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6685대 승강기, 3대中 1대 ‘조건부합격’
겉도는 합격증명서 부착 의무화, 과태료 부과 ‘0건’

▲ 승강기에 갇히는 공포의 시간이 3일에 1번꼴로 제주도민을 덮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승강기 갇힘 구조 건수(구조인원)는 2013년 113건(203명), 2014년 165건(269명), 2015년 3월 기준 33건(77명)으로 나타났다. ⓒ뉴스제주

지난 16일 새벽 0시29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모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던 2명은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0시43분께 구조됐다. 지난 1월에는 제주시내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브레이크 통신 오류로 6층에서 멈춰 어린이 3명이 40분간 갇혔다.

승강기에 갇히는 공포의 시간이 3일에 1번꼴로 제주도민을 덮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승강기 갇힘 구조 건수(구조인원)는 2013년 113건(203명), 2014년 165건(269명), 2015년 3월 기준 33건(77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승강기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수는 총 677건에 이른다. 이 사고로 63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38명이 숨졌다.

승강기 3대中 1대 ‘조건부합격’

잦은 승강기 고장으로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1년에 한 차례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정기검사에서 ‘조건부합격’을 받는 제주지역 승강기가 3대 중 1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기검사 결과 조건부합격을 받은 승강기는 2010년 1817대(46.1%), 2011년 2030대(47.6%), 2012년 2400대(49.6%), 2013년 2678대(46.4%)에 이어 지난해 2398대(37%)로 나타났다.

▲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기검사 결과 조건부합격을 받은 승강기는 2010년 1817대(46.1%), 2011년 2030대(47.6%), 2012년 2400대(49.6%), 2013년 2678대(46.4%)에 이어 지난해 2398대(37%)로 나타났다. ⓒ뉴스제주

도내 승강기는 2010년 300대, 2011년 477대, 2012년 589대, 2013년 846대, 2014년 675대가 신규 설치돼 올해 4월 기준 6685대가 운영되고 있다.

'조건부합격'이란 기준위반 정도가 경미해 불합격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 부여하는 등급이다. 조건부합격을 받은 승강기의 경우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받아 미흡한 점을 시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한 달 전 조건부합격 판정을 받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위로 치솟아 39층 천장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조건부합격이 남발되면 안전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즉시 보완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불합격 판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등 안전강화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유효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정기검사 신청을 하지 않은 승강기는 제주시 21곳, 서귀포시 6곳으로 총 27대에 이른다.

겉도는 합격증명서 부착 의무화

상황이 이렇지만 이용객들은 검사 결과도 모른 채 하루에도 수차례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21일 제주시 아라1동 소재 상가건물과 주거용 빌라 10곳을 찾았다. 이중 엘리베이터 검사합격증명서가 부착되지 않은 곳이 8곳이었다. 그나마 증명서가 붙어있던 2곳 중 1곳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

지난해 7월부터 실시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따르면 승강기 내부 또는 외부에 검사합격증명서를 부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한 승강기 관리자는 “1년 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으로부터 증명서가 나온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교부받은 주체가 관리소인지 건축주인지 모르겠다”며 “추후 이용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재발급 받아 부착하겠다”고 해명했다.

▲ 지난해 7월부터 실시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따르면 승강기 내부 또는 외부에 검사합격증명서를 부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뉴스제주

제도가 겉도는 사이 승강기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주민 한모(41·여)씨는 “이사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엘리베이터에 합격 증명서가 부착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행정기관은 관리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제주도 전 지역에서 검사합격증명서 미부착 과태료가 부과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상태다.

제주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제주시내 승강기가 5000여대가 넘기 때문에 모두 단속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합격 증명서를 부착하지 않았다고 무작정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1차 계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