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예래단지 해법, 왜 아직도 답보 상태인가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으면서 도내 각종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해진 상황이 도래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판결은 지난달 20일에 나왔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선 여전히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유와 그 사태 전말에 대해 짚어봤다.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현장. ⓒ뉴스제주

# 어쩌다 이 사단이 났나

JDC는 사업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토지주 108명의 167필지 21만 5200㎡ 토지를 매입하려 했다.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4번의 재결을 거쳐 34명으로부터 토지를 협의 매수했고, 나머지 74명의 토지를 공탁했다.

이후 74명 중 22명의 토지주가 토지수용재결(강제수용)에 반대하며 제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제기했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됐다. 이에 4명의 토지주가 제주지법의 판결에 불복해 광주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광주고법에선 원고측 토지에 대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취소처분을 내렸다. 즉, 2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며 토지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시점이다.

광주고법은 2010년 11월 19일에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JDC는 같은 해 12월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2011년 1월 12일에 진행된 항소심 판결에서도 JDC는 패소했다. 광주고법은 지난 2006년 12월 7일까지 진행된 지방토지수용위원회 3차 수용재결을 취소 판결했다. 당시 3차 수용재결에선 JDC가 추가로 18명의 토지주에게 38억 6300만 원(60필지)을 보상비로 지급했었다. 이 마저도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이다.

곧바로 JDC는 2011년 1월 31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대법원은 2015년 3월 20일에 수용재결 무효뿐만 아니라 인가처분 무효 판결까지 결정하면서 사업시행 허가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로 난리가 났다. 그동안 JDC가 제주도 모르게 쉬쉬해오던 것이 틀어지며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진 건 3월 23일, JDC 김한욱 이사장은 며칠 뒤 제주도청 기자실에 나타나 사죄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해결방법에 대해선 침묵했다.

대법원 판결은 다른 지방법원의 판결과 달리 일종의 법적 근원 효력을 갖는다. 법률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각종 많은 사건사고 판단의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들어 결정하고 있다. 그만큼 대법원 판례는 공신력이 크고 일종의 구속력을 갖는다. 속된 말로 대법원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더 이상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현장. ⓒ뉴스제주

# 유원지가 뭐길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부지는 지난 1997년 11월 5일에 유원지로 지정된 곳이다.

유원지는 국토계획법에 고시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주로 주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오락과 휴양을 위한 시설”이라고 정의돼 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주목했다.

대법원 제1부(대법관 김용덕)는 지난 3월 20일자 판결에서 서귀포시 예래동 토지주 강모씨 등 4명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와 제주특별자치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청구소송 원심판결(광주고법, 2011년 1월 12일)이 정당하다며, 두 기관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해당 사업부지가 국토계획법이 정한 '유원지'로서의 목적에 부합돼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당시 판결문 원문을 그대로 붙여 넣어보면 다음과 같다.

...휴양형 주거단지는 고소득 노인층 등 특정 계층의 이용을 염두에 두고 분양 등을 통한 영리 추구가 그 시설 설치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주된 시설도 주거 내지 장기 체재를 위한 시설로서 일반 주민의 이용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설의 구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일반 주민의 이용은 부수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이므로, 도시계획시설규칙 제56조에 정한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와는 거리가 먼 시설임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귀포시장은 국토계획법령 규정의 문헌상 유원지의 의미가 분명함에도 합리적 근거 없이 처분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인가처분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중략...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 무효이고, 당연무효인 이 사건에 기초한 수용재결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

이 판결로 인해 예래단지 사업은 더 이상 JDC(혹은 버자야)가 의도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총 26개소가 유원지로 지정돼 있다. 제주시엔 7개소, 서귀포시에만 19개소나 있다. 대부분 해수욕장과 계곡, 경관이 수려한 곳이 유원지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15곳은 운영 중(제주시 5, 서귀포시 10)에 있고, 5곳은 공사 중(제주시 1, 서귀포시 4)에 있으며, 제주시(분마이호랜드)와 서귀포시(성산포해양관광단지, 보광제주-오삼코리아) 각각 한 곳씩의 유원지가 개발사업 절차 이행 중에 있다. 나머지 4곳(서귀포시)에 대한 시행자는 지정돼 있지 않다. 공사 중인 5곳은 예래단지(버자야)와 신화역사공원(람정제주개발), 헬스케어타운(녹지그룹), 송악산 뉴오션타운(신해원), 제주시 무수천유원지(중국성개발) 등이다.

공사 중 5곳과 절차 이행 중 2곳을 포함해 진행 중인 사업들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외자 유치로 끌어들인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들이다. 예래와 신화는 말레이시아 및 해외 합작법인, 나머지는 죄다 중국 자본들이다.

왜 이렇게 유원지 개발사업을 해외 자본에 넘겨주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유원지에선 다양한 시설을 동시에 계획할 수 있고 건축물 고도완화라는 2중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대단위의 개발사업들은 대부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을 수 있어 각종 세제혜택까지 지원받게 된다. 그야말로 혜택은 ‘따따블’이다. 그러니 수천억, 조 단위로 투자하겠다는 초거대 기업들이 제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이런 과도한 혜택을 주는 이유는 유원지가 ‘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띤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래단지를 비롯한 대다수의 개발사업자들은 바로 이 점을 망각하고 멋대로 사업을 추진해 버렸다. 중요한 건 행정에서 개발사업을 허가해줬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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