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검은 유혹까지 걸어서 8분
번개탄, 검은 유혹까지 걸어서 8분
  • 변미루 기자
  • 승인 2015.04.13 14:49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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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 자살 사망자 2004년 50명→2013년 1825명 ‘30배’ 급증
용이한 접근성‧모방심리 작용 “근본 대책 모색해야”
▲ 서민들의 언 몸을 녹이고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사용했던 번개탄이 자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2004년 50명에서 2013년 1825명으로 30배 이상 늘어났다.ⓒ뉴스제주

10일 오후 8시 7분. 제주시 연동의 한 마트에서 번개탄을 찾자 직원이 손가락으로 왼쪽 모퉁이를 가리킨다. 청소용품이 있는 코너로 돌아가니 동그란 모양의 번개탄 2종류가 눈에 띈다. 한 개를 집어 계산대로 향하자 “600원이요”라는 계산대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날 1시간가량 도보로 연동 소재 마트 10곳을 둘러본 결과 편의점을 제외한 7곳에서 번개탄을 판매했다. 번개탄을 한 개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이 약 8분인 셈이다.

번개탄 자살 9년새 30배 

서민들의 언 몸을 녹이고 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사용했던 번개탄이 자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2004년 50명에서 2013년 1825명으로 30배 이상 늘어났다.

제주에서도 번개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난 6일 제주시 화북2동에서 친한 형동생 관계로 지내던 남성 2명이 번개탄을 피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31일에는 20~30대 남성 4명이 협재해변 야영장에서, 12일에는 서귀포시에서 30대 교회 목사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 자살률도 2012년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176건이던 자살 건수는 2012년 181건, 2013년 192건으로 늘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32.9명(평균 28.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4번째로 높은 수치다.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2004년 50명에서 2013년 1825명으로 30배 이상 늘어났다. 제주지역 자살 건수는 2011년 176건, 2012년 181건, 2013년 192건으로 늘었다. ⓒ뉴스제주

상황이 이렇지만 제주도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제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 고영숙 팀장은 “생애주기별 자살교육과 상담 등 자살예방 서비스는 제공하지만 번개탄 등 자살 수단에 따른 개입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제주광역정신증진센터 역시 번개탄 자살을 줄이는 대책은 전무하다.

왜 번개탄인가

2008년 한 유명 연예인이 번개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가 번개탄을 구입한 상점 주인의 인터뷰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모방심리에 따른 번개탄 자살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87명으로 전체 자살의 0.7%에 불과했으나 2013년 12. 6%를 차지했다.

편리한 접근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권순용 제주국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번개탄은 일상생활용품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구입 혹은 획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자살의 수단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자살 방법으로 번개탄을 사용하는 경우 술 혹은 수면보조제를 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방법에 비해 고통을 느끼지 않거나, 고통의 수준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출구는?

1998년 11월 홍콩의 한 여성 화학자가 바비큐용 목탄을 피워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1998년 총 784건의 자살 중 16건(2%)에 불과했던 번개탄 자살은 2002년 총 1109건 중 276건(24.9%)으로 증가해 홍콩에서 두 번째로 흔한 자살 방법이 됐다.

▲ 동네 상점마다 박스에 담아 판매하고 있는 번개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스제주

