 아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타인에 대한 ‘불신’과 ‘믿음’ 사이의 갈등이 남았다. <뉴스제주>는 CCTV의 빛과 그림자를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CCTV 전쟁, 더 많은 눈을 달아라
(2) 경찰과 용역의 관제학 '꼭꼭 숨어라'
(3)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눈이 필요할까

▲ 11일 제주시 이도2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의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제주도내 설치된 공공CCTV는 5700여대에 달한다. ⓒ뉴스제주

특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CCTV 만능론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고(故) 신해철 씨 의료 분쟁과 수술실 생일파티 등 논란이 일자 정치권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군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는 여군 전용 숙소에 CCTV를 의무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어린이집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CCTV설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사회공론화 통한 제도적 보완 필요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는 “CCTV는 결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어린이집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나 노동실태 등 환경적 요인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CCTV로 감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국가로부터의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 ⓒ뉴스제주

홍 대표는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 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까지 CCTV는 관리자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설득하고 납득하는 과정, 즉 사회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명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준이 모호한 것이 많다”며 “CCTV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공공이나 민간영역을 불문하고 해당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각 기관마다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와 그 이용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의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도 시급한 문제다. 용역업체 선정시 전문성 등 자격 요건을 꼼꼼히 살피고 위법행위 적발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개인영상정보의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장 없는 경찰의 CCTV 무차별 열람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강 교수는 “(경찰의) 영장주의 위반의 소지는 충분히 있으나 신속한 범죄 수사를 위해 영장 없이 CCTV를 확인할 필요성도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사전영장을 필요로 하되 예외적으로 신속한 범죄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영장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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