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제주관광, 왜 논란인가] ④
제주도정이 고심 중인 대안들, 실효성 있을까

한 척에 2000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을 싣고 제주항으로 입도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한 해 지날수록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38만 명, 지난해엔 59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65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크루즈 선박을 타고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관광객 수용을 위해 400억 원이 넘는 도민 혈세를 투입해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를 통해 들어 온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면세점 쇼핑만 하고 다시 배타고 돌아간다면?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온 이 문제점이 올해 들어선 고쳐졌을까? <뉴스제주>는 크루즈 선박에서 내려 대략 6시간 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닌 관광객들의 동선을 쫒아가봤다. [편집자 주]

 

▲ 제주항 제7부두. 왼쪽에 기항해 있는 배가 13만 7000톤 급의 크루즈 선박. 오른쪽에는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뉴스제주

# 제주도가 제시한 대안, 1. 기항 8시간 미만 “안 돼”... 실효성은?

크루즈 선박이 제주항에 들어 올 수 있게 하는 권한은 제주도 해양산업과가 쥐고 있다.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주기항 8시간 미만’에 해당하는 크루즈는 앞으로 받지 않겠다고 선사들에게 고지했다고 밝혔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제주에 머무는 시간을 이토록 따지는 이유는 체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제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외 모든 관광객들은 누구나 면세쇼핑을 선호한다. 관광시간이 짧아도 면세점은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이미 선사들에게 이 점을 고지는 했는데 그렇다고 받지 않을 수는 없어 실제로는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다 더 기항시간이 긴 크루즈 선사에게 입항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인 거다. 도는 3월 중에 이를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선사에 고지해 4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나 ‘기항 8시간’은 크루즈에 탄 관광객이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배가 제주항에 입항해서 나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승·하선 시간을 고려하면 관광객들은 대략 6시간을 제주관광에 할애할 수 있다. 면세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하면 4시간 정도를 도내 여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제주에서 이동거리 포함해서 4시간 안에 관광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많은 곳을 둘러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가는데라곤 용두암이나 제주자연사박물관 같은 곳으로 한정되기 일쑤인 것이다.

즉 ‘기항 8시간’이라고 한정해봐야 기존의 크루즈 관광행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앞으로는 체류시간 8시간 이하는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크루즈 관광객들은 쇼핑 이외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면세점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뉴스제주

# 제주도가 제시한 대안, 2. 도내 지역여행사 참여 시 선석 입항 우선권 부여

제주항에 들어오는 크루즈는 본 선석과 예비선석에 입항할 수 있는데, 8만 톤 급 이상은 본 선석에, 그 이하는 예비선석에 입항한다.

그러니 정원 3000명을 수용하는 마리너 오브 더 시즈호 같은 13만 8000톤 급의 대형 크루즈는 1척만 수용 가능하다. 지난 20일에 이 크루즈와 같이 입항한 코스타 빅토리아호는 7만 5000톤 급 선박이어서 예비선석에 입항해 두 척의 크루즈가 하루에 기항할 수 있었다. 현재 제주도내에 크루즈 선박이 들어 올 수 있는 곳은 제주항이 유일하다.

대부분 당일치기로 오전에 와서 오후에 나가거나, 오후에 왔다가 저녁에 제주항을 떠난다. 간혹 1박 2일로 머무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9일에 그랬으며, 오는 5월 8일에도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할 예정이다. 1박 2일 기항은 2014년에 18회가 있었고, 올해엔 10번이 예정돼 있다.

제주항에 입항하는 크루즈들은 90%가 상해에서 출발한 선박들이다. 일본에서 출항하는 것은 10% 정도뿐이다. 이러다보니 올해 3월 19일까지의 크루즈 관광객 4만 5780명 중 95.6%가 중국인들이다.

그러니 일일 평균 1616명의 크루즈 관광객들이 짧은 시간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제주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결국 여행 프로그램의 질과 직결된다.

대부분 상해에서 출발하는 관광객들이다보니 중국이나 해외 및 국내 대기업 여행사들이 단연코 많다. 제주도내 내수시장을 보다 더 탄탄하게 가져가기 위해선 크루즈 관광시장에 도내 여행사들도 끼어들어 사업을 펼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지역 토종 여행사들이 크루즈 관광시장에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3월 초,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들이 모여서 논의했는데, 지역 여행사들이 모종 여행사들과 같이 협업해서 크루즈를 입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선적으로 기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협회나 공사를 통해 선석요청을 하고 이를 도에 전달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회신은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그런데 제주관광공사엔 이에 대해 아직 어떤 가이드라인이나 구체적인 방향조차 없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계획 수립 중이긴 한데 선석 관련은 전적으로 도 해양산업과에 있기 때문에 협회나 공사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아직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상태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관계자는 “도의 향후 방침이 제일 중요하다. 건의는 할 수 있지만 협회나 공사에서 어떤 계획을 수립해서 이끌어가자고 할 수는 없고, 선석 권한이 있는 도가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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