문제가 심화되자 홍콩에서는 번개탄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됐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번개탄을 없애고, 직원에게 문의해 10분간 기다린 뒤 전화번호를 남기고 구입하도록 했다. 물리적 접근성을 제한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5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부작용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은 논문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에 대한 전반적 고찰과 예방 대책’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의 후유증으로 보행 장애, 무언증, 실행증, 파킨슨증, 기저핵 병변, 해마 위축 등이 있다”며 “언론은 자살기도자 중 생존자가 겪는 신경학적 후유증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초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형 번개탄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번개탄을 피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줄여 사망에 이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권순용 교수는 “사실상 번개탄을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근절 혹은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일산화탄소 절감 문제는 공학과 해당 산업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을 재고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지난 20년간 제주도는 어느 지역보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공동사회의 요소가 잔존하던 제주도는 산업과 문화의 변화 등에 의해 적응하기 벅찰 정도의 속도로 이익사회로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교수는 “자살의 이유는 재정적, 인간관계적 문제 등 다양하지만 이를 시도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암시한다”며 “이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인다면 가파르게 증가하는 자살률의 고삐를 틀어쥘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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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절단및 힘줄재파열환자 2024-02-29 10:15:33 IP 121.180
번개탄 삿어요 소주랑 수면유도제 수면지도 프레스에 다친 양손이 오른팔이 너무아파서 못살겟어요 재활중 넘어져서 힘줄도 다친부위 다시 파열됫는데 수술도 불가능하데요 왼손은절단햇고요 고통때문에 잠도못자고 오른손은 손목이 줄안정하고 힘도없고 손가락은 엄지 검지난움직이고 죽고싶어요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희망이 없어요
s 2024-03-08 07:02:14
고통스럽겠지만 조금만 더 견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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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2023-12-11 10:53:12 IP 39.7
태어나는데 내 의지가 단 1퍼센트라도 있었나? 이제 제발 그만, 매일이 매주가 그만 다가왔으면 좋겠다 세상 열심히 살지 않아도 근근히 녹아드는것만으로도 이미 벅차다
양지현 2024-01-14 22:33:41
아직 온전히 살아계시다면, 답변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정 2024-01-20 23:28:46
살아갈힘이 없네요

아라 2024-02-21 10:23:55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평범한 가정을 꿈꿨는데 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굳이 명대로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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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2023-09-18 08:09:12 IP 182.209
사기꾼과 장치꾼 편가르는 사람들이 문제 서로속고속이고 망할거면 혼자망해야지 같이 망해야하는 사람들 아무의미없는.장치적 이념에빠져서 멍청하게 같은나라.사람을 지역에산다고 욕하거나 하는 병신 많은나라 사회를 좀먹는 사이비종교 과학적이지않은 무식한 이념에 속수무책으로 세뇌당하는 무식한 사람들 나중에 잘못되면 다 나라탓.... 제발 공부좀 하고 머리가 트였으면좋겠다 자살? 왜 한평생을 멍청하개살아놓고 신세 한탄을 해 아름다운나라 살기좋은나라다 카스트재도가 살아있는 인도에 태어나 대대로 같은직업 천민으로 살아봐야 개짓거리를 안하지

ㅅㄱㅈ 2023-06-10 18:07:46 IP 223.62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거늘 죽는 것마저 선택할 수 없다면 그게 공평한 이치인가? 삶의 흥망성쇠? 웃기고 있다. 될놈은 되고 안될 놈은 평생 안되는 게 세상이다. 외모, 능력, 재력 모두 타고나는 것이거늘 생을 시작할 때 사람이 동의를 하고 태어나는가? 참 신이란 존재가 원망스럽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 왜 사서 고통스러운 곳을 만들었는지. 설령 그런 사연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가 과도하게 넘쳐난다. 바둑판 장기판의 말에 불과한 인생. 도대체 연명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싶다.

가고파 2023-04-14 11:03:31 IP 58.231
같이갈까요
계란 2023-08-18 21:15:20
갑시다

포근 2023-10-07 12:56:19
문제는 자살을 할 이유를 없애는 것이지 자살도구를 없애는게 아니다. 죽음도 본인 선택인데 왜 이 나라는 그 방법을 차단하려고 할까 예를들어 헬륨 질식도 헬륨통에 벨브를 지체제작해 일반 소켓들로는 맞출 수 없고 질소나 아르곤은 구입자체도 힘들뿐더러 설치하기도 까다롭다. 죽음의 방법들을 나라에서 막을 수록 죽고싶은 사람들은 살고싶어지는게 아니라 더욱더 고통스럽게 죽을뿐이다.

고통환자 2024-02-29 1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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