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불모지 제주, 못 찾겠다 꾀꼬리하면 '공무원'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해 먼저 이뤄져야 할 것

청년 실업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지난달 기준 9만5000명이다. 그중 20대가 8만9000명, 30대는 6000명에 달한다.

신용불량자가 110만명에 달했다는 2003년 일명 '카드사태' 이후 최고다.

지난해 5월 2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4만명이다. 올해 2월 7만9000명이던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3월 7만1000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한 달 만에 8000여명이 증가했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 비중은 15.1%. 청년 100명 중 15명은 일자리를 가져볼 기회조차 없었다. 20대의 경우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21.1% 달했다.

정부는 오는 7월 청년 취업난 타계를 위해 '청년취업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은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 문제가 됐다.

고용률 1위 제주, 그러나 청년고용률은 7위

제주는 고용률 71.1%로 4년 연속 70%대를 유지하며, '고용률 1위' 영예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청년'이 포함된다면 그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전국 40.7%보다 낮은 40.6%에 머무르며 전국 7위에 그쳤다.

도는 총 1억5000만원을 투입, 청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글로벌 인재양성 해외인턴, 특성화고 해외인턴, 청년 우수인재 집중지도사업, 민간기업 통합 정기공채, 채용박람회 지원, 지역맞춤형 전문인력양성, 기능인 지원(기능경기대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이라는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제주도내 모든 일자리 정책이 청년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 주변을 봐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4 제주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도민 49.2%가 타 지역과 비교해 도내 일자리가 구하기 쉽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고학력자일수록 부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특히 여성(1.7%)과 15세~29세(5.8%) 실업률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니들이 원하는 게 뭐니?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일자리가 여전히 '난제'인 이유는 무엇일까?

도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 구인·구직간 미스매칭(불균형)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보배(25) 제주주민자치연대 20대위원장 또한 이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기회의 경험이 부족하고, 기회 자체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제주도에는 '이미 없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도 냉소적으로 쳐다볼 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문화에 밝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공적인 영역에서 청년들이 하는 활동에 대해 별거 아닌 듯 여겨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시도해 본 애들이 결과를 내지 않는 이상 확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처음에는 잘 안 되다가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느낄 때가 있다"며 HRA 프로그램(Human Resources Academy)을 예로 들었다.

HRA는 제주도내 대학생들에게 창조적으로 일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게 해 적성을 찾아 올바른 직장에 들어가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처음 1~3기까지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이 안됐지만 4~7기에 들어서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며 "겪어본 친구들이 전하는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해서는 청년을 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공적 영역에서 청년 문제를 조사하지 않는다. 정책 수요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자의 입장만 바라보고 있다. 왜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청년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만원을 미끼로 시작되는 '청년활동'

'청년 활동'은 명확한 정의가 없다. 강 위원장은 "어디까지를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청년들의 문제를 직접 얘기하는 것.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인턴십부터 아카데미, 대외활동, 스펙 쌓기를 포함한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활동을 "일자리를 못 가져서 대신하기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5월11일 '제2회 청년정담회'를 열었다.

지난 5월11일 제주도의회에서는 이러한 '청년활동'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개최한 '제2회 청년정담회'에서는 현재 '서울'에서 활발한 청년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청년활동가 3명이 직접 제주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시에서는 청년의 삶에 주목하고, 청년으로부터 가능성을 찾고, 청년을 위한 장을 만들고 연결하기 위한 '청년허브'가 운영되고 있다.

청년허브에서는 ▲청년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제도적 접근 방법 모색 ▲청년 커뮤니티 시작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 및 공간 지원 ▲배움, 경험, 동료를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장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의미 있는 일의 경험을 해나간다.

특히 청년커뮤니티 지원사업인 '청년참'은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생태환경, 학습모임 등 최소 3명이상의 청년이 모여 무언가를 해보고 싶을 때, 그러나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100만원을 지원한다.

실제 청년들은 창작 뮤지컬로 소통하기도 하고, 장애아동에게 올바른 시각을 전달하는 활동도 한다. 커뮤니티와 커뮤니티가 만나 더 큰 '일'을 내기도 한다. 함께하는 만큼 두 배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청년허브 기획협력팀 이재은씨는 "청년들에게 주는 것은 지원이 아닌 지지"라며 "100만원은 그저 미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서

강 위원장은 "주변에 일할 사람 없냐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정작 청년들은 해야 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일은 고만고만하다. 임금차이도 크지 않고, 일의 강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도 하지 않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과정을 못 밟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뭘 해야지 고민만 하다가 '못찾겠다' 싶으면 선택하는 것은 결국 공무원"이라고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서울이 과잉이라면 제주는 결핍의 문제"라며 "채워줘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창업과 지원책이라는 미끼는 있지만 '일'을 내기 위한 청년들이 없다. 중간에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 방안으로 '서포터즈'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제주에는 '사회적경제 서포터즈'가 없다"며 "기회만 주면 일자리 문제는 해결된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면 청년 문제 또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현재 제주는 위기와 기회가 같이 왔다"며 "제주 원주민이 되느냐 트렌디 한 제주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만큼 스토리가 많은 지역이 어디 있느냐. 마을마다 자원이 넘쳐난다. 이 것을 청년들이 트렌디하게 풀어나가면 얼마나 재미있겠느냐"며 "서울은 공간이 없다. 제주도는 자원이 많다. 기회를 느낀 청년이 많으면 사방팔방에서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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