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내가 대학생 때, 국민대학에 다니는 내 초등학교 동창 K가 있었다.

그는 A유지 임원 Y씨 댁에 가정교사로 들어가 보성고등학교 다니는 그 집 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Y 씨는 원래 제주주정공장 간부로도 있었고, 제주도 무근성 토박이다. 어느날 보성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우리는 원래 제주도가 고향인 줄 알고 있는데, 어째서 본적이 전라남도 광주 입니까? 제주도로 본적을 옮겨 주세요. 학교에서 애들이 하와이 놈이라 놀려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하며 울기 시작했다.

가정교사 K도 Y 씨가 광주로 본적을 옮긴 줄은 모르고 있었다. 일본 식민지 시대 말엽, 일본정부는 제주도에서 미국과의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며 제주도민을 전라도로 소개시킨 일이 있었다.

Y씨는 기왕에 소개되는 김에 본적도 광주로 옮긴 상태로 그냥 놔뒀던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본적이 제주도라고 하면 중앙무대에 진출한 뒤, 보이지 않는 불이익에 시달렸던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시 제주로 본적을 되돌리지 않은 상태였으나,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본적을 다시 제주로 옮겼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연도순시 차 제주에 내려와 제주도네 유지들과 회식하는 자리에서 유지들은 제주도 출신중에도 군 장성급 진급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그 건의를 받아들이려 제주출신 장성진급 대상자를 물색할고 지시하였으나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주출신이라는 것을 감추려고 모두가 본적을 육지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서울상대 2학년 때의 일이다. 1학년 제주출신 합격자를 조사하여 보고하면 선배들이 환영회를 열어주는 관례가 있어, 신입생 면면을 살펴보다 보니, 그 중에 전남 모 고등학교 출신으로 제주가 본적인 학생을 한 명 발견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그를 찾아가서 먼저 인사를 청산 후 우리 환영회에 나오라고 초대하였다. 그는 “제는 제주출신이 아닙니다. 그런 모임에 안 가겠습니다.”하고 한마디로 거절해 버렸다.

나는 제주출신 서울상대생 모임에 가서 이 말을 전했더니, 선배들이 화가 나서 “어떤 놈이야! 고향을 속이는 놈이......”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뒤로 그는 개가 교정에서 보이기만 하면 슬슬 피해 다니며 외면하느라 내가 그와 재학하는 3년 동안 그는 몸고생, 마음고생 좀 하였다,

세월이 흘러 제주출신 모 기업가가 제주에 내려온 기회에 나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와 그가 묵고 있는 호텔 커피숍으로 나갔다.

그 분이 나와 인사한 후에 다른 자리에 대기하고 있던 자기 회사 상무를 불러 나에게 인사르 시키는 것이었다.

인사를 하려고 마주보니, 제주가 고향이 아니라고 외면하던 바로 그 후배였다.

가슴속에서 훅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시장이 보는 앞에서 나는 그에게 “당신은 제주가 고향이 아니라고 하던 서울상대 1년 후배 아무개가 아니오? 제주출신임을 속여 살던 사람이 어떻게 제주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에는 들어와서 임원으로까지 근무하시오?” 하고 비아냥거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 말이 사장 귀에도 비수처럼 꽃혔던 모양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아니, 그런 인연이 있었던가요?”하고 부드럽게 웃어 넘긴 사장이 상경한 즉시 상무를 해고하고 말았으니, 내가 학창시절의 분노가 가시시 않아 너무 지나쳤던 건 아니었는지 잠시 후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적을 옮겨 제주사람이 아닌 것처럼 행세하던 사람이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는 제주로 본적을 옮기는 사람도 보았다.

오늘날 호적제도가 없었지면서 본적이라는 것도 누가 물어보거나 기록하거나 할 일 자체가 없어졌지만, 고향을 속이고 자신의 뿌리를 부인하는 사람치고 진실성 있는 사람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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